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자 민해연의 말처럼, 대개 서너 권 이상, 심지어는 열 몇 권은 되어야 좀 썼네, 하는 소리를 듣는 무협소설계에서 단편이라... 게다가 그 단편들을 모아서 책으로 낸다...  

척박한 한국의 장르문학계에서 일견 무모하게까지 보여질 수 있는 기획이건만, 버젓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온 단편집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어떻게? 바로 진산이니까. 

작가는 그 명성에 걸맞게, 빼어난 필력과 치밀한 구성을 양념 삼아 독특한 향취를 풍기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 무협소설의 감성이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의 확인이다. 무협소설이라는, 크게는 장르소설이라는 범주는 다만 소재와 배경을 위한 틀일 뿐, 그것만으로 규정짓기 곤란한 수준 높은 주제 또한 보여주고 있다. 武의 추구가 그 궁극에서 道의 경지와 합일하듯.  

正과 邪를 나누고 딱지 붙이는 시정 잡배들의 속좁은 구분은 되려 그 본질을 못 보게 할 뿐, 이미 경계를 넘어선 대가에게 그것은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계속 훨훨 날아다니며 춤추었으면 좋겠다, 그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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