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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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여행이 가고싶은가보다.
바뻐서 정신을 못차리는 이 시점에도 이런 책을 손에 쥔걸보니.

갑자기 나는 독일이 알고싶은걸까 헤세가 알고싶은걸까.

....데미안이랑 수레바퀴아래서는 좀 궁금하긴 하다.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길`을 통해 문학여행을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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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마르크스, 돈을 연구하다 - 「자본」을 쓴 경제학자 마르크스 이야기 나무클래식 2
강신준 지음, 김고은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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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싶은 사람은 이 책을 먼저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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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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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작품.
책이 훨씬 좋았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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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박스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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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으면서 다시 펼쳐본 책이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화첩대결부분을 한국의 미와 겹쳐읽으면 한결 흥미진진하다.

미인도와 호접도도 마찬가지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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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는 해석이 난해한 텍스트로 유명합니다. 국내 번역본만 수십가지여서 딱히 우수한 번역서도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작에 대한 배경지식을 조금만 가지고 보면 훨씬 재밌습니다. 모르면 그만큼 재미가 반감되구요.
지금부터 `위대한 개츠비`만의 매력을 하나씩 파헤쳐 보겠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즐기기 위한 다섯가지 열쇠>
첫번째 열쇠 - 번역본 비교
두번째 열쇠 - 영화의 화려한 영상
세번째 열쇠 - 빈부격차
네번째 열쇠 - 신분차별
다섯번째 열쇠 - 왜 위대한가



1. [위대한 개츠비]를 즐기기 위한 첫번째 열쇠 - 번역본 비교

영화의 성공 덕분에 지금 서점가는 `위대한 개츠비`가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민음사판의 번역을 맡았던 김욱동교수에 의하면 시중에 나온 국내 번역본만해도 52가지나 존재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서점에 가면 어떤 책을 구매하는게 좋을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할인판매에 이벤트 판매까지 정말 다양하고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북카페 메니저님으로부터 번역본을 추천해달라는 카톡이 왔습니다.


지난번 제가 영화개봉전에 소개했던 글을 기억하시고, 영화를 보자 마자 어떤 책이 좋은지 알려달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대표적인 출판사들의 번역본을 직접 비교하고 분석해보기로 맘먹었습니다.
책과 방향을 정하는 데에는 김욱동교수의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다`라는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구요, 대부분은 제가 직접 읽고 비교하였습니다.
비교대상 출판사는 민음사, 펭귄클래식, 열린책들, 을유문화사, 문학동네, 열림원 이렇게 여섯입니다.
번역이 지나치게 오래되거나 어린이, 청소년용은 제외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완역판이면서 관심이 많은 출판사 또는 번역가를 중심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제외되었지만 문예출판사의 송무 판과 하서출판사의 김연희 판도 많이 읽히는 좋은 번역으로 알려져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그외에도 다른 좋은 번역본이 있으면 댓글로 추천해주세요~ ^^

1) 출판사별 `위대한 개츠비` 번역본 비교

문학동네 김영하판은 번역사상 유래없는 새로운 시도와 신선한 접근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간 당시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아주 많았지요. 자세한 내용은 잠시 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민음사판 세계문학전집은 사실 번역 이외의 요소로 인해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지요. 그런 와중에 대한민국 최고의 번역가인 김석희씨까지 가세해서 더욱 더 복잡해졌습니다.


2) 작품 이해의 열쇠가 되는 도입부의 번역 비교

- 번역서 대부분이 우수하나 펭귄클래식이 다소 열세
`위대한 개츠비`는 맨 처음 구절을 어떻게 번역했는가에 따라 전체적인 맥락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자들이 가난한 자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작품 전체를 흐르는 피츠제랄드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지요.

민음사와 문학동네의 경우는 매우 유려하게 번역되었습니다.
특히 민음사 김욱동판은 자신이 `위대한 개츠비 다시읽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원문의 띠어쓰기와 문장을 최대한 살려서 문학동네판보다 조금 더 작가의 의도에 충실했습니다(아래는 민음사판의 번역).
-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

열림원은 의미전달이 가장 잘 읽히는 탁월한 한국식 번역을 자랑합니다.
역시 김석희 답다는 감탄을 군데군데 자아내는데요, 도입부 역시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서, 민음사 김욱동과 마찬가지로 김석희도 데이지의 딸을 세 살이 아닌 두 살이라고 정정된 판본을 원전 번역본으로 사용합니다. 나이를 계산할때 톰과 데이지의 결혼과 개츠비와의 과거가 맞물리려면 딸의 나이는 두 살이 맞다는 미국 학자들의 최신 해석을 반영한 것입니다.
-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땐 말이다,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해라˝
을유문화사와 열린책들의 경우도 효과적으로 의역했습니다.
역시 주요부분만 발췌합니다(약간 다르지만 둘다 의미는 유사).
- ˝세상사람들이 다 너만큼 혜택을 받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라˝
다만 펭귄클래식의 경우는 작가의 명확한 의미 전달이 어렵습니다.
물론 넓게 보면 아주 틀린 해석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설 전체의 맥락에서 파악해 볼때 화자가 이야기하는 advantage라는 것이 `장점`을 의미하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인 이부분을 무심고 지나치게 만들 우려가 있으므로 좀더 좁게 해석했었으면 어떨까 살짝 아쉽습니다.
-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네가 가진 장점을 다 가진게 아니라는 사실만은 기억하렴.˝

3) 문학동네 VS 다른 출판사의 번역 전쟁

우리나라의 `위대한 개츠비` 번역은 문학동네판 김영하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뉘는 분위기입니다.
그 전까지는 민음사가 번역과 해설면에서 가히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설가 김영하의 등장 이후에 나온 을유문화사와 열린책들의 `위대한 개츠비`는 해설과 편집에 많은 공을 들였고 민음사판 김욱동의 경우에도 최근에 개정판을 내면서 개정판 서문에서 김영하를 정면으로 공격하기에 이릅니다. 김욱동은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다`에서 구체적인 번역오류까지 세세하게 지적합니다.

사실 문학동네 김영하판은 출간 즉시 번역에 대한 논란이 심각하게 제기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소설가를 번역자로 활용하는 새로운 일본식 출판 마케팅을 선보이므로써 전문 번역가들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이죠.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판 `위대한 개츠비`가 있습니다만 원문의 느낌을 많이 살렸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김영하는 그야말로 제 멋대로 번역했다는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 당했습니다.

여기서는 이미 알려져있는 김영하판 번역의 문제점을 간략하게만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실 기존 번역본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소설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르게 번역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리라 판단됩니다. 그래서인지 지나치게 무리수를 많이 두었습니다. 일부러 다르게 하느라고 어색한 번역이 상당히 보입니다.

[1] 개츠비와 닉의 반말
처음 시도한 부분이었는데 신선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만나자 마자 앞뒤 관계 없이 대뜸 반말을 하는 것은 여러번 읽어도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아얘 존대말이 존재하지 않는 미국언어를 우리나라 말에 그대로 대입시키면 아무래도 읽는 사람들은 불편해지게 마련입니다. 더구나 둘의 나이는 같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살만 차이나도 언니 또는 형이라고 부르면서 친해지는데 이 둘은 두살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초반만 지나면 오히려 뒷부분에 가서는 편안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여하간 다른 출판사와 차별화함으로써 성공의 견인차 역활을 톡톡히 한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 작가의 심각한 의역과 직역
- 2장 처음의 재의 언덕(쓰레기 골짜기)을 묘사할때 나오는 400미터나 500미터라는 부분의 번역을 김영하만 4분의 1마일이라고 번역했네요. 원문에 충실하지만 거리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안돼는 그런 부분입니다. 역시 다르게 번역하려는 의도라고 밖엔...
- 4장 처음에 보면 닉이 열차 시간표의 빈 여백에 개츠비에 방문했던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적습니다. 이 부분에서 김영하만 다이어리에 적는다고 번역했습니다.
원서에 보니까 the empty space of timetable이라고 되어 있던데 문맥을 보는 번역가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다이어리는 확실히 아닌것 같습니다.

[3] 다르게 번역하기 위한 무리수
식사 초대하는 부분에서 대화의 현실감을 너무 단절시킵니다. 남들과 다르게 하기 위해서 너무 직역을 했다 할까요? 개츠비가 닉을 갑자기 찾아와서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게 동시에 일어난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 문학동네 김영하의 번역은 무슨 소린지 한 눈에 안들어옵니다. 특히 today를 `이따`로 번역할 개연성은 좀 부족해보입니다.
˝어이 잘 지냈어? 이따 나하고 점심을 같이 먹는거야. 그리고 지금 같이 드라이브나 좀 할까 하는데˝

- 민음사 김욱동의 번역은 이렇습니다.
˝잘 있었소, 형씨. 오늘 나하고 같이 점심이나 합시다. 제 차로 함께 갈까 생각했소만˝

- 펭귄클래식 김보영의 번역
˝잘 잤소, 친구? 오늘 나와 함께 점심 식사나 합시다. 같이 타고 가죠?˝

- 열린책들 한애경의 번역
˝좋은 아침, 친구. 오늘 점심이나 같이 합시다. 내 차로 함께 가죠.˝

- 을유문화사 김태우의 번역
˝잘있었나요, 친구. 오늘 나와 점심이나 같이 합시다. 내 차로 같이 가요.˝

- 열림원 김석희의 번역
˝안녕하시오, 형씨? 오늘 나하고 점심이나 같이 합시다. 내 차로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은데˝

- 원문 피츠제랄드의 글
˝Good morning, old sport*. You`re having lunch with me today and I thought we`d ride up together.˝
* 영화에서 보면 개츠비가 옭스포드 또는 옥스포드라고 발음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립니다.
* old sport(이봐, 여보게 또는 친구, 형씨)는 개츠비가 닉을 부르는 호칭입니다.
* 이 발음을 들은 톰이 갑자기 떠오른듯 당신 옥스포드 나왔다고 거짓말하고 다닌다며 하고 따집니다.
* 피츠제랄드의 작품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려운 것은 재치있는 영어적 운율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못하는 번역상의 한계 때문입니다.
하지만 번역이야 어쨌건 간에 결과적으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은 김영하를 통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네임벨류를 얻었다는 점에서 대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그렇다고 문학동네판이 문제 많은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아끼는 번역판 중에 하나거든요. 문장 자체로는 크게 차이를 드러 내지 못하는 것이 번역 작업의 특성입니다. 그리고 주관적이고 찾아내기 쉽지않아서 그렇지 부드러운 번역도 꽤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분량이 얼마 안되는 책인 만큼,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개츠비를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 [위대한 개츠비]를 즐기기 위한 두번째 열쇠 - 화려한 영상


영화속에서 주인공 개츠비는 파티를 주최하는 쾌락의 화신 트리말키오(노예에서 신분상승한 졸부로, 매일밤 파티를 열었다는 고대소설 `사티리콘`의 주인공) 같은 존재로 등장합니다. 세계 최고의 파티를 열고 유명인사를 모아서 자신의 부를 과시합니다. 대리석으로 지은 어마어마한 계단부터 수영장 가운데 설치된 무대까지 그야말로 미국 최고의 파티를 매주 자신의 집에서 여는 이유가 뭘까요?



사람들은 뒤어서 개츠비에 대해서 수군대지만 그가 주는 공짜술은 좋아합니다. 개츠비는 그들과 함께 하기 보다는 뒤에서 지켜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마치 자신은 고마움을 그저 배푸는 것 많으로도 즐거운 듯이 말이죠.
책에서 보면 개츠비는 초대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려하더라고 나와있습니다. 무언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또다른 주인공인 닉과 조던도 너무나 즐거워합니다.
조던 베이커양은 말하죠. `난 하루 보고 말뿐인 사람들이 많은 대규모 파티가 너무너무 좋아`라구요.


이 부분에서 너무 현대적으로 쇼만 강조했기 때문에 원작을 훼손해서 순애보적인 사랑과 거리가 있다고들 하시는데요...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개츠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20년대 미국의 문화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일제시대였던 이때가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우리가 70년대, 80년대 하면 떠오르는 문화가 있듯이 이 시기는 미국인들에게는 고도의 성장기였던 것입니다. 1차 세계대전의 승리로 그야말로 미국은 매일매일이 축제였죠. 스콧 피츠제랄드는 이 시대를 재즈시대라고 정의합니다.

뒤에 나오겠지만 민음사판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신 김욱동 교수는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다`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1922년부터 1929년 사이 미국의 연간 국민 총생산은 무려 40%나 증가했고, 개인의 평균소득도 27%나 늘어났다. 이 7년 기간에 주식의 수익 증가율이 무려 108%에 달하였다.
기업은 이익이 76%증가했으며 개인도 수입이 33%나 늘어났다.˝ - p 44
영화에서 등장하는 신나는 춤을 기억하시나요? 그 춤을 찰스턴 춤이라고 합니다. 1920년대 유행했던 스윙과 탭댄스를 결합한 듯한 이 춤은 당시 미국의 축제분위기를 이어가는 문화였고 이것이 영화에 고스란히 표현됩니다. 실제로 책에서도 피츠제랄드는 바즈 루어만 감독보다 더하면 더했지 부족하고 소박하게 파티를 묘사하지 않습니다.



3. [위대한 개츠비]를 즐기기 위한 세번째 열쇠 - 빈부격차


전통적인 부자들의 뒷면에는 암울한 가난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사회에서도 양극화가 심하다고들 하는데 당시의 미국소비는 부자들에게는 상당히 즐거웠지만 가난한 노동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성공을 상징하는 뉴욕의 철교를 건너면 어둑한 동네가 나옵니다. 쓰레기 언덕(재의 언덕)이라고 불리우는 곳이지요.


이곳에서 가난한 정비공의 아내로 사는 `머틀`은 이스트에그에 사는 부자인 톰을 만날때에만 비참한 가난을 벗어나서 잠깐이지만 호사스런 파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의 남편은 죽도록 일을 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자동차 정비공이기 때문이지요.
개츠비가 이런 톰의 부인 데이지를 차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런 망나니 부자들을 혼쭐내주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쓰레기 언덕에는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듯한 광고판 하나가 등장합니다. 안과의사 `T. J 에클버그`의 광고라고 하는데요. 책으로 본 사람들은 그냥 넘어갔었을 장치를 영화에서는 정확하게 정리해줍니다.
모든 사람의 거짓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듯한 이 눈은 우리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인 셈입니다.


이 눈은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장치인데요. `위대한 개츠비`가 영미 문학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내용들이 원작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죠.

작품속에서 T. J 에클버그는 간판으로 등장하고 사람으로도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개츠비의 서재에서 책을 칭찬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이 간판의 안경과 똑같은 안경을 쓴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바로 T. J 에클버그입니다. (물론 이부분은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뒤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번역가 김석희씨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위로 시선을 옮기면 잠시 뒤에는 안과의사인 T.J. 에클버그 박사의 눈이 보인다.
에클버그 박사의 두 눈은 파랗고 거대하다. 망막의 지름이 1미터나 된다.
얼굴은 없고 눈만 있는데, 있지도 않은 콧등 위에 걸린 거대한 노란 안경 너머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좀 엉뚱하고 익살맞은 안과의사가 퀸스 구에서 개업하여 돈이나 좀 벌어보려고 광고판을 세웠다가 그 자신이 영영 장님이 되어버렸거나 광고판을 세운 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른 데로 이사를 가버린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눈만은 햇빛과 비바람에 시달리고 오랫동안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서 좀 바랬지만, 생각에 잠긴 듯 이 장엄한 쓰레기 골짜기를 굽어보고 있다˝
- 열림원 김석희판 p.44



4. [위대한 개츠비]를 즐기기 위한 네번째 열쇠 - 신분차별

개츠비는 강건너 이스트 에그를 슬픈 눈으로 바라봅니다(영화 스틸컷이 없어서 미국판의 표지를 가져왔습니다만 영화에도 장면은 똑같습니다).
초록색 불빛이 반짝이는 강건너에 바로 그의 옛 사랑이자 삶을 희망으로 만들었던 데이지의 집이 있습니다. 개츠비에게 희망이란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들과 같은 수준의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 닉과 톰은 예일대학교출신이라고 밝힙니다. 그에 못지않게 개츠비는 본인이 옥스포드 출신이라고 소개합니다. 하지만 개츠비의 모든 것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 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이 부분은 피츠제랄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실제로 학벌과 재산에 대한 동경이 상당했던 피츠제랄드는 벌이보다 씀씀이가 컷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부분에서 예일대학교 출신이라고 속여서 동국대 교수까지 역임했던 신정아씨가 생각났습니다. 그녀가 부자 그림손님들과 메이저 기자들 사이에서 주눅들지않으려고 부모님께 물려 받은 재산이 있는냥 허세를 떨고 학력을 위조했죠... 그리고 자신의 매력을 한껏 이용하여 권력의 끈을 잡고 승승장구해서 결국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는 거품과 같이 붕괴되었죠.

신정아처럼 배경도 재산도 일천했던 개츠비는 우연히 만나서 사랑에 빠진 (변양균실장과 같은) 여인 데이지가 부자집 딸이라는데에서 큰 자괴감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5년동안 갖은 고생을 해서 그녀를 사로잡을 수 있는 부를 축적해서는 그녀의 궁전같은 집 맞은 편에 그녀의 집보다 훨씬 더 큰 집을 사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매일 매일 요란한 축제로 부자들을 끌어들여 자신의 발밑에 두고 감상합니다.


어느날 이웃에 사는 데이지의 사촌인 닉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됩니다. 그리고 데이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닉은 뒤에 번역에 대한 부분을 다룰때 나오겠지만 맨 처음 대사처럼 자신이 남들보다 좀더 유복한 상황에서 태어난 점을 과시하기 보다는 겸손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강남스타일이죠.
닉과 데이지 그리고 조던이 바로 그의 친구들입니다. 개츠비는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을 정도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 졸부 대열에 오른 신정아인 셈이구요.


개츠비는 데이지의 마음을 돌리는데에 성공합니다. 철없는 그녀는 도망가자고 제안하지만 개츠비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그녀를 다독입니다. 그의 목표는 단순히 그녀를 차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와 그녀 주변에 5년전 자신을 무시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인정받고 싶은 것입니다.

전통적인 신분사회와 자본주의의 중간 지점에서 미국이 기회의 나라라고 공공연하게 과시했던 시대상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오히려 당당히 남편과 만나서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녀를 빼앗아갔었던 돈과 부자들에게 이기기 위해서 그녀를 되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소설속에서 닉은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나는 그가 데이지를 사랑하는 데 바친 어떤 것, 자신에 대한 어떤 관념 같은 것을 되찾고 싶어 한다고 추측했다.
그때 이후로 그의 삶은 혼란스럽고 무질서 했지만,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 모든 것을 아주 찬찬히 살펴본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을유문화사 김태우판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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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속에서 밀회를 나누는 두 사람.
이 영화가 작품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충실히 반영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인데요.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이쁜 셔츠와 스카프를 마구마구 던져줍니다. 이렇게 사랑을 속삭이다가 갑자기 데이지가 울기 시작합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일까요? 그녀에게 왜 우냐면서 위로해주는 개츠비에게 데이지가 한 말에 대해서 영화에서는 닉의 입을 빌어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고작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는게 `이렇게 이쁜 셔츠는 세상에 처음봐요`였다.˝

책으로 봤을 때는 이런 한심한 속물같은 여자를 위해 개츠비가 헌신하는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느낀 것은 개츠비에게 그녀가 어떤 여자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녀를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뜨린 돈에 대한 복수일 뿐 그녀 자신의 인간됨됨은 중요한 게 아니었던 거죠.



5. [위대한 개츠비]를 즐기기 위한 다섯번째 열쇠 - 왜 위대한가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다루어야 할 차례입니다. 이 작품의 위대한 점을 설명하려면 사실 한도 끝도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다루도록 하구요. 여기서는 모두들 궁금해하시는 몇가지만 간략하게 정리하고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1) `제이 개츠비`는 왜 위대한 사람인가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피츠제랄드가 평소에 느꼈던 신분차별과 학벌차별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표출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앞서 신정아 게이트를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우리는 여전히 차별속에 살고 있습니다.

개츠비의 위대함은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신분차별과 학력차별에 과감히 도전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장렬하게 전사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혼동하는 부분이 바로 개츠비와 데이지의 관계입니다.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만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을 갖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자신을 데이지와 떼어놓았던 신분차별, 학력차별 등의 사회체제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아래 을유문화사판 김태우의 해설을 한번 보겠습니다.

˝모비딕 의 에이해브 선장에게 우리가 어떤 위대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오직 <모비딕>을 우화로 읽을 때만 가능해 보인다. 즉 에이해브 선장을 모비딕으로 표상되는 악의 정수 또는 자연의 파괴적 힘에 맞서 초인적 의지로 죽음조차 불사하여 이룰 수 없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인물로 해석할 때만 비로소 그를 영웅이나 위대한 인간의 전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때 개츠비 역시 표면적인 모습보다는 하나의 상징적 존재로서 해석할 때 비로소 그가 갖는 참된 가치와 위대성을 드러내 보일지 모른다.˝
- 을유문화사판 김태우 해설 P. 253

이 작품을 우화로 읽는다면 개츠비는 우리 소시민들의 삶을 대변해서 부조리한 기존의 틀에 과감하게 맞선 위대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려는 노력을 시도했으나 결국 엇갈린 소용돌이 속에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기존 세력에게 매몰된다는 점에서 개츠비를 故노무현 前대통령에 버금가는 상징적인 인물로 비교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김태우 해석의 미덕은 모비딕에 대한 분석도 탁월하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 역시 영미문학상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만, 국내에서는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위대한 개츠비`와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일본어 고전을 우리말로 그대로 옮긴 중역본을 보고 내용파악에 힘들어 했던 시기에 김석희씨가 작가정신에서 번역본을 내자마자 구입해서 소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좋은 번역을 읽는다는 것은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과 같은 축복입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처럼 번역서들간의 선의 경쟁은 독자들에게는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위대한 개츠비`는 왜 위대한 작품인가

앞서 영화 부분을 다루면서 말씀드렸지만 이 소설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되었습니다. 책을 일일이 펼쳐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묘사는 물론이고 세세한 복선까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피츠제럴드와 동시대의 시인인 T.S 엘리엇은 이 책을 세 번 읽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또한 작가 `존 도스 패서스(John Dos Passos)`는 이 소설을 두고 `몇 안되는 미국 소설의 고전 중의 한 작품`으로 평가했습니다.

민음사판의 김욱동은 ˝이 작품은 동시대의 작품,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 소설을 통틀어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고 세련된 구성과 기교 그리고 문체 등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열린책들판의 한애경 역시 대학원 때 읽을 때는 그저 그런 책인가 했는데 번역하면서 보니 엄청난 작품이더라고 고백합니다.

이처럼 세계문학사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작품성이 차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할말이 너무 많아서 다음기회로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좀더 전문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이라면 김욱동의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기`를 귄해드리구요, 여기서는 김욱동교수님이 언급하지 않은 부분을 저만의 관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두번째 열쇠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작품속에서 안과의사라는 T. J 에클버그 박사는 간판으로 등장하고 사람으로도 등장합니다. 이 포스터는 그것을 설명하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의도가 담겨진 그림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확신을 갖게 된 셈인데요.
영화에서 보면 개츠비의 서재에서 책을 칭찬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이 간판의 안경과 똑같은 안경을 쓴 사람입니다.
소설에서 커다란 올빼미 안경을 쓴 뚱뚱한 중년남자로 묘사되는 사람이 바로 T. J 에클버그(또는 그의 화신)입니다.
민음사 김욱동판의 주석에 따르면 그는 피츠제랄드의 절친인 링 라드너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 T. J 에클버그 박사는 개츠비의 서재에서 닉 앞에 등장합니다.
박사는 닉과 조던에게 이 집의 책이 장식품이 아니라 진짜라면서 개츠비에 대한 옹호성 발언을 하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이 책을 읽는 우리들과 닉에게 개츠비를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암시하듯 말이지요.

- 개츠비 집 파티 직후 집앞에서 차사고가 날 때 T. J 에클버그 박사는 불길한 복선을 깔아줍니다.
차사고 현장에 나타난 박사는 ˝운전사와 조수석에 있는 사람이 바꿔앉았더라˝는 말을 합니다. 앞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한 복선을 깔아주는 부분입니다. 영화에는 큰 비중으로 안나옵니다만 원작에는 상당히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 후반부에 돌연히 개츠비의 장례식에 나타납니다.
갑자기 나타나느 그는 닉을 위로하며 개츠비를 찾아오지 않았던 모든 방문자들을 비난합니다. 그리고 모두를 대표하여 `아멘`으로 죽음에 대한 애도를 표합니다.
그동안 개츠비 집 앞의 차사고 부분이 불필요하게 왜 들어있을까 궁금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야 신(GOD)을 대변하는 T. J 에클버그(또는 그의 화신)라는 인물을 작가가 장치적인 요소로 숨겨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영화는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저의 궁금증을 채워준 마지막남은 퍼즐 한조각같은 존재입니다.

아름다운 문장과 치밀한 구도와 완벽한 구성의 교과서적인 작품 `위대한 개츠비`는 진정 위대한 세계문학사의 찬란한 별처럼 여전히 우리 곁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위대한 개츠비`를 꼭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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