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

뇌의 작동 원리와 내면 세계에 대한 급진적인 해석이 담긴 책. 저자는 심오한 정신적 깊이는 착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뇌는 매 순간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내는 창조 기관일 뿐이라고. 우리는 보통 내면을 깊이 있는 심오한 정신 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여긴다. 내면에서는 의식이 미처 알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통상적인 이론들을 뒤엎고, 내면세계는 물론이고 생각과 감정이 허구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때그때 순간적으로 생각, 신념, 행동을 지어낼 뿐이라고.



저자는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지각적 실험을 중심으로 자신의 주장을 이어나간다. 생각은 지각의 확대이기에, 우리가 지각적 정보를 한 번에 하나씩 받아들이면서도 마치 전체를 동시에 지각하는 것처럼 꾸며내듯 생각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감정은 허구임을 증명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 기분을 끄집어내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리적 상태를 해석하기 위해 감정의 이름을 붙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신체적 증상은 상황적 맥락에 따라 희열로도 해석될 수 있고 분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이렇게 우리는 신체적 기반을 바탕으로 감정을 해석해내는데 그 기반이라는 것이 상당히 빈약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양 극단의 감정이 공존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돌이켜본다면 결국 감정이라는 것 또한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것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니. 꽤 수긍이 가는 주장이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해 무척 재미있었다. 체스나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을 설계할 때, 인공지능이 가장 지능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신념이나 지식을 넣는게 아닌 수많은 경기를 통해 경험으로 배우게 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시는 인간의 정신작용, 그러니까 생각이나 행동이 불변하는 특정 신념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즉흥성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결국 인간의 지성이라는 것은 상상력과 창조력이 그 근간이라는 마무리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우리의 뇌는 어떤 식으로 작용을 하는지, 내면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끝없이 궁금해하는 사람으로서 며칠간 눈에 불을 켜고 읽었던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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