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시작하다. 주위가 어수선한 상태에서 별로 집중하지 못한 채 읽다보니 초반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원래 재미가 없나... <백년 동안의 고독>은 무지 좋아한다. 근데 생각해보니 마르케스의 다른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보통 한 작품을 좋아하면 다른 작품도 찾아 읽기 마련인데, 마르케스는 좀 이상한 경우다. 어쨌거나 오늘 좀 더 집중해 읽어보고, 그래도 영 재미를 못 찾으면, 그만둬야지 뭐, 어쩔 수 있나...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폴 오스터의 신간과 재출간된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내 이름은 빨강>과 <喪家에 모인 구두들>이다. 이번에 구입한 것들은 책상 위에 쌓여있는 시간이 짧아질 듯 하다. 하나같이 당장 보고 싶은 것들 뿐이니까. 

유홍준의 시집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 좀 무겁다. 아무래도 화창한 월요일인데, 이런 날에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저녁 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은 喪家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 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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