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받은 CD들을 아직 한 번도 듣지 못하고 있다. 확실히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집에서는 아예 들을 생각도 안한다. 게다가 계속 책을 읽고 있으니 더 그렇다. 한번에 한가지 밖에는 재미를 못 느끼는게 문제다.

 

Iron Maiden, Fear Of the Dark

Iron Maiden은, Rainbow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다. 이들의 공격적인 사운드, 특히 스티브 해리스의 강렬한 베이스가 마음에 든다. 부르스 디킨슨의 보컬은, 이들의 사운드와 잘 어울리긴 하지만, 그닥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좀 둔탁한데다 마초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물론 Iron Maiden의 많은 팬들은 그 점을 더 좋아할테지만.) 오히려 첫 앨범의 폴 디아노가 계속 보컬을 맡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의 미성과 거친 사운드가 더 멋진 조화를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Fear Of the Dark은 콘서트에서 워낙에 많이 부르는 유명한 곡이라 알고 있지만, 다른 곡들은 모른다.

 

Strapping Young Lad, City  &  Devin Townsend, Terria

데빈 타운젠드의 Accelerated Evolution이 좋아 구입한, 그의 다른 앨범들. 특히 이 두 장의 앨범은 실험적인 사운드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하는데, 궁금하긴 하지만 집에서는 별로 듣고픈 마음이 일지를 않는다. 지금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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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의 밤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폴 오스터의 소설을 읽을 때 생기는 문제는, 도무지 그의 글을 느긋하게, 온전히 즐길만한 여유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언제나 시작은, 이번에는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야지, 마음먹지만, 조금씩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확 빨라지는 것을 제어할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남아 있는 페이지가 얼마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면, 낭패감마저 느낀다.

어떤 소설은 결말이 못내 궁금해서 기어코 마지막 부분을 먼저 읽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폴 오스터의 경우엔, 결말이 아니라 이야기의 진행 자체가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별개인 듯 보이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것들이 서로 이어진 고리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접점이 이루어질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책을 통째로 삼켜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진다.

확실히 폴 오스터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다양한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하나의 주제 아래로 통합해 나가면서, 극적인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아, 그러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이 내게는 문제다. 그의 소설에는 항상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등장하고,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는데, 그런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보고 싶은데, 다음 페이지에 대한 궁금함을 못 이겨 그만 다 잊어버리고 책장을 넘긴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를 끝내고 나면, 그의 소설을 절반밖에 누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환상의 책>에 이어 <신탁의 밤>도, 너무 빨리 끝내서 못내 아쉬운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폴 오스터 특유의 소설 속 소설이 등장한다. 화자인 소설가 시드니 오어는 우연히 구입한 파란 노트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그 소설의 주인공인 편집자 닉 보언은 실비아 맥스웰이 쓴 <신탁의 밤>을 읽는다. 시드니 오어의 삶과 그가 쓴 소설이 나란히 진행되면서, 독자는, 그가 쓴 소설과 그 소설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소설 <신탁의 밤>의 내용이 어떻게 그의 삶과 연결되는지를 볼 수 있다. <환상의 책>에서 폴 오스터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작품이 과연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소설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말한다. 소설이 단지 삶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구체화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건 아마도,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일련의 고찰일 것이다. 이 사람의 글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가진 필력과 더불어, 글쓰기에 관해, 인생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한다는 데에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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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haGreen 2004-08-1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폴 오스터 작품은『공중 곡예사』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아주 빨라지게 된다는 것에 동감합니다^^

urblue 2004-08-1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곡예사, 아주 좋아합니다. 뉴욕 삼부작, 리바이어던, 환상의 책까지, 폴 오스터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작가라니까요. ^^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 <신탁의 밤>을 아쉬운 마음으로 끝내고, 유홍준의 시집을 보다가 내던지고,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시작하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처음에는 지겨웠지만, 점점 흥미를 돋우는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상권을 다 읽고, 결말이 다가올 때까지도 도대체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헷갈리고 있었다. 페르미나 다사에 대한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병적인 집착을 사랑이라고 말하려는 걸까, 그래서 제목이 콜레라 시대의 사랑인가, 갸우뚱거렸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이 국내에서 어째서 이슈가 되지 않았을까?

유홍준의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을 꼼꼼하게 읽은 건 아니다. 다만 그의 글에서 묻어나는, 콤플렉스랄까 스트레스랄까, 하는 짓눌린 감정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신탁의 밤>, 역시 재미있다. 얼마 전 읽은 <환상의 책>을 폴 오스터의 최고작 중 하나라고 꼽고 싶은데, <신탁의 밤>은 그보다 무게감은 좀 덜하지만 재미만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너무 빨리 읽어버려 서운할 지경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다빈치 코드>를 예약 주문하다. 선착순 300명에게 5,000원 적립금을 준다는 메일을 보고는 얼른 주문해버렸다. 출간되지 않은 작품을 주문한 것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에 이어 두번째다.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것도 싫어하고, 이벤트니 뭐니 하는 것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 웬만하면 예약 주문은 안하는데, 그냥 마음이 동했다. 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명화를 조그만 판넬로 만들어 파는 것을 보았다. 가로 세로 15cm 정도의 작은 사이즈인데, 너무 예뻐서 집에 걸어두었으면, 싶었지만, 걸 데가 없으므로 그냥 돌아섰다. 그 때, 여러 그림들 가운데서 유독 클림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클림트, 황금빛 유혹>도 같이 주문.

 

 

 

 

 

 

리뷰 쓰는 걸 상당히 귀찮아하고 있다. 읽으면서, 리뷰를 쓰고 싶다, 생각한 책이 몇 권 있는데,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 싫어 미루다 보니, 머리 속에 남아 있던 내용과 느낌과 생각이 점점 옅어진다. 책 읽는데 다시 재미를 붙였으니, 이제 리뷰도 남기도록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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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지하철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라고 묻는 동료들에게 '나라 경제를 생각해서'라고 답했지만, 사실은 저녁에 운전하기가 힘들어져서이다. 왠일인지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고, 퇴근할 때는 졸음으로 머리가 띵해져서 운전하기가 죽도록 싫다.

운전하는 것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음악을 크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음악을, 주로 락을, 차에서 듣는 편이다. 락은, 크게, 쩌렁쩌렁 울리도록 듣는 게 좋은데, 집에서는 아무래도 크게 틀어놓을 수가 없다. (옆집 애들이 경기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전에 동생은, 내가 음악을 들을 때마다 방문을 열고 '시끄러워!!'라고 소리치곤 했다. 내 차에서는, 그런 말을 들을 필요도, 다른 사람 신경쓸 필요도 없다. 게다가 따라 부를 수도 있다. 퇴근 시간이면 항상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몸을 들썩이며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아무리 차가 밀려도 전혀 지겹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어떤 날은, 도로 사정이 좋아 금방 집에 도착하는 게 싫어질 정도다.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게 좀 아쉽기는 하다. (CDP가 없는 관계로) 하지만 그 시간을 책 읽는데 쓸 수 있다. 그동안 영 집중을 못하고 속도도 느려져 있었는데, 이제 좀 탄력을 붙여봐야겠다. 책상 위에서 먼지 뒤집어 쓰고 앉아 있는 책들아, 잠깐만 기다려라. 곧 예뻐해 줄테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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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시작하다. 주위가 어수선한 상태에서 별로 집중하지 못한 채 읽다보니 초반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원래 재미가 없나... <백년 동안의 고독>은 무지 좋아한다. 근데 생각해보니 마르케스의 다른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보통 한 작품을 좋아하면 다른 작품도 찾아 읽기 마련인데, 마르케스는 좀 이상한 경우다. 어쨌거나 오늘 좀 더 집중해 읽어보고, 그래도 영 재미를 못 찾으면, 그만둬야지 뭐, 어쩔 수 있나...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폴 오스터의 신간과 재출간된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내 이름은 빨강>과 <喪家에 모인 구두들>이다. 이번에 구입한 것들은 책상 위에 쌓여있는 시간이 짧아질 듯 하다. 하나같이 당장 보고 싶은 것들 뿐이니까. 

유홍준의 시집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 좀 무겁다. 아무래도 화창한 월요일인데, 이런 날에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저녁 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은 喪家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 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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