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까르티에-브레송 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했었고, 더불어 영화도 하나 보자 싶어, 평상시에 전혀 이용하지 않는 '시너스 플러스'에 예약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영풍문고에서 신간 서적을 뒤적이고 있는데, 안내 방송이 흐른다. '카스테라의 작가 박민규 사인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어쩌고..저쩌고..'
흠, 이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번 교보에서는 그냥 지나쳤는데, 또 만나다니, 게다가 마침 그날 읽으려고 들고 나갔던 책도 <카스테라>였다. 이쯤되면 인연이라 할 법한데, 사인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친구랑 농담을 했다. 그리고 키득거리며 줄을 섰다.
박민규씨는, 대체 뭘 하는지 제법 긴 시간 동안 책에 머리를 박고 있다. 사인을 하는 동안 절대 고개를 들지 않는다. 아마 쑥스러워서, 일거라고 짐작한다. 여전히, 사인을 끝낸 후에 의자에서 일어서서 책을 건네주고 악수를 하고 꾸벅 인사까지 한 후에야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전혀 표정 변화가 없다. 도무지 웃지도 않는다. 뭐 사인회라는게 어색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할 테지만, 이거야 원,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잖아. 그래도, 이해한다.

줄을 서 있다 친구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저 파란 반바지, 집에서 잠잘 때 입는 옷 아닌지. ㅋㅋ
막상 사인하는 걸 보니 내용이 긴 것도 아니다. 다만 한자 한자 천천히 쓸 뿐이다. 원래 글씨를 못 써서 그걸 숨기려는게 아닐까, 또 큭큭.

책에 붙여주는 스티커는 저 개복치와 고릴라 중에 선택.
줄 서 있는 중에 나눠주는 카스테라도 받아 먹었다. 500원짜리 카스테라, 도대체 얼마만에 먹어보는 것인지.
누군가에게 사인이란 걸 받은 게, 처음이다. 그리고 그의 책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