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까짓, 생존 - 쫄지 말고 일단 GO! 이까짓 6
삼각커피 지음 / 봄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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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되잖아! N잡러의 시대다. 그런데 균형잡힌 N잡이라는 게 정말 가능한걸까? 그동안 우리는 소수의 성공 사례만 접해온 것이 아닐까? 이러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중 바로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우당탕탕 N잡러를 만났다.



<이까짓, 생존>의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카페 사장이다. 좋아하는 일인 일러스트 작업을 지속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수익을 얻기 위해 카페 사장이 되기를 선택한 것! 말만 들으면 자신의 카페를 작업실삼아 여유롭게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실상은 다사다난하다. 셀프 인테리어부터 코로나로 인한 매출 영향, 재고 처리까지 보여지는 것 이면의 고난이 상당하다.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를 솔직하고 시원시원하게 풀어놓는다. 페이지마다 함께하는 귀여운 일러스트는 덤.



결국 저자가 ‘이까짓 생존!‘이라고 외칠 수 있는 건, 카페 공간을 계속 지켜나가겠다 다짐할 수 있는 건,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그림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을만큼 그림을 좋아한다는 고백 앞에선 덩달아 뭉클했다. 인생을 걸어볼 만큼 좋아하는 게 있다면 고난도 고난이 아닐테다. 아무리 현실이 각박하다한들 꿈에 기대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역시, 꿈을 가진 사람은 강하다.



한번에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작고 귀여운 책. 중간중간 들어가는 일러스트 만화도 사랑스럽다. 나도 꿈으로 가득찬 듯 기분이 좋아지는 책.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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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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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런 소설을 읽으면 주변의 온도가 2도쯤 더 올라간 것만 같다. 천선란 작가의 새 장편소설 <나인>. 식물들의 목소리를 듣게된 주인공 나인이 자신의 진짜 정체를 알게된 뒤, 친구들과 함께 실종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재미있고 다정하고 정의로운 소설.

남들과 다른 존재. 우리 모두는 남과 조금씩 다른데, 유독 다름이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각자의 다름을 틀림이 아니라 고유함으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갈 수 있다면. 바람결에 흔들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잎새들처럼 서로를 해치지 않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식물이 주가 되는 이야기여서 더 좋았다. 덕분에 파란 빛의 생명력이 소설 곳곳에 숨겨져있는 듯했다.

문장 하나하나가 따뜻하다. 돌아오지 못할만큼 멀리 가지만 않는다면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으나 어서 되돌아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기도 했다. <천개의 파랑>도 무척 재미있었는데, <나인>은 더 좋다. 다정하라. 함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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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지음 / 아침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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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꼽는 올해 최고의 책.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독자로 하여금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인데, 이 책은 그 이상이었다. 몇 주 동안 이 책을 아껴 읽으면서 글을 쓰고 싶어졌고, 공연을 보고 싶어졌고, 급기야는 공연을 하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첫 번째 조건을 만족하는 책은 여럿 만나보았으나 두 번째, 세 번째 조건을 만족하는 책으로는 이 책이 유일하다. 차오르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오래오래 가방 속에 지니고 다녔던,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의 산문집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와 한국에서 만난 예술과 사람,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공연은 무대에 올려진 바로 그 순간에만 실재하는 것. 꼭 같은 공연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이 유일무이함이, 순간성이 공연예술의 매력이다. 독자로서는 영영 볼 수 없는 공연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도 왜 나는 속수무책으로 이 책에 빠져들게 된 것일까. 결국 책 속에 담긴 것들은 공연을 매개로 저자가 엿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당신에게 닿기를 바라 유예되고 간직되었던‘ 이야기이기에.

예술에 대한 곡진한 사랑이 드러나는 책 속 문장들은 오랜 시간 공들여 쓰여졌을 것만 같다. 나는 이런 문장들을 만나길 바라며 그동안 수많은 책들을 읽어온 것이 아닐까. 고요히 아름다웠다. 오래도록 듣고 싶은 백색소음처럼. ‘관객으로서 나는 언제나, 걸려 넘어지고 틈으로 추락해버릴 아름다움을 좇아 극장에 간다.‘(55p), ‘만일 당신이 춤을 춘다면 나는 가만히 앉은 몸으로도 그 춤을 따라 추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다.‘(155p).

이 책에 대해서 더 잘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러려고 할수록 미끄러지는 듯하다. 몇 주 동안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책을 꺼내 보이며 이런 책은 당신도 읽어야 한다고 추천의 말을 쏟아냈는데, 들은 이들은 전부 감탄하며 책 제목을 소중히 적어갔다.

책 자체의 만듦새도 정말 아름답다. 가름끈도 내지 디자인도 사진도(작가님이 직접 찍으셨다니!) 감탄 그 자체. 다만 너무 열심히 읽었는지 뽀얀 커버에 손때가 묻어버렸는데 이 또한 멋이겠으나 소장용으로 한 권 더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그나저나 작가님 북토크 놓치신 분들, 아침달 계정에서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한때 공연을 보러다니는 것이 삶의 이유였던 시기가 있었고, 고등학생 때 연극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거의 매일 저녁 극장 객석에 앉아있었던 때의 기억이 자주 떠올랐다. 아비뇽 연극제에서 아무 연극이나 끌리는대로 보러다녔던 기억, 고등학생때 대본 분석하고 무대에 올랐던 기억들도. 그때는 어떤 식으로든 공연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었는데. 삶은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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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4 1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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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 -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지
존 버거.이브 버거 지음, 신해경 옮김 / 열화당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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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글은 우아하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 말년의 존 버거가 화가인 아들 이브 버거와 나눈 편지들 <어떤 그림>.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그림과 사진과 철학과 인생을 넘나드는 대화를 이어나간다. 100페이지 남짓한 짧은 글 묶음인데도 무척 깊이있고 맵시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이토록 서로를 존중하며 깊이있는 예술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놀랍고 아름답다.

가장 좋았던 문장은 전체와 부분에 대한 이브의 견해다.
-저는 모두가 거대한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어요. 다리와 저, 이 간극까지 포함해서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처럼요.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일어나야 했다.˝

산다는 것은 나를 세상에 표현하는 일. 언어로, 그림으로,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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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뇌의 작동 원리와 내면 세계에 대한 급진적인 해석이 담긴 책. 저자는 심오한 정신적 깊이는 착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뇌는 매 순간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내는 창조 기관일 뿐이라고. 우리는 보통 내면을 깊이 있는 심오한 정신 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여긴다. 내면에서는 의식이 미처 알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통상적인 이론들을 뒤엎고, 내면세계는 물론이고 생각과 감정이 허구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때그때 순간적으로 생각, 신념, 행동을 지어낼 뿐이라고.



저자는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지각적 실험을 중심으로 자신의 주장을 이어나간다. 생각은 지각의 확대이기에, 우리가 지각적 정보를 한 번에 하나씩 받아들이면서도 마치 전체를 동시에 지각하는 것처럼 꾸며내듯 생각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감정은 허구임을 증명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 기분을 끄집어내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리적 상태를 해석하기 위해 감정의 이름을 붙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신체적 증상은 상황적 맥락에 따라 희열로도 해석될 수 있고 분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이렇게 우리는 신체적 기반을 바탕으로 감정을 해석해내는데 그 기반이라는 것이 상당히 빈약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양 극단의 감정이 공존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돌이켜본다면 결국 감정이라는 것 또한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것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니. 꽤 수긍이 가는 주장이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해 무척 재미있었다. 체스나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을 설계할 때, 인공지능이 가장 지능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신념이나 지식을 넣는게 아닌 수많은 경기를 통해 경험으로 배우게 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시는 인간의 정신작용, 그러니까 생각이나 행동이 불변하는 특정 신념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즉흥성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결국 인간의 지성이라는 것은 상상력과 창조력이 그 근간이라는 마무리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우리의 뇌는 어떤 식으로 작용을 하는지, 내면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끝없이 궁금해하는 사람으로서 며칠간 눈에 불을 켜고 읽었던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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