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 당신의 가치를 빛나게 할 능력 어필의 기술
잭 내셔 지음, 안인희 옮김 / 갤리온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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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은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나타나는 것이다. 없는 능력을 보여주기보다 그것을 키우는 쪽에 좀더 치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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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데이터 가치 투자 - 초보도 흐름을 볼 수 있는
마블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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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한 분의 강의내용을 그대로 배껴서 책으로 옮겼군요. 저작권에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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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42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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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살아 생전에는 무명 작가였다. 평생을 직장인으로 살았던 그는 40살에 폐결핵으로 죽으면서 절친인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작품을 불태워 줄 것을 부탁했다. 대중들에게 읽힐 것을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를 위해 쓴 것이다. 그랬던 카프카가 재발견되어 유럽 문단에서는 실존주의의 대표작으로 소개되고 있다. 정작 카프카 본인은 문단활동을 해본 적도 없고 실존주의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카프카가 다른 작가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보여주기위해 쓰는 글은 화려하게 문장을 꾸미는 것은 물론이고 적당한 과장은 필수일 것이다. 소설은 시작부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글이다. 등장인물과 배경 모두 짜여진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허구의 글이다. 소설이라는 표현의 틀을 통해 솔직한 생각을 쓴 글이라면 읽는 재미와 솔직한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기와 비밀일기에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카프카의 글은 비밀일기를 몰래 들여다보는 맛이 있다.

카프카의 마지막 작품인 ‘성‘은 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묘사가 상당히 ‘주관적‘이다. 이를테면 테이블 위에 나란히 앉아서 웃고있다가 한사람이 저 끝으로 멀어진다던가, 방문을 열자마자 추운 시베리아 벌판이 등장한다느니 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묘사와 상상력의 천재, 표현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허나 이는 카프카의 단편적인 특징에 불과하다. 즉 상상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이는 개인의 시각을 나타내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처음 카프카의 작품에서 읽히는 신비감과 비현실성에 매료된다. 그러다가 인간관계에 대한 본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부분에서 공감을 하게 된다.


1. 카프카의 ‘성‘ 바르게 읽기

작가노트에 따르면 카프카는 이 작품을 1인칭으로 썼다가 도중에 작품 전체를 K라는 3인칭으로 다시 고쳤다고 한다. 이 책의 주제는 관료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조직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이라고 해석되곤한다. 카프카가 꾸준히 관심가져오던 주제이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이 책의 모든 것을 해석하기는 어렵다. ‘성‘에서는 조직에 새로이 합류하는 개인에게 촛점을 맞춘다. 까뮈는 이 작품에서 이방인으로서 새로운 곳에 적응하려는 인간의 고뇌에 영감을 얻어 ‘이방인‘이라는 작품을 쓴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읽어보니 까뮈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관점이 들어왔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려는 개인의 고뇌가 실은 자기 자신의 오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 K를 공격하는 인물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목적에 의해 K에게 잘해주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본인의 편견도 작용한다. 바르나바스를 처음 보았을때 그의 잘생긴 외모에 호감을 느꼈지만 더러운 속옷을 보고 실망하는 것이 그러하다. 게중에는 프리다나 페피처럼 자신의 목적을 위해 K를 이용하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마부 게르스태커처럼 진심으로 챙겨주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작품의 전체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이 지속적으로 상황을 반전시킨다. 그동안의 모든 전개들이 마지막장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뒤집혀서 해석된다. K가 클람에게 접근하기 위해 사귀었던 연인 프리다가 사실은 자신의 목적으로 K를 사귄 것이고, 조수들 역시 애초에 K를 도울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진실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살아보니 인간관계에 정답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통감하곤한다. 많은 환상과 사차원적인 배경으로 다소 혼란스럽지만, 단순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이 바라보는 주관적인 느낌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도 종종 직면한다. 예를 들면 같은 한시간도 어떤때는 길게 느껴지고 어떤때는 짧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누구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누구에게는 나쁜사람으로 비춰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모습을 이미지로 구성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카프카의 작품이 지닌 셰익스피어적 마력이라 볼수 있다.

처음에는 표현의 독특함 때문에 흥미를 갖게되고, 계속 읽어가다 보면 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이 읽히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결론에서 다시한번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아군이 적군으로 바뀌고 적군이 아군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카프카가 생각하기에 우리 인생이라는 게 그런 모습인 게다.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어떤 나쁜 상황에도 반전을 이룰 수 있으며, 좋은 상황에도 일순간에 구렁텅이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카프카는 보여준다. 성의 마지막 장에서 페피가 내용의 모든 것을 뒤집는 것이 좋은 예이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한동안 붐을 일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가 대안없는 위로라며 젊은 세대들에게 오히려 역풍을 받았다. 절대 공감한다. 잘 할 수 있다는 ‘격려‘만으로는 타인을 도울 수 없다. 그에 대해서 카프카가 남긴 인상적인 문장이 ‘성’에 있다.

“격려한다는 것은, 그의 말이 옳고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계속 밀고가라는 뜻이야. 그런데 그런 식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할 거야. 천으로 두 눈을 가린 사람은 아무리 격려해주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법이지. 천을 벗어야만 볼 수 있어. 그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가 아니라 도움이야. “

카프카의 작품을 읽다보면 요소요소에서 마치 나의 속마음을 들추는 것 같아 놀라곤한다. 고전문학으로 너무 진지하게 다가서기 보다는 친구의 일기나 고백록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접근하기 좋은 이유다. 타인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다니 인간관계 고민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카프카의 작품은 가히 축복이다.


2. 카프카의 ‘성‘, 이야기 속으로

카프카의 ‘성‘은 주인공 K가 낯선 마을에서 일주일간 보낸 이야기다. 내면의 생각을 실타래처럼 풀어서 편하게 읽다가는 자칫 길을 잃기 쉽다. 복잡한 카프카의 작품을 이해를 위해서는 줄거리를 놓치지 않고 잡아나가야 한다. 혹시나 작품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아래 줄거리를 참고해보시기 바란다. 창비에서 펴낸 책의 역자해설을 상당부분 참고했으나 역자와 견해가 다르거나 부족한 부분은 임의대로 수정하고 보충했다.

1장 도착
눈이 내리는 추운 날 밤. 주인공 K가 성의 관리에 의해 지배를 받는 어느 마을에 도착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을은 온통 눈에 덮여 있고, 성은 어둠과 자욱한 안개에 싸여 있는 통에 일단 K는 ‘다리목 여관‘에 들어가 식당 한켠에서 간신히 잠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성 관리인의 아들이라는 슈바르처가 잠든 그를 깨워 숙박 허가증을 요구하면서 성의 주인 베스트베스트 백작의 허가 없이는 마을에 머물수 없음을 통고한다. K는 자신은 토지 측량사로 성의 초청을 받았다고 항변하자 슈바르처는 성의 사무국에 전화를 걸어 이를 확인한다. 처음에는 K를 초청한 일이 없다던 사무국에서는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K의 주장이 거짓이 없음을 확인해준다. 다음날 아침 K는 이제 맑게 갠 대기 속에서 또렷한 윤곽을 드러낸 성을 향해 나아간다. 집들이 여러채 늘어선 마을처럼 보이는 성에 들어가고자 그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계속 걸어도 도무지 다다를 수 없다. 결국 K는 눈 속을 헤매다가 빨래와 목욕을 하느라 수증기가 자욱한 어느 농가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하려한다. 하지만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쫒겨난다. 이때 마부 게르스태커가 그를 다리목 여관으로 데려다주고, 여관에서 K는 성이 그에게 보내준 두 조수를 만난다.

2장 바르나바스
서로 똑같이 생겨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운 두 조수, 예레미아스와 아르투어는 그의 업무를 보조하도록 파견되었지만, 측량의 일은 전혀모르고 또 진지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때 성의 심부름꾼이라는 바르나바스가 나타나 성의 관리인 클람의 서명이 담긴 편지를 전해준다. 편지에는 K가 성의 관청에 봉사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K는 바르나바스가 성으로 되돌아갈 것을 기대하고 그를 따라나서지만, 그는 K를 누추한 자기 집으로 인도한다. 가난한 집안 분위기를 감지한 K는 자신이 바르나바스에게 과도한 기대를 했다는 데 크게 실망을 하고, 이들 가족의 호의를 거절하고 바르나바스의 누이 올가를 따라 성의 신사들이 머무는 여관인 ‘헤렌호프‘로 향한다.

3장 프리다
헤렌호프에서 K는 주점 여급 프리다를 알게 되고, 엿보기 구멍을 통해 마을에 잠시 내려온 클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의 모든 노력을 클람에게 집중하고, 프리다가 클람의 애인이라는 말에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프리다가 여관 주인에게서 K를 숨겨준 일을 계기로 둘은 연인 사이가 되어 다리목 여관으로 옮겨오게 된다.

4장 여주인과의 첫 대화
다리목 여관의 여주인 가르데나는 프리다의 양어머니처럼 굴면서, 클람과 직접 면담하겠다는 K의 계획을 만류한다. 하지만 K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5장 촌장의 집에서
K는 클람의 편지에 언급된 바대로 직속상관으로 배정된 마을의 촌장을 찾아가지만, 촌장은 이 마을에는 토지 측량사가 필요없고, 혹시 토지 측량사를 초빙했다면 부서의 사무적 착오일 것이라고 말한다.

6장 여주인과의 두번째 대화
K가 여관으로 되돌아오자 여주인은 과거 자신이 클람의 애인이었음을 털어놓으며 클람을 만나려는 K를 한사코 막으려 한다.

7장 학교 선생
얼마후 학교 선생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K를 학교의 임시 관리인으로 채용하겠다는 촌장의 뜻을 전달한다. K는 이를 단박에 거절하지만 함께 동거할 공간을 마련하자는 프리다의 간청에 결국 학교 관리인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8장 클람을 기다리다
K는 클람을 직접 만나고자 서둘러 헤렌호프를 찾아가 그의 마차에 잡입해 기다리지만 만나지 못한다.

9장 심문에 대한 저항
이 문제로 클람의 마을 비서인 모무스가 K를 심문하려하자, 거부하고 헤렌호프를 떠난다.

10장 길거리에서
다리목 여관으로 돌아오는 중에 K는 마중 나온 조수들과 바르나바스를 만나 측량 일에 대한 열성을 칭찬하는 클람의 두번째 편지를 전해받는다. 자신이 일하는 것을 제대로 본적도 없는 클람의 영혼없는 칭찬에 당황한 K는 바르나바스를 불러, 클람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11장 학교에서
조수들과 함께 학교로 오게 된 K는 관리인 숙소가 따로 없는 탓에 프리다, 조수들과 교실 한켠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저녁식사를 하며 K는 프리다에게 조수들의 문제를 털어놓지만, 그녀는 조수들을 오히려 편든다. 아침이 되어 들이닥친 교사 둘과 언쟁을 벌이게 된 K는 자신을 해고하겠다는 남자 선생의 협박에 불복한다.

12장 조수들
이어 K가 조수들을 해고하자, 프리다는 클람이 보낸 자들이라며 조수들을 옹호하면서 K에게 이 곳을 떠나 먼 나라로 이주하자고 제안한다. K는 이곳에 머물기 위해 왔다면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13장 한스
K는 그를 찾아온 제화공 브룬스비크의 아들 한스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면서 성에서 온 소년의 어머니를 만날 방법을 모색한다.

14장 프리다의 비난
이에 프리다는 여관 여주인인 가르데나의 충고를 들어 K의 태도를 비난한다. 프리다의 불만은 K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를 한낱 수단으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15장 아말리아의 집에서
온종일 바르나바스의 소식을 기다리던 K는 결국 프리다의 만류도 뿌리치고 바르나바스네 집을 다시 찾는다.


16장
올가는 K에게 바르나바스가 수행하는 심부름꾼 일의 의미와 성의 사무국 그리고 클람에 대한 여러 의구심을 털어놓는다.

17장 아말리아의 비밀
이어 K는 올가의 가족이 마을에서 배척당하게 된 내력을 듣게 된다. 3년 전 마을 축제일에 막내 아말리아가 소르티니라는 성 관리의 추잡한 구애를 감히 거절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18장 아말리아의 벌
이러한 소식이 마을에 퍼지자 사람들은 바르나바스네 가족을 경멸하며 배척했다.

19장 탄원
이때부터 바르나바스의 아버지는 탄원을 시작하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자리에 몸져눕게 된다.

20장 올가의 계획
이제는 올가가 직접 성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헤렌호프를 드나들며 하인들의 희롱까지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올가가 집안의 운명과 K의 운명 간의 연결성을 설명하는 와중에 조수 중 하나인 예레미아스가 K를 찾아온다.

21장
그에게서 프리다가 자신을 떠났음을 듣게 된 K는 이제야 클람의 비서인 에어랑어의 메시지를 가져온 바르나바스와 함께 헤렌호프로 향한다.

22장
에어랑어의 심문을 기다리는 사이, K는 다시 헤렌호프 주점에서 일하기 위해 돌아온 프리다를 만나 언쟁을 벌인다.

23장
K는 프리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몸시 지친 채 에어랑어의 방을 찾다가 우연히 뷔르겔이라는 비서의 방에 들어선다. 뷔르겔은 K의 예기치 않은 방문을 받았지만 민원인의 어떤 요청이라도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호의를 베풀어준다. 그러나 정작 K는 자신의 용건을 밝히지도 못하고 심히 지친 상태에서 잠에 빠져버린다.

24장
에어랑어는 잠에서 깨어난 K를 불러, 클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프리다를 포기할 것을 명령하고, K는 아침 시간에 성의 하인들이 분주하게 서류를 분배하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하지만 불청객 K로 인해 헤렌호프에 소동이 벌어지고, 여관 주인의 비난에도 K는 주점 구석에서 곯아떨어지고 만다.

25장
저녁에야 깨어난 K는 프리다의 후임으로 주점 메니저로 근무하다가 다시 객실 담당 하녀로 돌아가게 된 페피에게서 프리다의 음모를 듣는다. 페피는 프리다가 클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K를 이용한 것이며 페피는 진심으로 K를 돌봐 줄 수 있다면서 함께 살기를 제안한다. 그 제안을 고민을 하던 K는 헤렌호프에서 여주인을 만나 옷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부 게르스태커가 K에게 함께 말을 돌보는 일을 해볼 것을 권한다. K는 일단 그의 집을 방문해보겠다는 생각에 헤렌호프를 나서면서 소설은 완성같은 미완성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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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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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경제경영서를 많이 읽지만 원래는 고전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좋아한다. 반면 집사람은 현대 소설을 주로 읽는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공지영과 오쿠다 히데오다. 읽는 취향이 전혀 다른 우리 부부는 서로 책을 권하지 않는 편이다.
가끔 내 쪽에서 좋았던 책을 권하기라도 하면 귀찮게 하지 말라는 핀잔만 돌아온다.

그런 아내가 오히려 나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이 있다. 바로 오쿠다 히데오의 ˝우리 집 문제˝다. 읽을 책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맞이한 아내의 추천이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6개의 단편으로 엮여진 이 책은 제목과 달리 모든 가정에서 있을법한 문제를 참으로 세련되게 다루었다. 문체나 소재가 특이하지는 않지만 술술 잘 읽힌다. 덕분에 오랜만에 이런 것이 독서의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해답은 없다. 가족에게는 매뉴얼이 없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문장이다. 저마다 가정을 꾸리고 살지만 모두가 어려운 것이 가정의 문제라는 것은 일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남편이 왕따임을 알게된(어쩌면 그렇게 오해한) 아내의 이야기 ‘허즈번드‘편은 절대감동 그 자체였다. 남편의 기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도시락을 멋지게 싸서 남편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하는 현명한 아내의 이야기다. 매사에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긍정과 부정. 남편이 못났다는 사실을 알고 부정하거나 혐오하는 대신, 멋지게 힘을 주는 아내의 이야기는 어벤져스보다 더 영웅적인 이야기였다.

가끔 마음대로왕자와 공주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엄마아빠가 이혼할까봐 노심초사하곤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재밌기도 하면서 부부간의 대화도 조심하게 된다. ‘에리의 4월‘편은 그런 고3짜리 딸의 조바심 어린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후로 7년동안 관심을 끊고 잊고지냈던 아빠와 엄마. 어느날 두 분 사이에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다. 우리 집도 이혼을 하는 가정이 될수 있다(어쩌면 그렇게 오해한) 는 불안함 말이다. 당황스러운 에리와 달리 남동생은 태연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먼저 눈치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남편과 UFO‘편은 더 극적이다.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UFO를 탄 외계인과 교신을 한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남편이 제정신이 아니라고(어쩌면 그렇게 오해한) 생각한다. 뒤를 미행하기도 한다. 남편과 사내 커플이었던 아내는 어느날 남편의 직장 동료 여직원에게 회사 사정을 전해듣는다. 못된 상사때문에 고생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기적인 동료때문에 이일 저일 끌어안아서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착한 남편은 아내에게 회사욕을 하는 대신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한다. 그러다 결국 헛것을 보게 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를 알게된 아내는 결국 외계인으로 분장해 남편과 교신을 하는 척을 해준다.

마지막의 ‘아내와 마라톤‘편은 반대로 남편이 아내를 돕는 내용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사일만 하는 아내는 아이들이 중3이 되어 부모의 손길을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정붙일 일도 취미삼을 일도 없어진다. 돈도 제법 잘 벌어다주는 남편덕분에 살기 어렵지는 않지만 사람이 어찌 돈으로만 사는 존재인가. 그러다 문득 시작하게 된 달리기. 그 달리기를 응원하다 결국 마라톤대회까지 출전하게 되는데... 마라톤에라도 열중하게 하기 위한 남편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통괘하고 재미있다.

에피소드들이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기 보다는 그 상황에 깊숙히 개입해서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준다. 가족이란 무릇 그런 것이 아닐까.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는 대신 껴안고 보듬어야 하는 존재말이다.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살림살이가 여간 팍팍한게 아니다. 아내가 보기에도 의욕이 많이 떨어져보였나보다. 책을 다 추천해주다니... 책도 책이지만 요즘들어 아내의 조언에 힘이 난다. 아이 둘을 건사하는 것도 보통일은 아닌데 참 많이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걸 보니 감사한 마음마져 든다.

결혼하기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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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고 새로 바뀐 정부의 정책에 대한 자료가 있을까 싶어서 '복지냐 포퓰리즘이냐' 부분을 가장 먼저 들춰보았다. 


7장_ 복지냐 포퓰리즘이냐
1. 진보정권보다 보수정권에서 분배지표가 개선된 까닭 - 분배지표1

  • MB정부때 경제상황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 이전 정권보다 유리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잘 해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게 아니란 것이다. 결국 일자리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재정을 투입해 손쉽게 일자리 늘리는 데 집중한 것이 의외로 분배지표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2. 재분배 전엔 OECD 1위, 재분배 후엔 OECD 17위 - 분배지표2

  • 우리나라의 재분배 기능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의미다. OECD 국가들은 고소득층에게 많은 세금을 거둔 뒤 저소득층에게 많이 나눠주어 세후소득 지니계수가 크게 양호해지는데, 한국은 재분배정책이 덜 이뤄지면서 세후소득 지니계수가 덜 양호해지는 상황인 것이다. 

3. 연소득 1,911만 원이 중산층이라고? - 중산층

  • 정부는 2013년 기준 연소득 1,911만~5,732만 원 가구를 중산층으로 본다. 이 논리라면 연소득이 1,911만 원을 넘으면 중산층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런 가구를 중산층이라 부를 수 있을까?

4. 30년 뒤 한국의 미래는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 복지와 포퓰리즘

  • 복지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지속 가능성이다. 복지를 늘리려면 그만큼 증세를 해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혜택을 입는 보편적 복지의 초첨은 미래에 맞춰져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정책도 그중 하나다. 그래야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 

5.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라 - 증세와 비과세ㆍ감면

  •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게 복지논쟁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6. 10대 재벌이 전체 기업매출의 절반이라니-양극화와 경제민주화

  • 경제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약자의 자생력 강화에 있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같은 갑의 횡포를 방지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등, 강자가 약자를 희생시켜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대기업은 변화된 사회현실과 국민요구에 부응해 과거의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고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일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 읽고나니, 평소 신문기사를 읽다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조금 해결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저자 약력을 들춰보았더니 《경제기사, 이보다 쉬울 수 없다》라는 책을 썼던 기자다. 책을 읽다보면 우연한 기회에 좋은 책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읽을 책이 너무 없어서 집사람 책상에서 아무 책이나 들고 출근하다 유레카를 외쳤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그랬다. 


신경숙만큼의 감동적인 필력은 아니지만 요즘같이 신문을 자주 들여다보는 상황이라면 박유연의 <난생처음 경제공부>는 더 없이 훌륭한 가이드북인 셈이다. 더구나 전작 《경제기사, 이보다 쉬울 수 없다》에 비추어볼때 경제기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안심이 들어서, 이제 막 신문읽기를 시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 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아무런 편견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앞으로 신문을 볼 계획이라면 더욱 더 필요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주옥같은 내용들이 많은데 인상적인 파트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장_ 내 지갑을 털어가는 적들

2. 유가가 내려가면 기업만 웃는다 - 원료가격과 이익률

4. 안 갚아도 되는 대출이 있다니 - 정부대출과 도덕적 해이


2장_ 혼돈의 재테크

1. 저물가 시대, 길 잃은 재테크 - 물가와 재테크

3. 금융사는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신용등급

5. 회사가 당신을 속이고 있다? - 퇴직연금


4장_ 일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2. 사라진 아빠 1만 4,000명 - 연령별 취업자와 경제활동참가율
4. 근로자 3명 중 1명은 월급 100만 원 비정규직 -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5. 괜히 대학 가서 손해 본 67만 명 - 교육투자와 일자리대책

5장_ 식어버린 한국경제
1.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닮아가나 - 저성장과 투자부진
3. 2050년 한국은 0%대 성장할 수 있다 - 잠재성장률과 통일의 경제효과
5. 절약은 나쁜 것이다 - 소비부진과 절약의 역설

6장_ 투쟁하는 시장경제
2. 한 달 용돈 15만 원으로 연명하는 노인들 - 세대갈등
4. GSK가 한국 대신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 - 정치와 경제의 문제

8장_ 위기 그리고 미래
1. 퍼펙트 스톰, 위기의 상시화 - 위기발생경로와 위기대응책
3. 헬기로 돈을 살포하라 - 양적 완화와 테이퍼링
5. 4대 개혁, 중단해야 할까 - 한국경제 구조개혁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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