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5 #시라는별 11
니그로 강에 대해 말하다 The Negro Speaks Of Rivers
- 랭스턴 휴스 Langston Hughes
나는 강들을 알지:
이 세상만큼 오래되었고 인간의 혈관에 흐르는 피보다 더 오래된 강들을 나는 알지.
내 영혼은 강처럼 점점 깊어졌지.
동이 틀 무렵 나는 유프라테스강에서 목욕을 했지,
콩고강 기슭에 오두막을 짓고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지.
나는 나일강을 바라보며 그 위로 피라미드를 올렸지.
에이브러햄 링컨이 뉴올리언스로 내려왔을 때
미시시피강이 부르던 노랫소리를 들었고,
강의 진흙 가슴이 황혼의 금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았지.
나는 강들을 알지:
고대의, 거무스름한 강들을.
내 영혼은 강처럼 점점 깊어졌지.
The Negro Speaks Of Rivers
- Langston Hughes
I‘ve known rivers:
I‘ve known rivers ancient as the world and older than the
flow of human blood in human veins.
My soul has grown deep like the rivers.
I bathed in the Euphrates when dawns were young.
I built my hut near the Congo and it lulled me to sleep.
I looked upon the Nile and raised the pyramids above it.
I heard the singing of the Mississippi when Abe Lincoln
went down to New Orleans, and I‘ve seen its muddy
bosom turn all golden in the sunset.
I‘ve known rivers:
Ancient, dusky rivers.
My soul has grown deep like the rivers.
1920년 여름,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여덟 살의 랭스턴 휴스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멕시코행 기차를 탔다. 컬럼비아 대학교에 다닐 수 있는 학비를 아버지에게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휴스는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싫어하지 않았을뿐더러 흑인들을 좋아했다. 반면에 그의 아버지는 이상하리만치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했다. 휴스는 그 이유가 늘 궁금했다. 기차가 세인트루이스 근처에서
석양에 물들어가는 미시피 강을 건너가고 있을 때였다. 휴스의 머릿속으로 흑인들의 과거와 연관이 있는 아프리카의 콩고강과 나일강, 남북전쟁과 관련 있는 미시시피강과 노예 해방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 링컨 대통령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는 펜을 꺼내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갔다. 그 글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안팎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니그로 강에 대해 말하다,The Negro Speaks Of Rivers‘ 라는 시이다.
고작 열여덟의 나이에 유장하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다 고대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미국 흑인의 역사를 한 편의 짧은 시에 담아 내다니, 훗날 ‘흑인 문학의 외교관‘이자 ‘할렘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릴 만한 싹수를 간직한 청년이었던 것이다. ˝휴스는 이 시를 백인 사회에 대한 강경한 투쟁적 입장을 보였던 듀보이스에게 존경심을 표하며 바쳤다.˝고 한다.(#랭스턴 휴스 / 현대문학 /옮긴이의 말 중).
휴스의 저 시는 현대문학에도 실려 있으나 번역문을 그대로 싣지 않고 내맘대로 고쳤다. 제목 역시 ‘흑인이 강을 말하다‘보다 ‘니그로 강에 대해 말하다‘ 쪽이 작가의 의도에 더 부합된다고 판단돼(역시 자의적 해석이다) 그렇게 옮겼다.
이 작가를 더 알고 싶어 책을 검색하다 실천문학사에서 1994년 출간된 <<랭스턴 휴즈>> 전기를 발견했다. 품절 도서라 중고로 구입했다. 이 책은 내게로 오는 중이고, 현대문학 휴스 단편선 대출 도서는 내 수중에 있다. 서사가 있는 페미니즘 글을 곧잘 쓰는 작가 조이스 박의 《내가 사랑한 시옷들》에는 휴스의 시 ‘꿈‘이 실려 있다. 이 책은 구입을 목하 고민 중이다. 그나저나 휴스, 휴즈, 어느 쪽이 맞는 표기법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