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형"이라고 부를만큼 개인적으로 알거나 하는 사이는 절대 아니다. 야구에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더더욱이 MLB 야구를 즐겼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박찬호 덕에 야구를 보기 시작한 한 명의 팬일 뿐이다. 당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그랬듯, 콧대 높던 메이져리그에서 그가 타자들을 돌려세우던 모습에 통쾌함을 느꼈던.

근데, 전성기를 지나도 한참 지난 박찬호가 부상과 부진에 허덕일 때, 이상하게도 나는 다른 한국인 메이져리거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다. 누가 얼마나 잘하냐는 내 관심 밖이었다. 오히려 나는 계속 박찬호의 기복 심한 플레이를 때론 즐거워하고 때론 안타까워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마이너리그로 강등되어 더 이상 그의 경기실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을 때조차, 그의 뉴스를 찾아보며 그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었으니.

얼마전, 아마도 마이너리그는 더 빨리 끝나는 것 같은데, 그가 마이너리그에서의 첫 해를 마무리했다. 시즌이 끝나고서야 그동안 어깨 통증을 감춰왔다는 이야기도 꺼내더라. 하지만, 다행히 시즌 마지막 두어 경기를 통증 없이 잘 던질 수 있어 기쁘다는 이야기에 나도 같이 즐거워졌다. 내년에도 그의 경기를 기대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진은 작년에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을 때 찍은거다. 경기 시간에 좀 늦어 2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내리 안타/홈런을 얻어맞아 8실점을 하더라 -_-;; 하지만, 박찬호는 그러고도 6회까지 버텼고, 그 덕에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좀 쉬게 해줄 수 있었다는 평을 들었다. 내가 박찬호에게 바라는 것도 바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꼭 항상 최고일 필요는 없다. 때로 난타를 당해 망신창이가 될 때가 있어도,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당신이 열 경기를 망쳐도, 단 한 경기의 호투에 나는 열광할테니.

찬호형,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ps. 사진은 3장 연속촬영한 것을 합성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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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9-14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서 추천 안 누를래요. 쳇,

turnleft 2007-09-14 04:20   좋아요 0 | URL
쳇, 까칠한 하이드님 같으니라구 s(-_-)z

hnine 2007-09-14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도 모르는 제가 LA dodgers에 있던 박찬호가 온다는 말을 듣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구장에 갔더랬지요. Colorado 팀 응원하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서 찬호 팍 을 응원하던 날이 기억나네요.
항상 최고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 근사한 한줄의 카피 같아요.
사진 멋진건 뭐, 말할 필요도 없고요.

turnleft 2007-09-14 11:56   좋아요 0 | URL
90년대 후반을 미국에서 보내셨나 보네요. 원정팀 응원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죠. 경기장 전체랑 싸우는 느낌이 드니;;

마늘빵 2007-09-1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이걸 직접 합성한거에요? 이런 기술도 있구. 합성한 사진의 기술 때문에 추천.

turnleft 2007-09-14 11:57   좋아요 0 | URL
합성..이라고 해서 어감이 좀 이상해졌는데.. ^^;
그냥 3장을 살포시 겹춰준겁니다. 쉬워요 ㅋㅋ

2007-09-14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4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07-09-1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고나면, 안그래도 멋진 사진이 더 멋지게 느껴져요.

turnleft 2007-09-14 11: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도 박찬호 좋아하시나요? ^^

마노아 2007-09-1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참 좋아요. 따뜻한 시선과 관심도, 그리고 합성한 저 사진도 너무 근사해요. 멋쟁이(>_<)

turnleft 2007-09-14 12: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프레이야 2007-09-1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연속샷입니다. 합성인데 참 느낌이 좋으네요.^^
야구는 잘 몰라도, 즐길 수 있으면 그게 최고겠지요. 님의 글도 참 좋아요^^

turnleft 2007-09-14 12:02   좋아요 0 | URL
요새 읽고 계신 <삼미..> 하고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죠?

다락방 2007-09-1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게요.
박찬호보다 어리시다면....훗 :)

turnleft 2007-09-14 16:05   좋아요 0 | URL
훗 <--- 요 웃음의 정체는?(아직 어리구나?)

Mephistopheles 2007-09-1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휘두르는 팔의 잔상을 좀 보세요..
아무리 부진해도 박찬호씨는 박찬호씨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보고 싶어요.^^

turnleft 2007-09-14 16:06   좋아요 0 | URL
그쵸, 역사적 의미도 있어요. 그래도 자꾸 옛날이랑 비교되니까 좀 가슴이 짠~하더라구요. 지금의 모습도 의미가 있는데 말이죠.

Kitty 2007-09-1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안녕하세요! 박찬호 얘기가 나와서 반가워서 댓글 달고 갑니다 ^^
저도 여름에 박찬호 등판 경기를 한두 번 보러 갔었어요.
마이너리그 구장은 처음 가봤는데 분위기는 나름 오붓하고 좋은데다가 한국 사람들도 엄청 많이 와서 응원해줬지만 중요한건 갈 때마다 졌다는거 ㅠㅠ 실점도 많고 ㅠㅠ
내년엔 꼭 부활하길 바랍니다. 내년에도 또 보러갈께요!!

turnleft 2007-09-14 16:1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Kitty 님 ^^
휴스턴 근처에 계신가보네요. 지금 그 옆으로 허리케인 올라온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 모르겠군요. 몸 조심하시고..
제가 멀어서 박찬호 경기 응원은 차마 못 가니까, 제 대신 가서 응원 많이 해 주세요~ ^^

부리 2007-09-14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합성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저도 그런 기술이 있다면.............변기 막는 장면을 시리즈로...... ==3

turnleft 2007-09-15 02: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부리님.
일단 변기 막는 장면을 연속 촬영한 사진부터 준비하셔야 합니다. 합성은 그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