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까르티에-브레송 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했었고, 더불어 영화도 하나 보자 싶어, 평상시에 전혀 이용하지 않는 '시너스 플러스'에 예약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영풍문고에서 신간 서적을 뒤적이고 있는데, 안내 방송이 흐른다. '카스테라의 작가 박민규 사인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어쩌고..저쩌고..'

흠, 이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번 교보에서는 그냥 지나쳤는데, 또 만나다니, 게다가 마침 그날 읽으려고 들고 나갔던 책도 <카스테라>였다. 이쯤되면 인연이라 할 법한데, 사인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친구랑 농담을 했다. 그리고 키득거리며 줄을 섰다.

박민규씨는, 대체 뭘 하는지 제법 긴 시간 동안 책에 머리를 박고 있다. 사인을 하는 동안 절대 고개를 들지 않는다. 아마 쑥스러워서, 일거라고 짐작한다. 여전히, 사인을 끝낸 후에 의자에서 일어서서 책을 건네주고 악수를 하고 꾸벅 인사까지 한 후에야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전혀 표정 변화가 없다. 도무지 웃지도 않는다. 뭐 사인회라는게 어색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할 테지만, 이거야 원,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잖아. 그래도, 이해한다.



줄을 서 있다 친구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저 파란 반바지, 집에서 잠잘 때 입는 옷 아닌지. ㅋㅋ

막상 사인하는 걸 보니 내용이 긴 것도 아니다. 다만 한자 한자 천천히 쓸 뿐이다. 원래 글씨를 못 써서 그걸 숨기려는게 아닐까, 또 큭큭.



책에 붙여주는 스티커는 저 개복치와 고릴라 중에 선택.

줄 서 있는 중에 나눠주는 카스테라도 받아 먹었다. 500원짜리 카스테라, 도대체 얼마만에 먹어보는 것인지.

누군가에게 사인이란 걸 받은 게, 처음이다. 그리고 그의 책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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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05-06-2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블루님 부러워요 박민규 사인도 받고 카스테라도 얻어먹고..~
그런데 저렇게 수줍음많은 저자는 처음이네요..
예상 밖입니다 굉장히 뻔뻔스런 인간일 줄 알았는데ㅎㅎ

날개 2005-06-27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참 멋스럽네요.. 좋겠어요~~^^

물만두 2005-06-2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스테라~ 재치있군요^^

히피드림~ 2005-06-2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좋은 경험 하셨네요. 박민규작가와 인연이 있으신가 봅니다.^^ 작정하고 찾아간것도 아닌데 2번이나 우연히 싸인회를 보게됐으니... 책 다읽으시면 리뷰도 기대할게요.~~

인터라겐 2005-06-2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500원짜리 카스테라가 나오는다는게 신기해요...

암튼 축하드립니다.. 저자 사인본이라뉘...


urblue 2005-06-2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신기하죠? ^^ 맛도 예전이랑 다른게 없던데요. 그러니까, 약간 퍼석한 싸구려 카스테라. 그래도 맛있게 먹었답니다.

punk님, 그러게요, 2번이나 싸인회를 본 데다, 마침 책까지 들고 있었으니 확실히 인연인게지요. 책은 다 읽었구요, 안그래도 오늘 리뷰 써 볼까 하던 참입니다. ^^

물만두님, 제법 머리 좀 썼죠? ^^ 근데 제 뒷 사람까지 밖에 못 받았어요. 몇 개 준비 안했더라구요.

새벽별님, 먹을 거 이름 든 책이 또 있나요. ('' )a

날개님, 쓸 때 보니까 또박또박 쓰려고 꽤 애쓰는 것 같던걸요. ㅋㅋ

snowdrop님, 책에서 구사하는 유머는 아무래도 글로밖에는 표현이 안되어서 그러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니면,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뻔뻔한 모습을 보여주려나. 암튼 어색해하는게 눈에 보이더라니까요. ^^

진/우맘 2005-06-2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직도 아까워요. 알라딘 사인북을 놓친게...
그래서 여적 안 사고 있다는. ㅠㅠ

클리오 2005-06-27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부러워요.... 그리고 옛날 카스테라도 맛있잖아요.. ㅋㅋ~

마냐 2005-06-2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카스테라도, 저 카스테라도 갖고파요......

숨은아이 2005-06-27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수줍은 모양... ^^

sudan 2005-06-2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 서서... 귀찮지 않던가요? (...)
[삼미슈퍼스타즈..]는 굉장히 인상 깊었던 소설인데, [카스테라]는 어떨지.
읽고 리뷰해줘요.(여기 리뷰 좋아한다는 거 얘기했었나요?)

urblue 2005-06-28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줄 서서 기다리는거 엄청 귀찮지요. 그래서 교보에서는 그냥 지나쳤는데, 영풍에서 또 만났으니 뭐...그리고 거긴 줄이 짧았어요. ^^ <카스테라>는, 현재 리뷰 쓰는 중.

숨은아이님, 그런 것 같습니다. ^^ 직장 생활 오래 했다면서 그거랑은 또 틀린건지.

마냐님, ㅎㅎ 자랑질이죠?

클리오님, 네~ 맛있게 잘 먹었지요. 그런데 친구랑 저만 먹고 다른 사람들은 다들 그냥 들고만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맛없을까봐 안 먹은게 아닐까..ㅋㅋ

진/우맘님, 사인본 아니어도 사세요. 책은 괜찮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