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영화를 보고, '꼭 가야 돼?'라고 묻는 친구를 끌고 광화문엘 갔다. 5시 전이었는데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었고, 여기저기 단식중이라는 연두색 표지를 단 사람들이 보였다.
아스팔트 바닥에 종이와 목도리를 깔고 앉았다. 원체 추위를 많이 타서 따뜻하게 입느라고 입고 나갔는데, 찬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엔 그럭저럭 견딜만 했으나, 두 시간이 넘어가고 세 시간 가까이 되니,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리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결국 참지 못하고 교보문고로 들어가 몸을 녹였다. 친구는 오히려 멀쩡했는데, 내 상태가 좀 심각했나보다. 날 보면서 불쌍해서 못 봐주겠다 한다.
식당에서 따끈한 칼국수 국물을 먹는데, 마로 아빠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단식 47일 째 (오늘로 48일째), 몹시 지치고 기운이 없을텐데도 힘차게 국보법 폐지를 외치던 그 분. 단식 뿐만이 아니다. 그 분이 계시는 그 방은 난방 시설도 되어 있지 않다 했다. 겨우 세 시간 찬 바닥에 앉아 있던 걸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힘들어했는데, 마로 아빠의 힘겨움이야 오죽할까! 그걸 바라보는 조선인님의 심정이 어떨지 조금, 아주 조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더운 물로 샤워를 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서도 계속 떨었다. 안타까움과 미안함과 분노가 뒤섞인 상태로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눈을 뜬 아침, 오늘도 나의 일상은 이렇게 계속된다. 그리고 그저 마음으로만 마로 아빠와 조선인님을 응원할 뿐이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