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의 늪 허우적대는 음울하고 참담한 ‘나의 세대’


… 그러나 돈이 없다. 병석은 유일한 재산인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결혼식 장면을 찍으러 다닌다. 갈비 집에서 숯불도 피우고, 선배를 따라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성인 비디오도 팔아본다. 그사이에 형은 자기 이름으로 대출을 한 다음이고, 이제 그 빚을 떠안게 된다. 처음에는 직원이 찾아오고, 다음에는 깡패가 찾아온다. 그러는 동안 병석의 애인 재경은 사채업자 사무실에 취직하지만 우울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짤린다’. 인터넷 홈쇼핑에서 물건을 떼어 친구들에게 팔려고 하지만 피라미드 사기에 말려든 것을 알게 된다. 병석은 비디오 카메라를 팔아야 하고, 재경은 카드깡 업자를 찾아 전전한다. 이제 그들의 청춘은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이미 끝난 것일지도 모른다.

노동석이 각본을 쓰고 (그의 영화 아카데미 동기들을 이끌고) 연출한 첫 번째 (디지털) 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의 주인공은 사실상 신용카드다. 카드는 병석과 재경의 삶을 휘저어 놓는다. 그들은 하여튼 카드를 채워 놓아야 한다. 은행 현금출납기의 친절한 (녹음) 목소리는 매정하고, 그들의 휴대폰으로 돈 때문에 쉴 사이 없이 그들을 찾는다. 배고픈 카드는 그들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사정없이 조른다. 이 유령 같은 물신의 관계 속에서 (모노로 촬영된) 흑백화면은 사실주의적이기는커녕 차라리 카드 물신주의 시대의 추상화된 현실을 반영하는 음울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세계에 거의 멈춰선 카메라는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절망감의 알레고리다. 그들이 만나는 인간들은 모두 돈 이야기만 한다. 그런데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무 아래서 서성거리면서 배가 떨어지기만 기다릴 뿐이다. 배는 그들이 그곳을 떠난 다음에야 떨어진다. 상영시간 85분 동안 단 한 차례도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여기에는 정치적 비전도 없고, 그렇다고 현실과의 싸움도 없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얼 해볼 수도 없다. 이것이 노동석이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저 보기만 해도 짜증스러운’ 나의 세대다.

빈곤의 미학으로 찍힌 이 영화는 대부분 지루한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야기는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 인물들은 무표정하며, 가끔 대사로만 그들의 감정을 드러낼 뿐이다. 영화는 종종 길을 잃듯이 세상의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 어디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은 만날 수 없고, 다만 세상을 이루는 단편들이 두서없이 웅성거린다. 그러나 그 어떤 영화적 기복도 없이 장소와 상황만 있는 이 외로운 영화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사소한 시간들에 있다. ‘나의 세대’가 만나는 세상은 그 사소한 잔인함의 일상생활로 넘쳐난다.

그런 그들이 희망을 안고 세상을 ‘총천연색’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서다. 그러나 오늘이 지나면 그 카메라를 팔아야 한다. 병석은 재경의 진실을 담고 싶다. 그래서 그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고 몇 번이고 묻는다. 재경은 눈물을 흘리면서 대답한다. “카메라 끄면 대답할게.” 그러면 길게 이어지는 게임 속의 자동차를 보면서 영화는 끝난다. 떠날 데 없는 탈출 불가능의 참담함. 아무런 위로도, 진실도, 비전도 담지 못하는 영화 앞에 선 무능력은 ‘나의 세대’의 유일한, 뻔한, 불가피한, 그저 그런, 하지만 그래도 버텨야 하는 메시지다. 용기를 내라고? 그러나 돈이 없다….

정성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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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영화를 보고, '꼭 가야 돼?'라고 묻는 친구를 끌고 광화문엘 갔다. 5시 전이었는데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었고, 여기저기 단식중이라는 연두색 표지를 단 사람들이 보였다.

아스팔트 바닥에 종이와 목도리를 깔고 앉았다. 원체 추위를 많이 타서 따뜻하게 입느라고 입고 나갔는데, 찬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엔 그럭저럭 견딜만 했으나, 두 시간이 넘어가고 세 시간 가까이 되니,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리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결국 참지 못하고 교보문고로 들어가 몸을 녹였다. 친구는 오히려 멀쩡했는데, 내 상태가 좀 심각했나보다. 날 보면서 불쌍해서 못 봐주겠다 한다.

식당에서 따끈한 칼국수 국물을 먹는데, 마로 아빠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단식 47일 째 (오늘로 48일째), 몹시 지치고 기운이 없을텐데도 힘차게 국보법 폐지를 외치던 그 분. 단식 뿐만이 아니다. 그 분이 계시는 그 방은 난방 시설도 되어 있지 않다 했다. 겨우 세 시간 찬 바닥에 앉아 있던 걸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힘들어했는데, 마로 아빠의 힘겨움이야 오죽할까! 그걸 바라보는 조선인님의 심정이 어떨지 조금, 아주 조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더운 물로 샤워를 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서도 계속 떨었다. 안타까움과 미안함과 분노가 뒤섞인 상태로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눈을 뜬 아침, 오늘도 나의 일상은 이렇게 계속된다. 그리고 그저 마음으로만 마로 아빠와 조선인님을 응원할 뿐이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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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2-1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오셨군요! 만났으면 좋았을걸.

urblue 2004-12-1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자리 어딘가 님과 깍두기님과 조선인님이 계실거라 생각하고 혼자 정겨워했다지요.

다음 기회에 만나뵙도록 하죠. ^^

로드무비 2004-12-2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안 걸렸어요?

저는 그 시간 아이 어린이집 발표회 갔다왔습니다.

푹 주무세요.

 
 전출처 : 새벽별을보며 > 비즈, 어디에서 배워야 할까?

어느 분의 요청하셔서 페이퍼 작성합니다. 원래 그 분 서재에 쥔장 보기로 댓글 남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길이가 길어져서 그냥 제 서재에 낑겨 넣기로 했습니다.
사실 처음 낚시줄 잡은지 넉 달 째 되는 초보가 이런 페이퍼를 쓰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전번에 어느 님께도 제가 약속드린 것이 있어 그냥 민망함을 무릅쓰고 적어 나가렵니다.

직장과 집을 땡칠이처럼 혀 빼물고 헥헥거리며 왔다갔다 하는 저로서는 문화센터나 여성회관이나 혹은 비즈샵 같은 곳에서 강의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순전히 혼자 배우는 수밖에 없었지요. 이 페이퍼는 비즈를 혼자 시작하실 분을 위하여 작성하는 페이퍼입니다.

1. 비즈를 배운 싸이트

저는 주로 이 두 쇼핑몰을 이용했습니다.

                                                              데코타운 : http://www.decotown.net/

DIY 패키지도 있고, 도안이 꽤 있습니다. 도안을 보시려면 회원 가입을 해야 하고, 쇼핑몰이므로 회원 가입을 무료입니다. 처음에 뭘 모를 때에는 여기에서 패키지 조금 사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즈 공예 기초 지식이란 코너도 있어서 천천히 읽어보면 조금 감이 옵니다.
처음에는 조금 돈이 아깝지만 쉬운 패키지로 구입하여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패키지를 사서 만들다가 잘 모를 때에는 이 쇼핑몰 운영자에게 게시판이나 전화상으로 문의하면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고 하는데 저는 문의는 이용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기초공구 셋트를 파는데 썩 좋은 공구는 아니지만 유용합니다. 특히 처음 시작할 때에는 공구를 뭘 사야 할지 감이 안 오는데 셋트로 사 버리니 아주 좋았습니다. 낚시줄도 50미터 짜리이기는 하지만 셋트에 들어 있었구요.
제 주변에 저를 따라 비즈 시작한 사람들도 다 이 셋트로 샀답니다.
재료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구요.
그리고 비즈통과 상자를 사시기를 권합니다. 패키지로 산 경우에도 이 비즈통은 꽤 유용했습니다.
비즈통과 상자는 대부분의 비즈 쇼핑몰에서 비즈부재료로 취급하여 팔고 있습니다.
참, 이 싸이트에서 처음 주문하실 때 스왈롭스키 색상표를 넣어 달라고 꼭 주문 사항에 적으셔요. 처음에는 크리스탈 색상 이름을 들어도 감이 안 와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답니다.

(도안이란 구슬 꿰는 순서를 그려 놓은 그림입니다.)

                                                  비즈룩 : http://beadslook.com/shop/index.php

월간비즈룩이라는 잡지도 만들어내고 있는 쇼핑몰입니다.
앞서 소개한 데코타운에 비해 다루고 있는 물건이 꽤 많습니다. (단, 원석이나 캐츠아이 종류는 좀 적은 편입니다. 주로 스왈롭스키 크리스탈을 취급하고 점점 다양하게 갖춰 놓는 추세입니다.)
강점은 도안이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많은 도안을 볼 수 있으며, DIY패키지의 종류도 매우 많고 별 갯수로 난이도를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초보들도 부담없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그 패키지 가격이 좀 나간다는 것이지요...
(지금 패키지를 50% 할인 행사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 지인은 비즈 시작한지 두 달 째인데 이곳 패키지를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비즈 재료의 공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동대문 시장 쪽 용어를 그냥 사용하는 다른 싸이트와는 재료 이름이 많이 다릅니다. 나중에 필요하신 분 서재에 제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외에도 특별히 예쁜 것을 파는 싸이트 등이 있는데 필요하시면 추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쇼핑몰 광고 같아서 자제하려 합니다.)

2. 어떻게 시작할까?

제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 한정지어 말씀드린다면 (당연히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지만...) 처음에는 돈이 좀 들지만 DIY패키지 쉬운 것으로 시작하시기를 권합니다. 비즈룩 같은 경우 별 하나나 두 개 짜리로. 강습비만큼 들지는 않으니까요. ^^;;
필요한 만큼만 재료가 들어 있어서 신경써서 재료를 주문할 필요가 없고, 칼라로 인쇄된 도안이 같이 들어 오기 때문에 보기도 편합니다.
다만 9자 핀이나 T핀이라는 것을 사용하는 패키지는 제일 처음에는 하지 마시고, 두번째나 세번째 쯤에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제일 처음에 9자 핀으로 시작한 제 지인은 너무 힘들어서 손에 물집이 잡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낚시줄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시작하시구요, o링이라는 것이 있는데 제일 처음에도 이 정도는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시작하시다가 조금 지나면 도안을 보십시오.
도안 처음에 필요한 재료가 쭈욱 나옵니다. 그러면 이제 재료만 주문하고 도안은 인터넷에서 보고 만드는 겁니다. 재료비가 훨씬 적게 듭니다. 이 주문 과정이 좀 머리가 아픕니다만 익숙해지만 쇼핑의 즐거움을 누리시게 될 겁니다.

9자핀이나 T자핀을 다루게 되실 때에는 넉넉하게 사셔서 (사실 이거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기본 단위로만 주문해도 됩니다.) 비즈 작품과는 관계없이 핀 구부리는 연습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 모양이 예쁘게 나와야 귀고리, 목걸이 등을 잘 만들 수 있답니다.

피아노줄과 와이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조금 지난 다음에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직조라는 것도 그렇구요.
조금 지나시면 아마 공구도 좀 좋은 것으로 바꾸고 싶어지실 겁니다.

3. 비즈 관련 도서

저는 이런 책들을 먼저 샀습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나와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제가 비즈 싸이트 같은 것을 알아보지 않고 그저 남들이 퀼트를 시작하니 나도 비즈를 하자라는 일념에 불타서 무조건 주문한 책이라 사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어지간한 내용은 인터넷에 다 있더군요.
 그래도 특별히 모르는 점은 이 책에서 배웠고, 여러 기초 도안이 있어서 조금 쓰기는 했습니다. 제 지인들은 책을 전혀 사지 않고 모르는 점은 제게 물어서 배웠습니다.



씨디가 같이 들어 있다고 해서 혹시 도움이 될까 하고 샀지만 씨디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도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앞에 몇 장 들춰 보기는 했습니다.
 결국 지금은 지인에게 장기 대출 중입니다.


책 중에 조금 평가가 괜찮은 것은 이 책인가 봅니다.
저는 이 책을 사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제 결론은, 책은 그다지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부족함을 느낄 때 구입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신 월간 비즈룩 한 권 정도 구입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즈룩 싸이트에 다 패키지로 오르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쪼끄만 인터넷 화면에서 작품을 보는 것하고 큼직한 사진으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릅니다.
남이 만든 것을 많이 보고 보는 눈을 키우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스왈롭스키 색상표도 들어 있고, 용어 사전도 있고, 한 권 정도는 구입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아주 쉬운 DIY패키지 별책 부록도 있구요. (그야말로 난이도 별 하나 짜리 부록입니다.)
저도 몇 권 샀답니다.

4. 비즈에 풍덩 빠지려면?

넉 달 짜리 초보가 말씀드리자면 (왕초보는 아니라고 자부합니다.) 주변에 실컷 자랑을 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품을 뺏기는 마음아픈 일도 발생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쁘다!" 한 마디가 큰 원동력이 됩니다. (아아... 제가 올리는 것에 칭찬을 해 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절대로!)
또한, 많이 만들어 보셔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요?
저는 직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답답할 때 정신 수양으로 비즈에 몰두했습니다. (직장인이 이런 얘기를 하자니 한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사실 초보치고는 꽤 많이 만들 수 있었고, 시작한지 한 달 반만에 의례 난이도가 고급으로 매겨지는 작품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비즈 강좌를 알아 보니 제가 만드는 수준의 작품 지도를 하는 게 고급 과정이더군요. (창업 과정은 아니구요...) 그런데 그 강좌비가 꽤 비싸서 괜히 우쭐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자랑하시고, 자기 작품을 스스로 예뻐라 하시고, 남의 작품 많이 보셔서 (인터넷에 비즈 동호회가 널려 있답니다.) 안목을 키우시고, 가능한 범위에서 많이 만들어 보시고.
제가 권해 드리고 싶은 일들입니다.

이외에도 또 필요하신 사항이 있으면 제가 답변해 드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성심성의껏 알려 드리겠습니다. 제가 모르는 것은 구슬대마왕이신 너굴님이 계시니 사실 걱정 안 합니다!

아아.... 쑥스러운 페이퍼를 마칩니다. 도움이 되셨는지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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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는 작년에 행시에 합격하고 4월부터 지금까지 연수를 받았다. 다음 주에 발령을 받는다고 한다. 그 동안 몇 번 만났는데, 녀석의 말을 듣고 있으면 갑갑해지고 씁쓸해진다.

농담이겠지만, 녀석은 처음부터 복지부동의 자세를 견지하겠노라 말하곤 했다. 그러면 나도 농반 진반으로,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욕먹는거야, 하면서 웃었다. 그런데 하는 말이 갈수록 태산이다. 교육 중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튀지 마라, 나서지 마라, 바꾸려고 하지 마라' 라고 한다. 구체적인 예까지 들어가며, 어느 부처의 누구는 언제 어디서 이렇게 나서서 입바른 소리 했다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따돌림당하며 힘들어한다, 그러니 너희들도 조심해라, 라고 친절하게, 진지하게, 위협적으로 가르쳐준단다. 지금 후배는 약간 얼어 있다. 진짜로 찍혀서 고생하게 될까봐, 사람들에게 트집 잡히지 않도록, 둥글둥글 원만하게,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다.

어떤 말 끝에, 좀 흥분해서 공무원을 성토하고 말았다. (이놈의 성질머리가 어디 가겠는가. -_-) 그러자 후배가 발끈해서 그들을 변호한다. 힘들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많다, 일부 문제 있는 사람들은 어디나 있는데 어째서 공무원에게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는거냐, 공부한 노력과 업무의 강도에 비해 보수는 형편없이 적은 편이다, 등등.

공무원을 싸잡아서 비난하려는 생각 없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정도라도 굴러가겠는가. 다만, 그 조직 자체의 폐쇄성과 보수성, 공무원이라는 신분에 대한 망각, 특권 의식 등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도 후배가 얘기해 준 내용을 바탕으로 지적한 것이다.

후배는 자기 입으로 자기가 본 걸 말해 놓고도, 내 열띤 반응에 놀랐던 모양이다. 그토록 열심히 변호하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너도 그 조직에 편입한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입이 쓰더라.  

지금쯤 녀석도 기분이 좋지 못할 것이다. 사회 경험이 전무한 녀석에게 그렇게까지 말하는게 아니었나. 좀 더 요령있게 대했어야 했을텐데, 한 번 말을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열을 내게 되니, 원. 언제쯤 이 버릇을 고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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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1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버릇 고치지 마요.^^

반딧불,, 2004-12-18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 많이 상하셨겠어요.

제가 죽어도 못할 일이 그 일일거예요.



너무나 갑갑하쟎아요?? 서로서로 떠넘기기 바쁘고요.

복지부동해야 오래 하더이다. 휴~~

깍두기 2004-12-1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수 중에 그딴 말이나 해주는 작자들이라니....하긴 교사 연수도 비슷합니다. 튀지 말란 얘기는 아니지만 하여간 듣기 안 좋은 말이죠. 선배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니꿈을 펼쳐봐' 이럴 수는 없는 걸까요ㅠ.ㅠ

비연 2004-12-1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튀지 마라, 나서지 마라, 바꾸려고 하지 마라' ..아니 아직도 공무원들은 이런 전근대적인 교육을 서슴없이 공식적으로 하는군요...씁쓸함다..ㅡㅡ+

2004-12-18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4-12-1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일하는 건 좋은데, "어떻게 열심히" 일하느냐가 더 문제인 것을... 지방도시의 시청에서 일하는 제 남동생도 답답하게 굴더군요. 그 물에 들어가면 다 저래지나 씁쓸한 생각이...
 
 전출처 : 水巖 > 황인숙 - 강

 

                              <  강  >

                                           -  황    인    숙  -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최근 제23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황인숙 시인의 시집 ‘자명한 산책’(문학과지성)에 수록된 시 ‘강’. 듣는 이에게 꽤 야속하게 들릴 것 같은 시 ‘강’이 작가들과 네티즌의 입에, 또 글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설가 김형경씨는 최근 펴낸 심리 에세이집 ‘사람풍경’(아침바다)에서 이 시 전문을 인용하며 삶의 의존성을 넘어선 진정한 자아의 독립에 대해 풀어냈다. 김씨는 “우정이며, 이타주의이며, 휴머니즘이라는 생각에서 예전에는 누군가의 하소연, 고통의 토로를 몇시간씩 들어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이 내면의 고통이나 삶의 어려움과 맞서지 못한 채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방어적 태도였으며 무엇보다도 억압된 의존성의 표출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뒤 모든 이타적 행위, 타인을 보살피는 행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한밤중에 걸려온, 고통을 호소하는 후배의 전화에 “성인이 된 네가 스스로 보살펴야 해”라고 말했단다. 의존성이 극복되는 지점이 바로 진정으로 독립할 때 맞는 감정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같은 맥락에서 김씨는 황씨의 시 ‘강’이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담아낸 것으로 시를 읽을 때마다 겉으로 관대하고, 초연해 보이는 시인인 황씨 역시 자신처럼 꽤나 많은 의존적인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외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를 하소연하는 대상이 됐던 것 같다고 풀어냈다.

또 이 시는 잡지의 편집자 레터에 자주 인용되기도 하고, 숱한 네티즌들의 블로그와 카페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인생이 나한테만 관대할 거라는 환상을 버려라’라는 말과 함께 시를 인용하기도 하고, ‘사람 관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라는 글과 함께 시를 풀어놓기도 한다. 모든 이의 삶은 힘들다는 것을 강렬하고도 역설적으로 표현한 시가 독자들에겐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것이 김씨가 지적한 것처럼 독립적 인간들간의 관계이든,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고 만나는 젊은 세대의 ‘쿨’한 정서이든.

이에 대해 정작 황씨는 “좀 몰인정한 시지요. 엄살이 혐오스럽다는 이야기예요. 물론 그 사람에겐 엄살이 아니겠지만,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하소연하는 것 자체가 엄살이지요”라며 “결국 나도 살기 힘들다는 뜻이에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힘듦 때문에 시를 쓴다”라며 “결핍감, 일상의 고난함, 어려움, 그 속의 절실함이 없으면 시를 쓰지 못하겠지요”라고 말한다.

한편 김수영문학상에 대해서도 시인은 “김수영의 열렬한 독자지만 정치적, 윤리적 감수성을 문학속에 버무려냄으로써 정치와 시를 동시에 밀고 나가는 일에는 능력도 관심도 없었다. 김수영의 이름을 딴 상을 받는다는 것은 다소 겸연쩍은 일이다. 하지만 상을 받는 것은 즐겁고 기쁜 일이다”라고 말하며 예의 ‘쿨’한 시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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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12-17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hanicare 2004-12-17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김수영 문학상은 좀 어울리지 않는군요.황인숙의 시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urblue 2004-12-1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인숙의 시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이 시가 처음인데, 역시 김수영 문학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네요.

로드무비 2004-12-1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쓸데없는 말 늘어놓은 것 같아 삭제하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