(*도서협찬)문학의 효용이 위로라면 바로 이런 글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60년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독자들 곁에 자리해온 마종기 시인의 에세이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시인이 사랑한 예술과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 그가 고국을 떠나 시인이자 의사로서 살아온 지난날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시인의 문장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책을 읽는 내내 봄볕에 슬며시 녹는 눈이 된 것만 같았다. 잔뜩 긴장해있다가도 시인의 문장을 읽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편안을 누릴 수 있었다. 고집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내세움 없이 겸손한 글 앞에서 어떻게 감동받지 않을 수 있을까. 시인을 좇아 부지런히 마음을 닦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지 다짐할밖에.외국에 사는 게 힘이 들어 시를 쓰고, 외로움에 부칠 때 미술과 음악을 찾았다던 시인. 책 속에서 그는 ‘생활 속 즐거움‘이자 ‘오랜 세월 자신을 살려준 은인‘인 예술 이야기를 두런두런 풀어놓는다. 그가 이야기하는 예술은 지식이 아닌 ‘가슴과 가슴의 인사고 감동과 참을 수 없는 매혹의 집산‘(91p)이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는 이야기다. ‘서정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시인의 시 세계를 지탱해 준 예술 작품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고, 예술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확신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의학과 예술, 현대 시의 미래 등을 다룬 글에서는 시인의 넓은 식견과 깊이있는 통찰을 엿볼 수 있었는데, 역시 결론은 이해와 포용과 사랑으로 나아가는 예술로 이어졌다. 투명하고 순수하고 강력한 예술의 힘, 아름다움!어떤 식으로든 자기 자신을 뽐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시대에 이토록 겸손하면서도 선한 문장을 만날 수 있음이 감격스럽다. 본문에 수록된 시인의 시와 이재용 작가의 사진이 무척 아름답게 어울려서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은 덤이다.www.instagram.com/vivian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