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스레덴 내 안에 위대한 왕을 찾아서
조영문 글.사진 / 미래문화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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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청년이 쿵스레덴이라는 낯선 장소를 찾아서 트레킹하며 느낀 이야기 추천합니다. 이름도 낯선 쿵스레덴 트레킹 종주기라는데, 쿵스레덴이라는 지역은 정말 처음 들어봤다. 이 책을 통해서 세계 속에 숨어있는 낯선 장소를 알게 되어서 반갑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이 책이 그 갈망을 잘 채워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쿵스레덴이라는 장소는 스웨덴에 있다. 세계 10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북유럽 감성을 지는 멋진 장소가 떠올라 기대가 되었다. 요즘 출판계에, 특히 문학계에 북유럽 소설이 자주 등장해서 북유럽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렇게 쿵스레덴이라는 낯선 장소를 용감하게 직접 트레킹 하고 와서 책을 출간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단순히 트레킹 코스 소개 책을 넘어서 서른을 앞둔 스물 아홉살의 청년이 겪은 일과 감상이 잘 어우러져서 젊은 청년이 걸어왔고 걸어가야 할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사뭇 진지한 책이라고 본다. 65일동안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무작정 걸은 800km의 여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 긴 거리를 걸으며 저자는 무수히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젊은이의 고뇌. 갚지다고 생각한다. 그 나이 때의 감수성은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에 내안의 위대한 왕을 찾아서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뜻있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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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說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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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봄 무렵에 나는 연천의 xx사단 신병 교육대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날 저녁 훈련병들을 위문하겠다고 서울 모 교회 선교단이 왔다. 기독교 신자든 아니든 모두 모여, 그들이 펼치는 노래와 율동을 즐겼다. 집을 나와 몇 주만에 보는 민간인이자 여자들이라 호기심이 대단했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그들은 분위기를 바꿔  '우정의 무대' 주제곡을 연주했다. 분위기는 이내 가라 앉았다. '엄마가 보고플 때, 엄마 사진 꺼내 놓고~~'하며 시작하는 노래에 거기 모인 훈련병들은 즉각적인 반응들을 나타내었다. 훌적였던 소리가 멀리서 들리더니 이젠 내 옆에 앉은 아이도 훌적였다.  이젠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코 끝이 말할 수 없이 찡해졌다. 전염병 같았다. 부끄럽지만 그날 많이 울었다. 거기 모인 애들은 다 울었기 때문에 부끄러움은 자연스레 감추어 졌다. 군인들은  '엄마'라는 단어에 너무도 약하다...

이 일화는 내가 가장 최근에 보인 눈물에 대한 기억이다. 나는 눈물을 잘 보이지 않으려 애쓴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남에게 약점을 보이는 것 같아 싫다. 위 기억은 정말 어쩔 수 없이 흘린 눈물이다. 그런데 오늘 김훈 씨의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라는 산문집을 읽고서 울어 버렸다.

훈련병 때의 울음은  '엄마' 때문이었지만, 이번엔 '아버지'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정말 어쩔 수 없이 울었다. 김훈 씨의 글이 이토록 가슴을 찡하게 만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군더더기가 완전히 제거되어 있다.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 감추려 해도, 그 내면의 본질은 그의 시선에 의해 잔인할 정도로 간파된다. 그가 말하는 우리의 '삶'이 그토록  '절박한' 것이었나 하여 목이 메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힘들게 직장에 나가 벌어온 돈으로,  먹여주시고 학비대주시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는지 비로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서 아직 한참 멀었음을 뼈져리게 느꼈다. 밥달라고 보채고, 대학 등록금 내야 한다고 조르고, 용돈 적다고 투정부리고 할 때 마다 아버지가 느끼셨을 부담감과 책임감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제야 조금은 짐작이 간다.

하루 하루의 삶의 가치를 강조한 그 어떤 책 보다도, 이 책이 가져다 주는 삶의 가치는 숭고하다. 그의 표현대로 뜨거운 흰 쌀밥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것은 이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남자된 도리이며, 아버지 된 자의 책임인 것이다. 불 속을 해메대가 순직한 아이 하나를 둔 소방관의 죽음을 보고서 허탈감을 느끼고 그 희생 정신에 눈물이 났지만, 현재 이 땅의 대다수 아버지들의 처지를 보는 것 같았고 또한 그 모습이 나의 미래 모습인 것 같아 서러웠다. 이쯤 되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는데 또 부끄러워 얼굴을 한동안 못 들었다. 눈이 계속 빨갰다. 왜이리 감정이 추스려 지지 않을까. 이렇게 주체할 수 없게 슬픔이 밀려오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김훈 씨 때문이다. 그의 글에는 엄청난 혼이 실려있는 듯 하다. 글을 접해본 사람들은 그 느낌을 알 것이다. 정말 이상한 글들이다. 그토록 가슴을 울려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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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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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 웃었다. 이 책에 적힌 인도인들의 순박한 모습에.

기차를 타고 가다가 자기가 내려야 할 곳이라며 아무 곳에서나 비상 정지 케이블을 당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영혼을 쳐다 본다며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을 버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3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기차 좌석이지만 굳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태연한 척 앉아 있는 사람들 때문에, 좌석 3개에 어른 5명이 앉아서 가는 꼴이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한번도 인도에 가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무수히 많은 인도 사람들을 실제로 접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버스 이야기가 나오면, 남아시아인 특유의 체취로 가득한 만원버스에 내 몸이 실려 왁자지껄 떠들며 달리고 있는 듯하다. 저자가 기차 역에 도착하면, 내 앞에 물건 팔려는 장사꾼들이 물건 사달라고 여기 저기 손을 내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갠지스 강가에 서면, 갠지스 강 근처 시체 화장터에서 나오는 연기로 내 시각과 후각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점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저자가 10년동안 보고 느낀 에피소드를 편안히 방에 앉아 읽고 있자니 이것을 행운이라 해야 할 지, 아니면 직접 가보고 체험하지 못한 채 어쩔수 없이 책에 의존해야 하는 불행인지, 이 책에 나오는 인도 사람들의 말처럼 내 머리 속이 아리송해 졌다. 

이제 꼭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볼 일을 보는 것이고, 또하나는 드넓은 땅에 담요 하나 깔고 드러누워서 밤하늘의 수 많은 별들을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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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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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은 그 초판이 1993년 5월 20일에 나왔다고 첫 페이지에 적혀 있다. 난 이 책을 1994년 12월 14일에 구입했으니 만 1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이 책을 난 그동안 너무도 요긴하게 사용해 왔다. 책을 사용했다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이 책은 나에게 답사 길잡이 역할을 너무도 톡톡히 했던 것이다. 

평소에 문화 유산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책을 접하고서 참 반가웠던 게 이 책의 첫인상이었다. 그 후 이 책을 가이드 삼아서 가족들과 여행한 곳을 들자면, 저자가 '남도답사 일번지'라 칭한 강진/해남지역과 예산 수덕사, 서산 개심사, 고창 선운사를 들 수 있다. 또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에서 소개한 영주 부석사도 이 책을 끼고 갈 수 있었다.

특히나 서산 지역에 위치한 개심사란 절을 알게 된 것이 크나큰 소득이었다. 이제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놓여져서 개심사로의 접근성이 굉장히 수월해졌다.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서산IC로 나온 후 삼화목장을 지나 개심사에 도착하는데는, 넉넉잡고 1시간반이면 된다. 규모면에서는 크지 않은 절이다. 하지만 절이 자리잡은 모습과 그 절이 풍기는 분위기는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음의 안식을 찾는데 더없이 좋음을 갈 때마다 느낀다. 마음이 안 잡히고 머리 속이 근심 걱정으로 가득차 있을 때 개심사를 들르면 몸과 마음이 열리는 기분이다.

저자는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고 책머리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좋은 작품을 좋은 선생과 함께 보는 것'이 미술품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길임을 스스로의 체험으로써 강조하고 있다(p.322). 난 이 책을 통해서 우리 나라 문화재에 대해서 많이 친숙해 질 수 있었고, 문화재를 찾아가 직접 느끼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유홍준씨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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