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일 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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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르헤스의 강연집 모음.

보르헤스의 단편집 " 끝없이 두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을 인상깊게 읽고서,

그의 작품보다 보르헤스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다.

이 책 "칠일밤"은 나의 그러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되었다.

"천일야화"이야기, "악몽"에 대한 이야기, 위대한 작품이라고 칭송한"신곡" 등등의 주제가

그의 사고를 통해 정제되어 서술되므로, 그 주제에 대해 다른 각도로 읽고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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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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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릎치며 맞다 맞어 하면서 읽었어요.

15장까진 잘 읽었는데, 후반부는 너무 현학적으로 나가는 느낌이라 몰입이 잘 안되는게 아쉬었음.

이 책은 이미 예전에 나와 있어 그 명성은 잘 알려져 있죠.

알랭 드 보통이 구판의 내용을 일부 수정해서 다시 내놓은게 이번 개정판이라고 합니다.

큰 줄거리와 흐름은 동일한 듯 보입니다.

인간관계의 탁월한 관찰력이 놀랍습니다. 남녀 관계를 기반으로 일반적인 인간관계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야 읽어 봤는데 명성대로 일독할 만합니다. 충분히.

저자가 25살때 첨 쓴 글이라는 데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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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픽션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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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된 소설집이다. 간단한 느낌만 적어보았다.

논쟁의 기술 - 진리 탐구를 위한 논쟁은 사라지고, 서로를 이겨 먹으려는 게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린 논쟁에 대한 풍자. 잘 읽히고 읽는 내내 흥미로웠음. 적절한 반전도 있고. 

날개 -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진 화자. SF소설의 느낌이 강함. 뒷결말이 깔끔하지 않음. 읽고 나서 기분이 별루 좋지 않았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음란성 연구 - 너무 재밌게 읽은 단편. 논문 형식으로 쓴 이 글은,  논문 형식을 빌어 작가의 억지 주장을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읽는 동안은 억지주장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아예 새로운 시각의 발견이네! 하며 계속 감탄했다. 작가의 말을 근거로 생각해 보니, 작가의 의도에 충실히 속은 셈이긴 한데. 이 단편을 읽고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다시 읽어보았다. 예전에 느꼈던 어머니의 순수한 심성은 없어지고 사랑방손님을 둘러싼 애욕의 삼각편대만이 보인다. 

두유전쟁 - 화끈한 단편. '초음속 수송기'를 타보고 싶다고 강하게 느꼈다. 기발한 착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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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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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지나다닐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땅을 딛고 발전해 온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벽을 벽이라고 느끼지 않을 때, 육체적인 구속은 물론 정신적인 해방의 느낌까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무한한 자유로움을 연상시키는 저 높은 하늘의 '알바트로스' 는 자신의 의지와 육체적인 힘이 뒷받침되는 한 어디든 갈 수 있다. 그 알바트로스 앞에 펼쳐진 세계는 망망대해, 끝없이 펼쳐진 평원. 혹 아무리 높은 산이 가로 막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다만 거리낌없이 피해 갈 뿐이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의 주인공 뒤티유욀에게는 벽으로 드나드는 능력이 있기에 , 그를 지상의 알바트로스라 부르고 싶다.

이 책 속의 단편소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읽고서, '벽'이 사람을 구속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 장치인지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그 '벽'이라는 존재를 인식시킴과 동시에, 주인공 뒤티유욀을 통해 그 '벽'의 존재 가치를 무너뜨려 기존의 관념에서 벋어나게 해 준 마르셀 에메. 난 오늘 그를 알게 되었고 참 즐거웠다.

몽마르뜨 언덕 근처에 벽을 통과하려는 마르셀 에메의 동상이 있다고 한다. 유홍준 교수가 말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난 이제 이 소설을 알게 되었으니, 만약 몽마르뜨에 가서 그 동상을 본다면, 분명 떠오르는 생각이 남다르리라.

두번째 단편소설 '생존 시간 카드'  또한 그 기발한 내용에 놀란다. 기존 관념을 엎어보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아닌지.

이 책의 삽화가 마음에 들었다. 불어판 정본에 있는 그림을 따온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나온 이 책에만 있는 귀한 삽화인 것 같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 실린 번역자의 설명이 참 친절하다. 어구 하나, 이름 하나에 담긴 불어적 뉘앙스까지 잘 설명해 주어 작자의도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용은 물론이고 책 구성, 편집에도 상당한 노력을 들였음이 느껴진다. 

아끼는 사람에게 책 선물하고자 할 때 고려할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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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說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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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봄 무렵에 나는 연천의 xx사단 신병 교육대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날 저녁 훈련병들을 위문하겠다고 서울 모 교회 선교단이 왔다. 기독교 신자든 아니든 모두 모여, 그들이 펼치는 노래와 율동을 즐겼다. 집을 나와 몇 주만에 보는 민간인이자 여자들이라 호기심이 대단했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그들은 분위기를 바꿔  '우정의 무대' 주제곡을 연주했다. 분위기는 이내 가라 앉았다. '엄마가 보고플 때, 엄마 사진 꺼내 놓고~~'하며 시작하는 노래에 거기 모인 훈련병들은 즉각적인 반응들을 나타내었다. 훌적였던 소리가 멀리서 들리더니 이젠 내 옆에 앉은 아이도 훌적였다.  이젠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코 끝이 말할 수 없이 찡해졌다. 전염병 같았다. 부끄럽지만 그날 많이 울었다. 거기 모인 애들은 다 울었기 때문에 부끄러움은 자연스레 감추어 졌다. 군인들은  '엄마'라는 단어에 너무도 약하다...

이 일화는 내가 가장 최근에 보인 눈물에 대한 기억이다. 나는 눈물을 잘 보이지 않으려 애쓴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남에게 약점을 보이는 것 같아 싫다. 위 기억은 정말 어쩔 수 없이 흘린 눈물이다. 그런데 오늘 김훈 씨의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라는 산문집을 읽고서 울어 버렸다.

훈련병 때의 울음은  '엄마' 때문이었지만, 이번엔 '아버지'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정말 어쩔 수 없이 울었다. 김훈 씨의 글이 이토록 가슴을 찡하게 만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군더더기가 완전히 제거되어 있다.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 감추려 해도, 그 내면의 본질은 그의 시선에 의해 잔인할 정도로 간파된다. 그가 말하는 우리의 '삶'이 그토록  '절박한' 것이었나 하여 목이 메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힘들게 직장에 나가 벌어온 돈으로,  먹여주시고 학비대주시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는지 비로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서 아직 한참 멀었음을 뼈져리게 느꼈다. 밥달라고 보채고, 대학 등록금 내야 한다고 조르고, 용돈 적다고 투정부리고 할 때 마다 아버지가 느끼셨을 부담감과 책임감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제야 조금은 짐작이 간다.

하루 하루의 삶의 가치를 강조한 그 어떤 책 보다도, 이 책이 가져다 주는 삶의 가치는 숭고하다. 그의 표현대로 뜨거운 흰 쌀밥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것은 이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남자된 도리이며, 아버지 된 자의 책임인 것이다. 불 속을 해메대가 순직한 아이 하나를 둔 소방관의 죽음을 보고서 허탈감을 느끼고 그 희생 정신에 눈물이 났지만, 현재 이 땅의 대다수 아버지들의 처지를 보는 것 같았고 또한 그 모습이 나의 미래 모습인 것 같아 서러웠다. 이쯤 되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는데 또 부끄러워 얼굴을 한동안 못 들었다. 눈이 계속 빨갰다. 왜이리 감정이 추스려 지지 않을까. 이렇게 주체할 수 없게 슬픔이 밀려오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김훈 씨 때문이다. 그의 글에는 엄청난 혼이 실려있는 듯 하다. 글을 접해본 사람들은 그 느낌을 알 것이다. 정말 이상한 글들이다. 그토록 가슴을 울려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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