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아래에서 읽었으면 하는 책은?

 

 

 

 

국방부 지정 불온서적이라.

하늘에서 권정생 님이 허탈해서 웃는 쓴 웃음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성지순례를 하고 싶게 만들어서 한번 해 봤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이번기회에 홍보되어서 많은 사람에게 읽혔으면 합니다.

이 책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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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07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지순례에 동참하려고 구입했어요. 우리들의 권정생선생님도 추억하고요.
추천과 땡스투를 그대에게!^^

스위스 2008-08-07 12: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에 이 책이 많이 알려져 오히려 다행입니다.^^
 
부치지 않은 편지
박형숙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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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가다 멈추고 또 조금 가다 멈추고 하는 협궤 열차 말이야. 그렇지만 결국엔 종착역까지 가는 게 아니겠어? 술기운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 시장을 빠져나가 저녁 부둣가에 서 있는데 물 위의 달빛이 왜 그렇게 아름답던지...... 뭔가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말이야. 내 꼬락서니를 받아들이고 나니까 이 빌어먹을 세상이 가끔은 이렇게 예쁠 때가 있단 말이지.'

**높은 이상을 위해 살다가 현실에 안주해버린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씁쓸한 기억**-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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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월 8일자

최윤재의 [대입논술 가이드]역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른바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교과서 포럼’이 얼마 전 ‘대안교과서-한국근현대사’를 출간하였다. 때마침 대한상의에서는 ‘초·중·고 교과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했다. 두 사안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몇 년 전부터 이미 기존 교과서에 대해 폐쇄적 민족주의, 자학사관, 반시장·반기업적 내용 등의 개념으로 비판해온 터이기 때문이다. 현실 사회의 인식이나 현재를 있게 한 과거 역사의 인식 문제를 국가 혹은 정권이 일방적으로 통제하던 데에서 벗어난 지 길게 잡아야 20년 남짓이다. 그 이전에 반영되지 않았거나 억눌렸던 시각과 관점들이 점차 빛을 보게 되었고, 교과서 역시 이런 변화를 반영해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변화를 이념적 틀로 보는 시각이 등장했다. 이를테면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든지, 친북좌파의 시대라는 비판, 뉴라이트 운동 등이 그렇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시각을 가졌거나 그 지지를 받은 세력이 집권하기에 이르렀다. 앞의 두 사안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을 끌고 그 파장이 우려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안교과서의 저자들은 근현대사를 사실(史實)에 근거하여 실증적으로 역사를 기술했다고 주장한다. 그 출발점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현재’이다. 바로 이 현재를 있게 한 원인으로서 ‘과거’를 찾고자 한다. 그래서 돌이켜보니 5·16과 박정희가 있고, 대한민국 건국과 이승만이 있으며, 구한말 개화파와 일제 식민지배가 있었고, 그런 것들이 바로 오늘을 있게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흔히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에 있었던 사실 그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역사를 올바로 보는 태도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실들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시간적으로 앞서 있다고 해서 모두가 후일의 원인이라고 단정지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만약 대안교과서처럼 앞에서 언급한 일들이 없었더라면 현재의 대한민국조차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그 사건들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 같은 논리로 앞의 사건들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이 현재보다 더 나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다.

역사는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까. 만약 역사를 물질적 혹은 경제적 발전이라는 기준으로만 본다면 거의 모든 과거의 사건 혹은 역사적 사실은 긍정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실증적 맥락에서 볼 때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를수록 인류는 점점 더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시황이 중국의 통일제국 형성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부여하면서도 그 폭압적 만행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역사를 한 가지 기준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역사의 흐름은 가치의 발견과 이를 구현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제각각 시시의 이름과 늦음은 있을지언정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여왔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근현대는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추구했으며, 이것이 모든 것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 중의 척도로 자리잡아왔다. 물질은 눈에 보이고 민주주의나 인권의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일제의 식민지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향유해야 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짓밟았다는 데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해서 얻어진 물질적 토대가 해방 후 우리의 근대화와 발전에 필연적 연관관계가 있는지 불분명함에도, 단지 시간적으로 앞선 사건이라 해서 합리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해방 이후 역사적 사건들도 같은 맥락에서 보고 해석해야 한다. 현재의 결과만을 가지고 과거의 일들을 가능한 한 합리화하려는 시도가, 결과적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새 정부와 결합하게 되면, 역사에서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교훈을 찾고자 하는 모든 노력이 무화될 가능성마저 있다. 우리는 지금 역사를 주제로 하여 인식의 대립과 갈등에 직면하여 있다.

1 대안교과서를 식민지 근대화론과 관련지어 비판적으로 논의해보라.
2 역사를 평가하는 기준이나 척도에 대해 논의해보라.
3 ‘역사를 보는 관점에 따라 역사는 얼마든지 혁명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명제를 비판적으로 논의해보라.

〈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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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월 4일자

[책읽는 경향]경북에서-들꽃을 엿듣다

시가 읽을거리에서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느낌이 든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독자와 소통하지 못한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소통이 어려운 것은 난해하기 때문이다. 복잡 미묘한 정서를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으리라. 어쨌든 독자 없는 시는 불구다. 독자가 다가갈 수 있는 시가 아쉬운 참에 김윤현의 시집 ‘들꽃을 엿듣다’(시와에세이)를 읽는다. 가슴에 찡한 울림이 전해온다. 야생화를 제재로 하고 있는 60여 편의 시에서 맑은 영혼과 은은한 향기가 묻어난다.

야생화는 오염되고 건조한 우리 마음에 수많은 언어의 빛깔과 향기를 보낸다. 시인은 그것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담아낸다. 거의 마술에 가깝다. 그만큼 가까이 다가가 야생화의 순수한 몸짓과 영혼을 엿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시인은 꽃잔디를 두고 “자신을 위해서는 작게 가지려 하고 /남을 위해서는 크게 하려는 삶이다”. 그래서 “꽃을 피우지 않아도 꽃이다”라고 말한다. 경지에 오른 시심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진지하고 깨끗한 말이 화려하고 힘센 말에 묻혀버리는 수가 종종 있다. 김윤현의 시가 그렇다. 그는 야생화 같다. 시의 향기를 담으려고 묵묵히 애쓰는 시인이다. 눈길 많이 가지 않는 지방 어느 시인의 시에서 삶의 무한한 의미를 발견한다. 시가 아직도 유효함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 신재기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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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송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면
 나지막하게라도 꽃을 피우겠습니다
 꽃잎을 달고 향기도 풍기겠습니다
 이름을 달지 못하는 꽃도 많습니다
 토담 위라고 불만이 있을 리 없지요
 메마르고 시든 일상에서 돌아와 그대
 마음 환하게 열린다면 그만이겠습니다
 몸을 세워 높은 곳에 이르지 못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세상 살아갑니다

출처 : <들꽃을 엿듣다>(김윤현,시와에세이) p.11에서

 

* 개망초

가뭄에도 몸을 낮추어 견디고
목이 타는 햇볕에도 꽃을 피우는 개망초를 보며
이제 삶을 더 사랑하기로 했다

외진 곳이나 바로 서기 불편한 곳에서도
말없이 아름답게 피는 개망초를 보며
인생을 더 긍정하기로 했다

보아라, 비탈진 산하에서도
고개 끄덕이며 사는 것들은 다 아름답지 않은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흔들리며
낮은 곳에서도 꽃을 피우는 개망초를 보며
편편한 들판이 아니라 해도
가지런한 논둑이 아니라 해도
다 받아들이며 살기로 했다

출처 : <들꽃을 엿듣다>(김윤현,시와에세이) p.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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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8년 3월 4일자

[책읽는 경향]경남에서-우리들의 하느님

이명박 정부 들어서 더 심해질 듯하지만, 세상은 어디까지 내달릴 수 있는지 한번 보자는 듯한 양상이다. 스승의 존재는 이럴 때 더욱 그립다. 나는 작년에 작고한 권정생 선생이 만년에 남긴 산문을 모은 ‘우리들의 하느님’을 권한다. 내가 가진 책은 마분지 재질의 표지가 너덜너덜해지고 본문은 누렇게 변색돼 볼품 없지만, 지난 10여년간 때때로 이 책을 들춰볼 때마다 받았던 가르침과 위로는 작지 않다.

이 땅에서 70년을 살다간 선생의 주업은 ‘앓는 일’이었고 부업은 책읽기와 글쓰기였다. 선생은 방대한 분량의 독서를 하셨지만, 당신의 글은 가장 기초적인 어휘로 이루어져 있고, 담백한 입말이 살아 있을 뿐 문채(文彩)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선생의 글에는 힘 없고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진한 슬픔이 있다. 종교와 권력의 이름으로 군림하는 것들에 대한 노여움이 있고, 이 허망한 세계에서 인간으로 살기 위한 고통이 배어 있다.

‘우리들의 하느님’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의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출판사로부터는 ‘우리 책이 그런 방식으로 팔리길 원치 않는다’며 퇴짜를 맞았고, 선생으로부터는 ‘아이들에게 책을 고르는 즐거움을 빼앗을 수는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몇십만 부의 판매량을 눈앞에서 놓쳐버린 저자와 출판사의 ‘바보 같은 선택’은, 돌이켜보면 지난 십수년 동안 조금도 퇴색하지 않은 이 책의 정신적 가치를 지켜낸 혜안이었다.

〈 이계삼 밀양 밀성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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