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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찬별.노은아 옮김 / 비즈니스맵 / 2011년 10월
평점 :
˝어떻게 두번째로 가난한 프로야구 팀이 정규 리그에서 엄청난 부자 팀들과 겨루어 한 팀을 제외한 다른 29개 팀보다 더 많은 승리를 챙길 수 있었을까?
수많은 부자구단의 금전공세를 이겨낸 성공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답의 출발점은 간단하다.
프로야구에서는 얼마나 돈을 많이 갖고 있느냐 하는 것보다 얼마나 돈을 잘 쓰느냐가 여전히 더 중요하다.˝
- 머니 볼
지난주 상당히 바빴다. 그런 와중에도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한가지가 있었다.
과연 한화가 오늘은 이겼을까?
대한민국 야구광들의 관심은 온통 한화의 승리 여부에 쏠려있는 듯하다.
경기가 끝나면 언론기사마다 세이콘이라며 욕하는 사람들때문에 댓글을 보기가 불편하다. 가네바야시 세이콘은 김성근감독의 일본 이름이다. 대한민국 야구의 최고 달인이라는 야신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600억이나 썼는데 이제 4승이라니.. 특히나 이용규, 정근우, 최진행, 김태균, 이성열로 이어지는 막강타선은 도무지 점수낼 기미가 없다. 게다가 더 안타까운것은 야구 시작 한시간 남짓 3회말이면 스코아가 벌써 0대5, 1대7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시점에서 김응룡감독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연패를 할 당시 당사자도 죽을 맛이겠지만 주변의 곪았던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면 개인의 명예도 상당히 실추된다. 강압적이라는 것부터 권위적이라는 내용까지 별의별 불편한 이야기가 쏟아져나온다. 퇴임사에서 김응룡감독은 너무 져서 팬들보기가 민망했다며, 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숙소에서 라면만 먹으면서 지냈다고 착찹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야구를 하다보면, 아니 살다보면 말이다. 비슷한 일이 적지 않다.
브래드 피트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있는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에 이런 구절이 있다.
˝과거 3년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한계비용은 1승에 약 50만 달러였다. 오클랜드와 함께 십만 자릿수를 기록한 유일한 팀인 미네소타 트윈스의 한계비용은 1승당 67만5천달러였다. 가장 많은 돈을 낭비한 부자 프랜차이즈 구단의 예를 들면 볼티모어 오리올스나 텍사스 레인저스가 있다. 이들은 추가 1승을 위해 거의 300만달러를 지급했는데 이는 오클랜드보다 여섯 배나 높은 수준이다.˝
과연 한화의 1승은 얼마의 값어치가 있는가.
한화가 김성근 부임 이후 리빌딩으로 지출한 돈이 600억이라고 한다. 이런 저런 운영비를 빼고 생각해도 한화 구단의 올해 연봉총액은 전 구단을 통틀어 1위다. 과거 지출액을 비교하면 상당한 투자다.
1년에 144경기를 치르는 대한민국 야구에서 절반을 이긴다면 72승을 올릴 수 있다. 그렇게 50%의 승률을 올린다면 1승에 1억4천만원이 든다. 지금의 승률은 아는 바와 같이 1할대다. 대충 시즌을 지금의 두배 승률로 마무리한다면 1승에 3억 정도가 드는 셈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머니볼 구단은 넥센이다. 한화와 승수가 같은 경우 2배는 저렴하게 승을 거두는 넥센은 현재 한화보다 3배 많은 10승을 거두고 있다. 대충 계산해보면 넥센의 1승은 5천만원 정도다. 한화보다 6배는 저렴하게 승을 올리는 셈이다. 넥센의 분투가 팬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머니볼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떠나서 단순히 원화로만 환산하면 미국 월드시리즈 소속의 오클랜드 구단이 1승 올리는 돈의 절반을 대한민국 KBO리그의 한화라는 구단에서 쓰는 셈이다.
연봉 2위에 랭크된 삼성이 꼴찌를 이렇게 오랫동안 한다면 감독 자체를 경질해버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화의 경우는 이 역시 쉽지 않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장반열에 오른 김응룡 감독을 이미 한번 잡아먹은 한화구단 입장에서, 야신 김성근까지 이런 상태로 내몬다면(누가 누구를 내몬것인지 모르지만) 한화는 명장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이도저도 못할 밖에... 한화 팬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할뿐이다.
˝모든 강점은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예쁜 여자는 성격이 나빠지기 쉬운데, 예쁘다는 이유로 잘못을 너무 쉽게 용서받기 때문이다. 소유는 인간을 얽어매고, 부는 인간을 무능하게 만든다.˝
김성근감독의 초심을 논하는 사람이 많다. 상상못할 망언과 전력분석관으로 있는 아들 김성준 코치까지 들먹이는 것을 보면 다양한 생각이 떠오른다. 오르막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것 같았던 김성근감독에게는 너무 심한 고비다.
김성근 감독은 돈을 많이 써서 이기는 감독이 아니다. 항상 없는 상태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왔고 프런트와 잦은 충돌도 이런 부분이었다. 특히 타 팀의 버려진 선수를 데려와서 4번타자로 기용하고, 문제있는 투수를 재건하는 등 관리 야구의 대명사였다. 그런 그가 구단의 막대한 지원에 초심을 잃은 건 아닐까.
메이저리그의 팀별 연봉지출액을 보자. 2014년과 2015년 기준으로 볼때 시카고 컵스가 갑자기 돈을 많이 쓴 것이 눈에 띤다. 현재 성적은 어떨까? 한화와는 달리 중부지구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
머니볼의 주인공팀인 오클랜드 역시 20위권의 지출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김성근은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의 오클랜드는 여전히 자신들의 철학으로 야구를 하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불만과 선수들 태업이야기가 간혹 흘러나온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김성근식 훈련 야구가 돈에 의해 무너졌다고 보는 시각도 설득력이 있다.
SK시절. 구단과의 불화로 떠밀려난 감독이 작년에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은 팬들의 공이 크다. 그러나 지금 김성근 감독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역시 팬이다.
KT의 참여로 어렵게 10개 구단이 세팅되서 야구팬의 한사람으로 즐거운 시즌이다. 프로야구 초창기 삼미와 쌍방울처럼 바닥에 깔리는 구단이 생기는 건 해당 팬에게도 다른 팀을 응원하는 사람에게도 달가운 일은 분명 아니다.
이번주에는 아들이랑 한화를 응원하러 경기장에 나가봐야겠다.
즐거운 경기가 팬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라면 오늘은 한화가 부디 이겨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