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건물이 통계청에서 관리하는 ‘표본’이란다.
지난 달 통계청에서 왔다 간다고 문 앞에 붙인 쪽지를 몇 번이나 본 후 어찌어찌 통화가 되어 저녁 시간에 집으로 사람이 찾아왔다. 거주자 전원의 직장과 소득 등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내 앞에 살던 사람의 기록도 남아 있었다. 이런 거 일일이 알려주기도 꺼림칙하지만 통계가 나오지 않으면 정책을 세우기 어려울 테니 일단 협조. 돌아가면서 한 가지만 더 해달라고 부탁한다. 나중에 일정 기간을 정해 근로 시간을 조사하니 양식을 채워 달라는 것이다.
지난 주에 그 양식을 받았다. 애인과 내 이름이 적혀 있고 일요일(5/14)부터 토요일(5/20)까지의 근로 시간을 써 넣게 되어 있다.
나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 주당 근로 시간은 딱 40시간이다. 평균 역시 40시간.
애인은, 일요일 5시간, 그 이후에는 10~14시간. 합계 70시간 가까이. 그나마 집에서 일한 시간은 조금 뺐고, 전 주는 일요일이 쉬는 날(임에도 집에서 5시간 일했다.), 그 주는 토요일이 쉬는 날이어서 또 몇 시간이 빠진 것이다. 본인은 지금이 대목이라서 그렇다고, 평상시에는 그렇게 일을 많이 하지 않는다며 평균 60시간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렇지만 1년 넘게 데이트를 한 내가 보기에는 평상시에도 거의 그랬다.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입에 붙어버린 하수상한 시절에 야근 한 번 없이 매일 칼퇴근 하는 내가 이상한 건지, 매일 나보다 5시간을 더 일하는 애인이 이상한 건지. 둘 다 이상한 걸까. 주당 근로 시간이 30시간이나 차이가 난다는 건 정상은 아닌 듯 하다.
아무튼. 반복되는 야근에 피곤에 절어 돌아오는 애인을 보면 불쌍해 죽겠다니까. (절대, 나랑 놀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그런데, 남들은 보통 몇 시간이나 일하는 걸까.
얼마나 일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