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사랑
마르틴 발저 지음, 박종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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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국경도 없다
사랑에는 나이도 없다
평생 사랑하며 살았던 괴테
이런 괴테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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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플러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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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교육도 물론 필요하지만, 괴짜를 아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절실합니다. 제가 좀 남다른 일을 해내고 있다고 한다면, 그건 제가 특별히 머리가 좋아서도 아니고 그보다는 조용히 남다르게 좀 이상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새로운 생각이란 궁극적으로 자기가 직접 살아가는 생활과 경험 속에서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장하석 `과학, 철학을 만나다`


하버드대학교와 스탠포드대학교에 동시에 합격하여 두 학교를 2년씩 다니게 되었다는 김정윤양의 보도가 오보라는 소식이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식당에서 보도를 처음 접한 나는 너무 부러워서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넘보기 조차 불가능한 일을 보고 스스로 유능한 부모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자학했던 것일까?

처음 두 학교의 합격 보도를 접하면서도 비정상적인 상황임이 감지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안타까운건 언론들이다.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절차없이 당사자의 얼굴이 TV뉴스까지 나올 정도라니. 사실상 우리 한국사람들은 미국사람이 팥으로 메주를 쑨데도 믿을 것같은 분위기다. 사태가 이쯤 되다보니 이제는 김정윤양의 미래가 걱정이다. 아직은 무능한 부모까지는 아니라는 안도감은 덤이다. 학벌주의의 최고의 해프닝으로 기록되리라.

김정윤양은 왜 하필 하버드와 스탠포드를 선택한 것일까? `하버드=인문, 스탠포드=정보통신`을 연결시키고 싶었을까? 부모의 압박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인문학 인재 열풍에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인문학도와 공학도를 융합한 것이다. 김정윤양은 컴퓨터학과에 가서도 인문 고전을 읽어야 하는 대한민국의 세태를 본인의 바램에 솔직하게 담은 것뿐일지도 모른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인문학 관련 책과 강의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조금이라도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이런 책이나 강의 한, 두 개 쯤을 알고 있어야 무식함을 가릴 수 있다. 기업 CEO들조차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을 이수했음을 본인 약력에 한 줄이라도 기록한다. 정부주도하에 각 도서관에서는 인문학을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과 강좌들이 넘쳐난다. 김정윤양의 헤프닝은 성급한 성과주의의가 우리의 눈을 얼마나 멀게 만들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러한 사회 흐름속에서 순수과학이 지니는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는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의 주장은 귀기울일만하다. 김정윤 양의 아버지는 어쩌면 장하석교수의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김정윤 양의 소식을 듣고 대다수의 부모가 그러했듯이...

장하석 교수는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차남이다. 아들 셋이 모두 외국에서 교수로 있는 수재집안이다. 스탠포드에서 철학박사 학위 취득하고 28세의 나이로 런던대 교수 임용되어 현재 케임브리지 과학철학부 석좌교수로 있는 그야말로 거짓말같은 스팩을 자랑한다.




김정윤 양 사건에 최고의 엄친아 장하석 교수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가 어느 정도 해법을 줄 수는 있겠다. 이 책은 EBS 교육방송의 프로그램으로 먼저 알려졌다. 방영된 12강 모두가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나처럼 듬성듬성 방송을 보았다면 챙겨볼만하다. 방송을 책으로 펴내서 그런지 TV못지않은 몰입도를 자랑한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가볍게 아메리카노 한잔 들고 강변을 산책하는 느낌으로 읽어도 좋을 정도.

처음부터 읽을 필요가 없는 구성도 좋다. 한 챕터식만 봐도 재밌다. 이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보고 필요한 부분부터 훑어보시는 것을 권장한다.

제 1부에서는 과학이 철학의 인식론적 관점에서 어떻게 지식을 얻어내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과학지식이 지닌 한계와 극복해 나가는 방법이 핵심테마 되겠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지식의 기반이 되는 관측을 믿을 수 있는가, 이 관측을 가지고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가, 과학 지식은 축적되는가, 혁명적으로 개편되는가, 과학적 진리란 무엇이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과학은 어떤 의미에서 진보하는 것인가 등 과학철학자들의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또한 과학사에 여러가지 혁명을 소개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이 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시작된 양자역학은 그동안 진실로 알려졌던 뉴튼역학을 전면적으로 뒤집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종교계를 일대 혼란으로 몰아넣은 엄청난 혁명이었다.





2부에서는 과학사의 일화를 자세히 소개하여 과학 연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과학연구의 구체적 모습을 이론적 ‧ 실험적 ‧ 역사적 ‧ 철학적 관점에서 소개함으로써 과학의 실천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안내한다.
너무 가까워서 흔히 존재조차 잊고 지내는 것이 무엇일까? 여자친구? 와이프? 아니면 물? 공기? 지금은 너무도 흔해서 일상적으로 여겨지는 물질들이 만들어지는 배경을 설명한다.

화학식으로 표현되는 산소라는 물질은 어떻게 발견했는가. 누가 가장 처음에 산소라 부르기 시작했는가. 물은 어떻게 섭씨 100도에서 정확하게 끓는가.
지금은 너무나 일상화되어 발명품 축에도 끼기 어려운 건전지라는 놈은 과연 어떻게 인류에게 등장했으며 거기에서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속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있는가.






특히 물이 바닥부터 끓기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용기에 담아서 중간위치에서 끓여보았다는 과학자들의 노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 못해봤으나 정말 누군가는 궁금했었을 내용. 뭔가 머리를 강하게 스친다. 장하석 교수는 왜? 라는 생각이 과학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종이나 나무 등을 태우면 많은 열과 불꽃이 나온다. 그것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태우기 전에 종잇장을 만져보면 차갑고 전혀 불이나 열과 상관없을 것 같은데, 연소가 시작되면 신기하게도 그 속에서 뜨거운 불이 계속나온다. 옛날 과학자들은 가연성 물질에는 모두 이런 불꽃이 잠복해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의 이름은 `플로지스톤`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타는 기운` 정도가 될 것이다.

1700년대까지만 해도 플로지스톤 없이는 어떤 것도 설명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했다. 그러나 `라봐지에`가 산소의 존재를 발견하면서 `플로지스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처럼 합리적인 것만 만들고 발견했을 것같은 과학의 역사속에서 엉성한 가설이 몇백년동안 진실처럼 받아들여진 사례는 무수히 많다.




장하석 교수가 소개하는 화학적인 방법을 따라해보면 진짜 `은`나무는 만들수 있다. 더 나아가서 소금물에 구리와 금을 넣고 전기를 통과시키면 금이 녹아내린다. 이것이 `볼타의 전지(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건전지의 원조)`가 작동하는 원리다. 구리쪽에서 나오는 전파가 수소를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금술사라고 하면 정신나간 과학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금술로 생명을 창조하고자 했던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비웃던 크렘페 교수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따라가다보면 왜 수많은 과학자들이 금을 만들기 위해 일생을 바쳤는지 조금은 알것도 같다.





3부에서는 철학이 과학을 어떻게 돕는지 이야기한다.
요즘 교육이 가장 관심을 갖고있는 창의성교육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의미있다. 창의성은 ‘정상과학의 퍼즐 풀기를 열심히 하다 위기에 처하면 필요에 의해 생긴다’는 쿤의 주장을 보완한다. 정상과학은 토머스 쿤이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를 통해 주장한 개념이다. 상식이라고 여겨지는 사실을 지지하기 위해 보완해 나가는 과학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장하석 교수는 창의력이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원주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원주의 과학의 지식체계는 가능하면 한 분야 내에서도 여러 가지를 발달시키고 유지하자는 사고방식이다. 2부에서 이야기한 플로지스톤의 경우 산소를 발명한 라봐지에에 의해 개념조차 사라졌다. 비록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더라도 다원주의를 활용하여 유지되었더라면 과학의 발전은 훨씬 더 눈부셨으리라.

더 나아가 과학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다원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특한 질문을 장려하는 문화가 부족한 교육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는 철학은 다원주의를 이루는 데 유용하다고 결론을 맺는다.



△ 용산의 천문대에서 별을 관찰하는 마음대로나라 아이들

인간의 가치와 관련된 문제를 역사, 철학과 문화 등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하는 것도 인문학이라는 울타리 속에 포함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흔해서 이제는 진부한 융합이라는 단어처럼 세상살이를 더이상 하버드나 스탠포드로 나누거나 철학과 과학으로 나눌 필요는 없다.
우리 중에 누군가는 끊임없이 다른 이야기를 해야한다. 지금 당장은 쓸모없지만 나중에 언젠가 필요할 지 모르는 생각이 있게 마련이다. 일상생활에 바빠서 다들 건드리지 못하는 그런 내용들을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는 해야한다.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어떤 전공으로 어떤 미래를 선택했냐는 전혀 무시한 채, 하버드와 스탠포스 대학교에 붙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세상사람들이 죄인이다. 학벌이 뭐길래 김정윤양에게 그런 무모한 선택을 강요했는가. 그녀의 맘고생은 얼마나 심했을까? 김정윤양의 사태의 책임에 우리 기성세대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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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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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는 순간 몸에 기운이 쭉 빠진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5대 장편 소설을 모두 읽겠다는 시도가 결승점에 도달하는 순간이다. 열린책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시작으로 해서 민음사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끝난 기나긴 여정을 뒤돌아 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참으로 위대한 작가라는 생각 뿐이다.

이제부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독서포인트를 7가지로 짚어보도록 하겠다.
모쪼록 부족하나마 책을 통해 받은 감동을 글로 옮기는 내 노력이, 평소에 읽고 싶지만 어려워서 읽기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작품 개요

도스토예프스키는 원래 2부 이상의 대장편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 장편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알료샤가 주인공인 본편 2부를 쓰려고 했으나 사망으로 미완성작이 되었다. 마치 씹을수록 맛이 은은하게 입안에 퍼지는 칡뿌리같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 받는 작품이다.

주된 내용은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 시대에 시골 지주 집안인 카라마조프 집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변론과정이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와 장남 드미트리 카라마조프이지만, 진짜 주제를 표상하는 것은 차남인 이반 카라마조프와 삼남 알료샤라고 작가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반은 문학사의 길이 남을 역작으로 너무도 유명한 ‘대심문관’이라는 장(Chapter)을 통해서 냉철한 지식인으로 철저하게 합리론을 신봉하며 `신은 없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허용된다`는 실존주의적 무신론을 주장한다. 무신론자인 이반은 성서 속의 악마를 ‘무섭고도 위대한 정신’이라고 부른다. 즉, 대심문관 같이 성서의 교리로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고 이용하는 자는 악마며, 이들로부터 신이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무시하기에 이른다.

반대로 신실한 예비 수도승인 막내아들 알료샤는 조시마 장로라는 위대한 수도자를 통해 현명한 자로 인정을 받으며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사생아인 스메르자코프가 등장한다.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와 그루센카의 드미트리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도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미요소다.



<몬세라토 수도원의 전경>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1 : 수도원의 가족회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보면 회의에서 상황이 설정되고 인물들의 성격이 한꺼번에 분류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와 첫째 아들 드미트리 간의 재산과 유산 분배문제로 갈등이 발생한다. 복잡한 집안사정을 논의하기 위해 아버지는 수도원에서 가족회의를 제안한다. 수도원이라는 엄숙한 분위기가 아들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의사전달에 위엄을 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첫째 아들 드미트리는 아버지의 속셈을 알기 때문에 이 제안이 마땅하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 아버지에게 너무 대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만은 아버지 뜻대로 하자며 수긍해서 이 회의장소를 받아들인다. 가족회의를 통해서 주요 인물들을 다 모아놓고 다양한 성격 묘사를 통해서 작품의 윤곽을 잡아주고 시작한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전형적인 구조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2 : 대심문관
작중 이반이 알료샤에게 들려주는 서사시 `대심문관`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종교와 신에 대한 관념을 집대성한 걸작이다. 이 내용이 문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보자.

이단자들에 대한 심문이 한창이던 15세기, 천국에 있던 예수 그리스도는 (정식적인 강림이 아니라) 잠깐 이 세상이 궁금해서 둘러보러 내려오게 된다. 어디로 내려가볼까 생각하던 중에 유난히 불이 크게 나고 있는 스페인의 세비야라는 지역에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 지역은 전날 난폭한 대심문관이 ‘웅장한 화형대’에서 100여 명의 이단자들을 불태워 죽였기 때문에 불길이 유난히 높이 솟았던 것이다. 이 지역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예수는 뜻하지 않게 죽은 소녀를 부활시키고 갖은 기적을 행하게 된다.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본 대심문관은 그(예수 그리스도)를 구금한 후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예수는 광야에서 기적, 신비, 권위를 요구하는 악마(무섭고도 위대한 정신)의 유혹을 모두 거부하고 신앙의 자유를 선택하였지만, 자유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기적, 신비, 권위가 있어야만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며 자유보다는 빵을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악마의 유혹에서 빵을 선택하지 않고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빵에 대한 욕구로부터 탈피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믿음과 질서를 가질 기회를 박탈하였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는 예수를 유혹한 악마와 손을 잡고 지상에서 기적, 신비, 권위를 제공함으로써 자유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다수를 위한 빵을 제공하게 되었다. 예수가 제시한 신앙의 자유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겨우 현실의 질서를 만들어낸 이제 와서야 예수가 재림하여 질서를 흐트러뜨린다면 지상은 지옥이 될 것이기에 대심문관은 예수를 화형시키겠다고 선언한다. 이 모든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예수는 대심문관의 말이 끝난 후 그에게 가볍게 키스하고 대심문관은 예수를 풀어주며 다시는 나타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3 : 조시마 장로의 서거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자 알료사의 스승인 조시마 신부의 역량은 ‘수도원의 가족회의’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찾아온 신자들의 고민을 척척 해결해주며 심지어는 정확한 예언까지 하는 등 모든 이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훌륭한 인물이다. 하지만 예순 다섯살로 장로가 삶을 마감하자, 평소 그의 역량에 눌려있던 하찮은 인물들이 거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 단초가 되는 것은 장로의 시체가 지나치게 빨리 손상되면서 심한 악취를 풍겼기 때문이다. 수도원의 미신에 따르면 훌륭한 훌륭한 성직자라면 죽자마자 썩는 냄새가 진동하지는 않았어야 한다는 이전 사례들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도원은 두 패로 갈라지고 분열양상을 보인다. 신성한 이곳 사람들도 우리 일반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알료사는 이러한 수도원의 분위기에 충격을 받고 방황한다. 이때 그와 함께 수도원 생활을 하는 스마트한 친구 라키친이 첫째 형 드미트리의 애인인 그루센카의 집으로 함께 가자고 꼬득인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4 : 양파 한 뿌리
그루센카는 카라마조프가의 막내인 알료샤에게 양파 한 뿌리라는 일화를 들려준다.
어떤 못된 아줌마가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는데 하느님은 그녀를 지옥의 불바다에 집어 던졌다. 이를 불쌍히 여긴 아줌마의 수호천사가 아줌마에게 묻는다. 혹시 단 하나라도 선행을 베푼 것이 있다면 하느님께 용서를 구해달라고 말해볼 테니까 알려달라고 말이다.

아줌마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언젠가 텃밭에서 양파를 뽑아다가 거지여인에게 준 것이 기억이 났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하느님은 “내가 양파를 한뿌리 줄 터이니 그녀가 이것을 잡고 불바다를 빠져나오면 낙원으로 보내주마. 하지만 양파가 끊어지지만 영원히 불바다에 있게 될 것이다.”하였다. 천사는 기쁜 마음에 양파 한 뿌리를 아줌마에게 내밀었고 아줌마는 그 뿌리로 거의 나오는가 싶었다. 이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도 같이 살자면서 그녀를 붙잡았다. 그때 아줌마는 “이 양파는 나보고 잡고 나오라고 준거야. 내가 착한 일을 했기 때문이지 너희 때문은 아니야” 하면서 발길질을 했다. 이때 마침 뿌리가 뚝 하고 끊어졌고, 그녀는 영원히 불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다.

평생 동안 양파 한 뿌리 준 것이 좋은 일 한 것의 전부인데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인냥 너무 내세우지 말라는 내용의 우화는 여주인공 그루센카의 성격을 설명한다. 자신이 바로 그 못된 여자이며 반성에 까지 이르는 교훈으로 말이다. 이 우화의 교훈을 바탕으로 마지막에 그녀는 자신의 연적인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를 진심으로 용서하게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5 : 살인사건
아버지 표드르와 첫째 형 드미트리는 그루센카라는 여성을 사이에 두고 서로 사랑하는 연적관계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면 3000루블을 주며 청혼하겠다고 마음먹는다. 드미트리는 그루센카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감시한다. 드미트리는 옛 연인 카체리나에게 진 빚인 3000루블이 필요하다. 현재 사랑하는 연인인 그루센카를 위해 탕진했기 때문이다.

드미트리는 이 돈을 구하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는다. 결국 돈을 구할 수 없게 된 드미트리는 절망에 빠져 그루센카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없다. 드미트리는 아버지의 집에 간 것으로 오해하고 뛰쳐나간다. 하지만 그녀는 5년전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폴란드 남자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허겁지겁 아버지의 집에 찾아간 드미트리는 멀리 창밖으로 아버지의 탐욕스러운 얼굴을 보는 순간 엄청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순간 갑작스러운 간질발작으로 고통을 받는 스메르자코프의 신음소리에 밖으로 나온 그리고리와 마주하게 된다. 이 것을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삭이게 만든 어머니의 은혜라고 생각한 드미트리는 집을 빠져 나가기 위해 담장을 향해 도망친다.

하지만 아버지를 노리고 집으로 온 줄로 오해한 그리고리를 드미트리를 도둑놈이라며 마당에서 움켜잡게 되고, 드미트리는 실수로 그리고리에게 타박상을 입히게 된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주검으로 발견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6 :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

억울한 드미트리는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누구하나 드미트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는 사람은 없다.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게된다. 검사는 계속적으로 드미트리를 심리적으로 모욕하고 압박하게 되고, 드미트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검사 이폴리트 키릴로비치와 변호사 페추코비치의 환상적인 변론대결이다. 검사는 드미트리를 유죄로 몰아가고 변호사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논증을 편다. 작가의 지적능력이 극대화되는 부분이고 하나의 사건이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나 작위적으로 바뀌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흥분과 감동을 준다. 특히 인간의 이중성, 즉 보는 앞에서 개인에게 의견을 물을 때는 무죄일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배심원이 되어 단체석상에서 다수결을 행사할 때는 유죄를 주장하는 인간군상의 군중심리는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친부살해에 대한 변호사의 견해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변호사 페추코비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제 구실을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특히나 자기 동년배인 다른 아이들의 훌륭한 아버지 들과 비교 하다 보면, 청년은 어쩔 수 없이 고통스러운 물음들을 던지게 됩니다. 청년의 이런 물음들에 대해 판에 박힌 대답을 ‘그가 너를 낳았고 너는 그의 혈육이다. 따라서 너는 그를 사랑해야만 한다’라는 식의 대답을 해줍니다.”
인간관계에서 주어진 맹목적인 복종을 변호사는 우려깊은 목소리로 경고한다. 즉 카라마조프 부자의 경우 드미트리가 아버지에게 대드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 인지에 대한 논고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들이 아버지 앞에 서서 당사자인 아버지한테 직접 명민하게 묻는 겁니다.
’아버지, 말해보세요. 내가 무엇을 위해서 아버지를 사랑해야 되는 거죠? 아버지, 내가 아버지를 사랑해야 된다는 걸 증명해주실래요?’
만약 이 아버지가 아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또 그걸 증명해 줄 능력이 있는 상태라면 진정으로 정상적인 가족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이 가족은 곧 끝장입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7 : 소년들

우리의 주인공이자 문제아인 드미트리는 예전에 술집에서 어느 2등 대위의 수염을 잡아 끌면서 구타한 적이 있다. 이것을 지켜본 그의 아홉 살짜리 아들이 트미트리에게 아빠를 살려달라고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드미트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2등대위를 짓밟는다. 이 소식은 아들의 학교에 퍼지게 된다. 놀림감이 된 아들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아버지를 힘내라고 위로하며 옹호한다. 심지어는 반 아이들과 일당 백의 전쟁을 치루다가 아파서 쓰러지게 된다.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한 막내아들 알료샤는 형을 대신해서 이 아이를 위로하고 반 친구들이 이 아이의 병문안을 오도록 한다. 어린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한다.

“여러분이 명심해야 할 것은, 앞으로의 인생을 위하여 뭔가 훌륭한 추억, 특히 어린 시절 부모님 슬하에 있을 때 갖게 된 추억보다 더 숭고하고 강렬하고 건강하고 유익한 것은 아무도 없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의 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많이들 하지만, 바로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이야말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장 훌륭한 교육이 될 겁니다.”

알료샤는 자신이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는 여러분들 중에 누구든 커서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나쁜 사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그렇게 악한 마음이 들 때는 나와 함께 지금 여기서 한 이 추억과 맹세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를 하게 된다.



♥끝은 또 다른 시작

읽으면서 점점 작가의 가치관과 사상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남은 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가에 대한 고민뿐이다. 놀라운 것은 처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었을 때와 지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시 읽은 후의 느낌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거대한 인생교과서이다. 평소 궁금하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이 이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로 녹아져 있다. 읽는 내내 도스토예프스키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지막 권의 중반을 넘어설 때, 나는 작가의 예상보다 이른 서거로 인해 인류가 얼마나 풍부한 문학적 유산을 잃게 되었는가에 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인류가 반역과 독재의 어둠 속을 방황하면서도 끝내 길을 잃지 않은 것은 도스토예프스키와 같은 세계문학사의 하늘에 떠 있는 빛나는 별들이 길잡이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신이 인류에게 선물한 축복 그 자체이다. 지금 창밖에는 8호 태풍 너구리가 제주도를 씹어 삼킬 듯 요동치고 있다. 마치 지금 막 책장을 덮은 나의 감동을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낯선 여행에 하나의 작품만을 동반하고 싶다면 나는 반드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추천하고싶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도스토예프스키의 5대 장편 읽기는 더 많은 문학작품을 읽어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갖추게 된 계기라고 본다. 태풍은 잠깐이면 지나가지만 카라마조프의 감동은 인생을 살아가는 내 마음의 등불로 자리잡을 것임을 확신하면서, 끝으로 이렇게 지루한 글을 읽어주신 분께 감사 드린다.

이 책은 위 한줄 한줄 기록하면서 읽지 않으면 그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않다. 하지만 일단 전체를 깊이있게 받아들이면 가장 풍요로운 작품이다. 힘들지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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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9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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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는 순간 몸에 기운이 쭉 빠진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5대 장편 소설을 모두 읽겠다는 시도가 결승점에 도달하는 순간이다. 열린책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시작으로 해서 민음사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끝난 기나긴 여정을 뒤돌아 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참으로 위대한 작가라는 생각 뿐이다.

이제부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독서포인트를 7가지로 짚어보도록 하겠다.
모쪼록 부족하나마 책을 통해 받은 감동을 글로 옮기는 내 노력이, 평소에 읽고 싶지만 어려워서 읽기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작품 개요

도스토예프스키는 원래 2부 이상의 대장편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 장편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알료샤가 주인공인 본편 2부를 쓰려고 했으나 사망으로 미완성작이 되었다. 마치 씹을수록 맛이 은은하게 입안에 퍼지는 칡뿌리같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 받는 작품이다.

주된 내용은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 시대에 시골 지주 집안인 카라마조프 집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변론과정이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와 장남 드미트리 카라마조프이지만, 진짜 주제를 표상하는 것은 차남인 이반 카라마조프와 삼남 알료샤라고 작가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반은 문학사의 길이 남을 역작으로 너무도 유명한 ‘대심문관’이라는 장(Chapter)을 통해서 냉철한 지식인으로 철저하게 합리론을 신봉하며 `신은 없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허용된다`는 실존주의적 무신론을 주장한다. 무신론자인 이반은 성서 속의 악마를 ‘무섭고도 위대한 정신’이라고 부른다. 즉, 대심문관 같이 성서의 교리로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고 이용하는 자는 악마며, 이들로부터 신이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무시하기에 이른다.

반대로 신실한 예비 수도승인 막내아들 알료샤는 조시마 장로라는 위대한 수도자를 통해 현명한 자로 인정을 받으며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사생아인 스메르자코프가 등장한다.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와 그루센카의 드미트리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도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미요소다.



<몬세라토 수도원의 전경>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1 : 수도원의 가족회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보면 회의에서 상황이 설정되고 인물들의 성격이 한꺼번에 분류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와 첫째 아들 드미트리 간의 재산과 유산 분배문제로 갈등이 발생한다. 복잡한 집안사정을 논의하기 위해 아버지는 수도원에서 가족회의를 제안한다. 수도원이라는 엄숙한 분위기가 아들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의사전달에 위엄을 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첫째 아들 드미트리는 아버지의 속셈을 알기 때문에 이 제안이 마땅하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 아버지에게 너무 대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만은 아버지 뜻대로 하자며 수긍해서 이 회의장소를 받아들인다. 가족회의를 통해서 주요 인물들을 다 모아놓고 다양한 성격 묘사를 통해서 작품의 윤곽을 잡아주고 시작한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전형적인 구조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2 : 대심문관
작중 이반이 알료샤에게 들려주는 서사시 `대심문관`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종교와 신에 대한 관념을 집대성한 걸작이다. 이 내용이 문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보자.

이단자들에 대한 심문이 한창이던 15세기, 천국에 있던 예수 그리스도는 (정식적인 강림이 아니라) 잠깐 이 세상이 궁금해서 둘러보러 내려오게 된다. 어디로 내려가볼까 생각하던 중에 유난히 불이 크게 나고 있는 스페인의 세비야라는 지역에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 지역은 전날 난폭한 대심문관이 ‘웅장한 화형대’에서 100여 명의 이단자들을 불태워 죽였기 때문에 불길이 유난히 높이 솟았던 것이다. 이 지역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예수는 뜻하지 않게 죽은 소녀를 부활시키고 갖은 기적을 행하게 된다.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본 대심문관은 그(예수 그리스도)를 구금한 후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예수는 광야에서 기적, 신비, 권위를 요구하는 악마(무섭고도 위대한 정신)의 유혹을 모두 거부하고 신앙의 자유를 선택하였지만, 자유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기적, 신비, 권위가 있어야만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며 자유보다는 빵을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악마의 유혹에서 빵을 선택하지 않고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빵에 대한 욕구로부터 탈피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믿음과 질서를 가질 기회를 박탈하였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는 예수를 유혹한 악마와 손을 잡고 지상에서 기적, 신비, 권위를 제공함으로써 자유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다수를 위한 빵을 제공하게 되었다. 예수가 제시한 신앙의 자유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겨우 현실의 질서를 만들어낸 이제 와서야 예수가 재림하여 질서를 흐트러뜨린다면 지상은 지옥이 될 것이기에 대심문관은 예수를 화형시키겠다고 선언한다. 이 모든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예수는 대심문관의 말이 끝난 후 그에게 가볍게 키스하고 대심문관은 예수를 풀어주며 다시는 나타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3 : 조시마 장로의 서거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자 알료사의 스승인 조시마 신부의 역량은 ‘수도원의 가족회의’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찾아온 신자들의 고민을 척척 해결해주며 심지어는 정확한 예언까지 하는 등 모든 이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훌륭한 인물이다. 하지만 예순 다섯살로 장로가 삶을 마감하자, 평소 그의 역량에 눌려있던 하찮은 인물들이 거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 단초가 되는 것은 장로의 시체가 지나치게 빨리 손상되면서 심한 악취를 풍겼기 때문이다. 수도원의 미신에 따르면 훌륭한 훌륭한 성직자라면 죽자마자 썩는 냄새가 진동하지는 않았어야 한다는 이전 사례들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도원은 두 패로 갈라지고 분열양상을 보인다. 신성한 이곳 사람들도 우리 일반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알료사는 이러한 수도원의 분위기에 충격을 받고 방황한다. 이때 그와 함께 수도원 생활을 하는 스마트한 친구 라키친이 첫째 형 드미트리의 애인인 그루센카의 집으로 함께 가자고 꼬득인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4 : 양파 한 뿌리
그루센카는 카라마조프가의 막내인 알료샤에게 양파 한 뿌리라는 일화를 들려준다.
어떤 못된 아줌마가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는데 하느님은 그녀를 지옥의 불바다에 집어 던졌다. 이를 불쌍히 여긴 아줌마의 수호천사가 아줌마에게 묻는다. 혹시 단 하나라도 선행을 베푼 것이 있다면 하느님께 용서를 구해달라고 말해볼 테니까 알려달라고 말이다.

아줌마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언젠가 텃밭에서 양파를 뽑아다가 거지여인에게 준 것이 기억이 났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하느님은 “내가 양파를 한뿌리 줄 터이니 그녀가 이것을 잡고 불바다를 빠져나오면 낙원으로 보내주마. 하지만 양파가 끊어지지만 영원히 불바다에 있게 될 것이다.”하였다. 천사는 기쁜 마음에 양파 한 뿌리를 아줌마에게 내밀었고 아줌마는 그 뿌리로 거의 나오는가 싶었다. 이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도 같이 살자면서 그녀를 붙잡았다. 그때 아줌마는 “이 양파는 나보고 잡고 나오라고 준거야. 내가 착한 일을 했기 때문이지 너희 때문은 아니야” 하면서 발길질을 했다. 이때 마침 뿌리가 뚝 하고 끊어졌고, 그녀는 영원히 불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다.

평생 동안 양파 한 뿌리 준 것이 좋은 일 한 것의 전부인데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인냥 너무 내세우지 말라는 내용의 우화는 여주인공 그루센카의 성격을 설명한다. 자신이 바로 그 못된 여자이며 반성에 까지 이르는 교훈으로 말이다. 이 우화의 교훈을 바탕으로 마지막에 그녀는 자신의 연적인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를 진심으로 용서하게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5 : 살인사건
아버지 표드르와 첫째 형 드미트리는 그루센카라는 여성을 사이에 두고 서로 사랑하는 연적관계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면 3000루블을 주며 청혼하겠다고 마음먹는다. 드미트리는 그루센카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감시한다. 드미트리는 옛 연인 카체리나에게 진 빚인 3000루블이 필요하다. 현재 사랑하는 연인인 그루센카를 위해 탕진했기 때문이다.

드미트리는 이 돈을 구하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는다. 결국 돈을 구할 수 없게 된 드미트리는 절망에 빠져 그루센카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없다. 드미트리는 아버지의 집에 간 것으로 오해하고 뛰쳐나간다. 하지만 그녀는 5년전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폴란드 남자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허겁지겁 아버지의 집에 찾아간 드미트리는 멀리 창밖으로 아버지의 탐욕스러운 얼굴을 보는 순간 엄청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순간 갑작스러운 간질발작으로 고통을 받는 스메르자코프의 신음소리에 밖으로 나온 그리고리와 마주하게 된다. 이 것을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삭이게 만든 어머니의 은혜라고 생각한 드미트리는 집을 빠져 나가기 위해 담장을 향해 도망친다.

하지만 아버지를 노리고 집으로 온 줄로 오해한 그리고리를 드미트리를 도둑놈이라며 마당에서 움켜잡게 되고, 드미트리는 실수로 그리고리에게 타박상을 입히게 된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주검으로 발견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6 :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

억울한 드미트리는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누구하나 드미트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는 사람은 없다.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게된다. 검사는 계속적으로 드미트리를 심리적으로 모욕하고 압박하게 되고, 드미트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검사 이폴리트 키릴로비치와 변호사 페추코비치의 환상적인 변론대결이다. 검사는 드미트리를 유죄로 몰아가고 변호사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논증을 편다. 작가의 지적능력이 극대화되는 부분이고 하나의 사건이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나 작위적으로 바뀌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흥분과 감동을 준다. 특히 인간의 이중성, 즉 보는 앞에서 개인에게 의견을 물을 때는 무죄일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배심원이 되어 단체석상에서 다수결을 행사할 때는 유죄를 주장하는 인간군상의 군중심리는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친부살해에 대한 변호사의 견해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변호사 페추코비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제 구실을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특히나 자기 동년배인 다른 아이들의 훌륭한 아버지 들과 비교 하다 보면, 청년은 어쩔 수 없이 고통스러운 물음들을 던지게 됩니다. 청년의 이런 물음들에 대해 판에 박힌 대답을 ‘그가 너를 낳았고 너는 그의 혈육이다. 따라서 너는 그를 사랑해야만 한다’라는 식의 대답을 해줍니다.”
인간관계에서 주어진 맹목적인 복종을 변호사는 우려깊은 목소리로 경고한다. 즉 카라마조프 부자의 경우 드미트리가 아버지에게 대드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 인지에 대한 논고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들이 아버지 앞에 서서 당사자인 아버지한테 직접 명민하게 묻는 겁니다.
’아버지, 말해보세요. 내가 무엇을 위해서 아버지를 사랑해야 되는 거죠? 아버지, 내가 아버지를 사랑해야 된다는 걸 증명해주실래요?’
만약 이 아버지가 아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또 그걸 증명해 줄 능력이 있는 상태라면 진정으로 정상적인 가족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이 가족은 곧 끝장입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서포인트 7 : 소년들

우리의 주인공이자 문제아인 드미트리는 예전에 술집에서 어느 2등 대위의 수염을 잡아 끌면서 구타한 적이 있다. 이것을 지켜본 그의 아홉 살짜리 아들이 트미트리에게 아빠를 살려달라고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드미트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2등대위를 짓밟는다. 이 소식은 아들의 학교에 퍼지게 된다. 놀림감이 된 아들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아버지를 힘내라고 위로하며 옹호한다. 심지어는 반 아이들과 일당 백의 전쟁을 치루다가 아파서 쓰러지게 된다.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한 막내아들 알료샤는 형을 대신해서 이 아이를 위로하고 반 친구들이 이 아이의 병문안을 오도록 한다. 어린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한다.

“여러분이 명심해야 할 것은, 앞으로의 인생을 위하여 뭔가 훌륭한 추억, 특히 어린 시절 부모님 슬하에 있을 때 갖게 된 추억보다 더 숭고하고 강렬하고 건강하고 유익한 것은 아무도 없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의 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많이들 하지만, 바로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이야말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장 훌륭한 교육이 될 겁니다.”

알료샤는 자신이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는 여러분들 중에 누구든 커서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나쁜 사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그렇게 악한 마음이 들 때는 나와 함께 지금 여기서 한 이 추억과 맹세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를 하게 된다.



♥끝은 또 다른 시작

읽으면서 점점 작가의 가치관과 사상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남은 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가에 대한 고민뿐이다. 놀라운 것은 처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었을 때와 지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시 읽은 후의 느낌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거대한 인생교과서이다. 평소 궁금하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이 이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로 녹아져 있다. 읽는 내내 도스토예프스키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지막 권의 중반을 넘어설 때, 나는 작가의 예상보다 이른 서거로 인해 인류가 얼마나 풍부한 문학적 유산을 잃게 되었는가에 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인류가 반역과 독재의 어둠 속을 방황하면서도 끝내 길을 잃지 않은 것은 도스토예프스키와 같은 세계문학사의 하늘에 떠 있는 빛나는 별들이 길잡이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신이 인류에게 선물한 축복 그 자체이다. 지금 창밖에는 8호 태풍 너구리가 제주도를 씹어 삼킬 듯 요동치고 있다. 마치 지금 막 책장을 덮은 나의 감동을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낯선 여행에 하나의 작품만을 동반하고 싶다면 나는 반드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추천하고싶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도스토예프스키의 5대 장편 읽기는 더 많은 문학작품을 읽어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갖추게 된 계기라고 본다. 태풍은 잠깐이면 지나가지만 카라마조프의 감동은 인생을 살아가는 내 마음의 등불로 자리잡을 것임을 확신하면서, 끝으로 이렇게 지루한 글을 읽어주신 분께 감사 드린다.

이 책은 위 한줄 한줄 기록하면서 읽지 않으면 그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않다. 하지만 일단 전체를 깊이있게 받아들이면 가장 풍요로운 작품이다. 힘들지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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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타벅스보다 작은 카페가 좋다 - 130평 스타벅스보다 수익률 높은 13평 작은 카페 운영 노하우
조성민 지음 / 라온북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성공과 실패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책을 보면 성공하는 집에는 사람의 기운이 있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창업을 준비중이라면 한번쯤 참고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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