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카메라를 좀 멀리 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막상 다시 시작하려니 환경이 많이 변했다는거. 집 근처의 현상 전문점이 문을 닫았다. 이제 슬라이드를 맡기려면 차로 20분을 달려 나가 있는 또 다른 전문점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안그래도 비싼 필름값과 스캔하는데 드는 시간+노력 때문에 필름 카메라를 계속 쓰기가 힘들었는데, 이건 나름 결정타였다(고 스스로를 설득시켰다 ㅋ). 그래서 나도, DSLR 을 샀다.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을 살까는 별다른 고민 없이 정해졌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놀타 렌즈군을 쓰려면 소니의 알파 제품군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렌즈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풀 프레임 카메라는 단 2 종. 그나마 조금 덜 비싼 a-850 으로 낙점되었다. 기왕 결정한거 1초라도 빨리 쓰자며 바로 주문을 넣었고, 지난주 화요일, 드디어 새 카메라는 내 손에 들어왔다. 카메라는 요렇게 생겨 주셨다.
사진 입문 초기의 3~4 개월을 제외하면 디카는 처음 써보는지라, 일주일간 이것 저것 가지고 놀면서 기능 확인하기도 바빴다. 다행히 기존에 가지고 있던 플래시나 리모트 셔터는 다 호환이 되는걸 확인했고, "오~ 이런 기능도!" 하며 놀라게 되는 점도 많았다. 아직까지는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단점이라면 아령 대용으로 쓸만한 무게와 휑해진 통장 잔고, 그리고 새롭게 내리는 지름신들.(1년 사이인데, 새롭고 좋은 렌즈들이 많이 나왔더라. 하나같이 비싸긴 하지만 ㅠ_ㅠ)
그 중에서 가장 놀라게 되는건 화소수다. 무려 24.6M 픽셀. 우리말로 이천 오백만 화소다. 원본 사진 크기만 6048 x 4032. 사실 사기 전에 스펙으로만 봤을 때는 실감이 잘 안 갔는데, 직접 찍어보니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필름으로 찍어 고급 스캐너에 돌려도 이 정도 나오기 힘들텐데, 그 모든 과정을 그저 손까락 하나 까닥의 과정으로 간소화시킨 것. 세상 참 빨리 변한다. 내가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감이 잘 안 올테니 일단 비교 사진을 함 보시길.
그러니까, 요건 플래시 테스트 하는 겸 찍어본 사진이다. 요게 원본의 대략 8% 크기로 줄인 사진이다 -_-; 원본을 그대로 올리기는 힘들고, 원본 중 곰돌이의 목 칼라 부분만 잘라낸 사진이 아래 부분이다.
그러니까.. 위의 두 사진이 서로 다른 사진이 아니라 같은 사진이라는 것;;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 데커드가 사진을 반복해서 확대한 후 그 안에서 증거를 찾아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비슷한게 가능할 것도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찍은 사진 구석에 조그맣게 범인 얼굴이 찍히고, 그걸 확대해서 범인을 잡아내게 되는 -_-;;
그래서 제목처럼, 화소가 깡패다. 누가 어느 카메라가 좋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답해도 좋겠다. "화소수 큰게 좋은거에요".
아, 물론 이 페이퍼를 쓴 목적의 98.164% 정도는 자랑질이다. :p 남은 1.836%는 올해 사진 좀 찍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