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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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지나다닐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땅을 딛고 발전해 온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벽을 벽이라고 느끼지 않을 때, 육체적인 구속은 물론 정신적인 해방의 느낌까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무한한 자유로움을 연상시키는 저 높은 하늘의 '알바트로스' 는 자신의 의지와 육체적인 힘이 뒷받침되는 한 어디든 갈 수 있다. 그 알바트로스 앞에 펼쳐진 세계는 망망대해, 끝없이 펼쳐진 평원. 혹 아무리 높은 산이 가로 막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다만 거리낌없이 피해 갈 뿐이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의 주인공 뒤티유욀에게는 벽으로 드나드는 능력이 있기에 , 그를 지상의 알바트로스라 부르고 싶다.

이 책 속의 단편소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읽고서, '벽'이 사람을 구속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 장치인지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그 '벽'이라는 존재를 인식시킴과 동시에, 주인공 뒤티유욀을 통해 그 '벽'의 존재 가치를 무너뜨려 기존의 관념에서 벋어나게 해 준 마르셀 에메. 난 오늘 그를 알게 되었고 참 즐거웠다.

몽마르뜨 언덕 근처에 벽을 통과하려는 마르셀 에메의 동상이 있다고 한다. 유홍준 교수가 말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난 이제 이 소설을 알게 되었으니, 만약 몽마르뜨에 가서 그 동상을 본다면, 분명 떠오르는 생각이 남다르리라.

두번째 단편소설 '생존 시간 카드'  또한 그 기발한 내용에 놀란다. 기존 관념을 엎어보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아닌지.

이 책의 삽화가 마음에 들었다. 불어판 정본에 있는 그림을 따온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나온 이 책에만 있는 귀한 삽화인 것 같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 실린 번역자의 설명이 참 친절하다. 어구 하나, 이름 하나에 담긴 불어적 뉘앙스까지 잘 설명해 주어 작자의도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용은 물론이고 책 구성, 편집에도 상당한 노력을 들였음이 느껴진다. 

아끼는 사람에게 책 선물하고자 할 때 고려할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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