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팩으로 만든 의자는 워낙 가볍고 견고하여 100kg이 넘는 어른이 사용하여도 모양이 변하지 않을 만큼 튼튼합니다.  또한 기본 단위가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평행사변형, 사다리꼴형, 육각형등 다양한 모양으로 아이와 함께 용도에 맞게 제작하여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500ml 우유 팩으로 만든 의자는 유아들이 밥상을 사용할 때 받침용 의자로 앉게 하시면 좋습니다. 

더욱 좋은 점은 워낙 가볍다 보니 아이들이 쉽게 옮겨가며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소꿉놀이 판으로도 이 의자를 즐겨 사용하였고 거실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을 때  책상으로도 활용하였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인 두 딸이 어렸을 적에 1,000ml 우유팩 500여개를 연결해서 침대를 만들어 줬는데 시중에서 산 침대 보다 우유 팩 침대에서 자겠다며 서로 다투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재료: 1,000㎖ 우유 팩 24개, 가위, 스테플러, 비닐 테이프, 짜투리 천, 골판지


※ 만드는 순서
   
1. 우유팩을 편 다음 위쪽과 바닥쪽은 가위로 오려낸 뒤 기둥면 가운데 한면을 겹치게 접어 삼각 기둥을 만든다. 기둥이 펴지지 않도록 스테플러로 찍어 준다.(앞서 오려낸 위쪽과 바닥쪽의 파지를 삼각기둥안에 밀어 넣으면 기둥이 더 단단해 진다.) 2. 삼각기둥 6개를 스테플러로 이어 육각기둥형으로 만든다.
   
3. 1의 삼각기둥 3개를 스테플러로 붙여 사다리꼴형 기둥 6개를 만든다. 4. 2의 육각기둥의 각면에 3을 하나씩 붙여서 커다란 육각형을 만든다.
   
5. 골판지 위에 4의 육각기둥 모음을 대고 윗면과 아랫면의 육각형에 맞게 골판지를 오린 후 골판지와 육각기둥 모음은 노란 비닐 테이프로 이어준다. (육각기둥 모음의 전체 면도 노란 비닐 테이프로 꼼꼼이 이어 준다.)  6. 엉덩이가 닿는 윗면은 아랫면과 같이 그냥 골판지를 붙여도 되지만, 골판지에 솜을 넣어 천으로 고정시키면 앉을 때 푹신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7. 짜투리 천으로 커버를 만들어 씌운다. 

 8. 1000㎖ 우유 팩 의자에는 쿠션을 넣었고, 500㎖l 우유 팩 의자는 그냥 골판지만으로 만든 의자입니다. 비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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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6-08-0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가볍고 튼튼하다에 한표.. ^^

딸기 2006-08-0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들어보려고요. 그런데 천으로 저렇게 이쁘게 씌울 자신이 없네요 ^^;;

해적오리 2006-08-0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앞으론 우유팩 버리지 말고 꼭 챙겨두어야겠네요. 퍼갈께요. ^^

가을산 2006-08-0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이들 방학 과제물로도 좋겠네요.

마노아 2006-08-0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알뜰 정보예요. 저도 퍼가요^^
 

4.


큰 꾀는 느긋하고,

작은 꾀는 좀스럽고.


큰 말은 담박하고,

작은 말은 시끄럽고.


잠잘 때는 꿈으로 뒤숭숭하고,

깨어 있을 때는 감각 기관이 일을 시작하고.


접촉하는 일마다 말썽을 일으키고,

마음은 날마다 싸움질에나 쓰고.


더러는 우물쭈물

더러는 음흉

더러는 좀생이


작은 두려움에는 기죽어하고,

큰 두려움에는 기절하고.


시비를 가릴 때는 물매나 화살이 날아가듯 날쌔다. 끝내 이기겠다는 것을 보면, 하늘에 두고 한 맹세 지키듯 끈덕지다. 날로 쇠하는 것을 보면, 가을·겨울에 풀과 나무가 말라가는 것과 같고 하는 일에 빠져들면 헤어날 길이 없다. 늙어서 욕심이 지나친 것을 보면, 근심에 눌려 꼭 막힌 것 같다. 죽음에 가까워진 그 마음은 다시 소생시킬 수가 없다.


5.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염려와 후회, 변덕과 고집, 아첨과 방자, 터놓음과 꾸밈. 이것들이 모두 빈 데서 나오는 노래요, 습한 데서 나오는 버섯이다. 우리 안에 밤낮으로 번갈아 나타나지만,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지.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여러 가지 마음의 변화가) 나타나기에 우리가 삶을 유지하는 것. 이런 것들이 없으면 내가 있을 수 없고, 내가 없으면 이런 것들이 나타날 턱이 없지. 이야말로 진실에 가까운 것이나 이런 변화가 나타나게 하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구나.


--


진정 알 수가 없구나.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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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 스탈린, 마오쩌둥과 다른 공산주의자들의 전집들을 구해서 변증법적 역사유물론을 공부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서적을 제대로 공부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서는 많은 자극을 받았으나 ‘자본론’은 지루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계급이 없는 사회를 추구하는 공산주의 사상에 깊이 매료되었고, 공동체적 삶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아프리카 문화와 공산주의 사이에 공통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간결성과 보편성이라는 황금률을 따른 ‘능력에 따른 분배에서 필요에 따른 분배로’라는 마르크스의 기본적인 주장에 동의했다.

인종차별의 어둠 속을 헤매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변증법적 유물론은 등불과 같았으며, 나아가 인종차별을 종식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나는 이를 계기로 흑인과 백인의 관계라는 관점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상황을 보게 되었다. 우리의 투쟁이 성공하려면 이 흑인과 백인을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항상 증명할 수 있는 사실만을 믿는 경향이 있는 나는 변증법적 유물론이 지니고 있는 과학적인 성격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물론에 입각한 경제 분석에 특히 공감이 갔다.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의 생산에 들어간 노동의 양에 기초한다는 생각은 당시 남아프리카 상황에 잘 부합된다고 생각했다. 지배계층은 노동자들에 최저 생계비용만을 지불하고 상품의 잉여가치를 챙겼다.

혁명을 촉구하는 마르크스주의는 투쟁가들의 귀엔 감미로운 음악이었다. 역사는 투쟁과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진보한다는 주장 역시 호소력이 있었다. 마르크스주의 서적을 읽고 나는 실제 정치인에게 닥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그 유형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민족해방운동과 많은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 투쟁을 지원하고 있는 소련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것은 내가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고 ANC 내 공산주의자들의 위치를 인정하게 된 또 다른 이유였다.

한 친구는 내게 어떻게 아프리카 민족주의와 변증법적 유물론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내게는 두 사상 사이의 모순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소수 지배로부터의 해방과자결권을 위한 아프리카 민족투쟁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동시에 남아프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은 넓은 세계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우리의 문제는 비록 다른 점이 있고 특별하긴 했지만 크게 보면 꼭 독특한 것은 아니었고, 그러한 문제점들을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국제적인 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상이라면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인간들의 편견을 불식시키고, 국수주의적이며 폭력적인 민족주의를 종식시킬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공산주의자와 대화하기 위해 반드시 내가 공산주의자일 필요는 없었다. 흑인 민족주의자와 흑인 공산주의자들은 서로 적대하기보다 단합하는 편이었다. 소수의 냉소적인 자들은 항상 공산주의자들이 ANC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NC 역시 그들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181~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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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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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못 읽는 책들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내 경우는 조지 오웰의 이 책 ‘카탈로니아 찬가’와 안토니오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 에드가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 존 리드의 ‘세상을 바꾼 열흘’ 같은 책들이다.

이제는 읽으리라 하면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카탈로니아 찬가를 산 것이 벌써 2년 전이다. 읽겠다고 마음먹었던 때부터 치면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나고, 그 긴 시간동안 왜 안 읽고 동경하면서 또한 피하면서 지나쳐왔는지 그 이유도 기억이 안 난다.

올해(정확히는 지난달 19일)가 스페인 내전 70주년이라고 해서 유럽 언론들이 크게 다루고 국내 신문들도 몇몇 곳에서 집중보도를 해서 이번에야말로 읽어 ‘치우자’ 마음먹었는데, 읽고 나니 내가 그동안 조지 오웰을 너무 무서워했던 것 같다. ‘1984년’과 ‘동물농장’, 어릴적 반공도서급으로 포장돼 권장도서 목록에 늘상 올랐던 이 두 권의 책 말고는 읽은 것이 없지만 그 두 책이 준 인상이 너무나 강력하여 거의 트라우마처럼 머리 속에 새겨져 있다(그 책을 읽은 뒤 나는 ‘저렇게 강력한 무언가(빅브라더)에 대항하는 것은 나처럼 나약한 사람한테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일거야’하고 미리부터 자포자기했고 실제로 그런 인간이 되었다). 둘 더하기 둘은 셋도 되고 다섯도 되는 거야, 하는 1984년의 그 얘기가 전체주의를 상징하는 그 무엇으로 언제나 떠올려지고 암튼 그렇게 무서운 것이 이 작가였다.


그런 면에서 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의 재발견. 뭐, 잘 모르고 있었으니 재발견이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 오웰의 솔직 담백 명료하면서 일부러 순진무구하게, 또 어떤 부분에서는 기쁨과 분노가 새록새록 묻어나게 쓴 참전기를 보니 재미있었다.

두 번째는 스페인 내전의 발견. 이건 그야말로 내겐 ‘발견’이다. 게르니카가 어쩌고 프랑코가 어쩌고 말만 들어봤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혁명전쟁의 생생한(지나치게 드라마틱하지 않아서 오히려 생생한) 묘사를 보니 뒤늦게 흥미진진, 조금은 가슴이 뛰었다. 특히 오웰이 공들여 묘사한 혁명기 스페인의 동지애 같은 것들, 역시나 지금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곳에는 농민과 우리만 있었다. 누구도 주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소유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그것은 지구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게임 속에서의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한 국면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경험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줄 만큼은 지속되었다. 당시에는 그것을 아무리 욕했을지라도, 나중에는 뭔가 신기하고 귀중한 어떤 것과 접해보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냉담과 냉소보다는 희망이 더 정상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공동체, ‘동지’라는 말이 대부분의 나라에서처럼 허위가 아니라 진정한 동지적 관계를 의미하는 공동체에 속해 있었다. 우리는 평등의 공기 속에서 숨을 쉬었다. 지금은 사회주의가 평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유행임을 나도 잘 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와는 아주 다른 사회주의에 대한 비전도 존재한다. 보통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끼고 사회주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이유, 즉 사회주의의 ‘비결’은 평등사상에 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사회주의란 계급 없는 사회일 뿐이다. 그것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용군에서 보낸 몇 달이 나에게 귀중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140쪽)

 

프랑코 독재를 예감하면서도 잡을 수 없는 꿈을 미리 맛보는 듯 동지애를 확인하며 순간순간 기뻐하는 지식인의 모습은 덩달아 내게도 기쁨을 주고, 애틋함과 서글픔을 안겨준다.

역자 설명에 보면 오웰 본인의 후일담을 인용해서 민음사 번역본 11장에 해당되는 통일노동자당을 위한 변명 부분을 뺄까 말까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 뺐으면 아주 아쉬웠을 뻔 했다. 영화 ‘랜드 앤드 프리덤’의 그 토론장면들처럼 이 책에서도 가장 재미난 부분 중 하나가 그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얘기에서 정치적인 부분을 빼버리면 재미가 없지. 공산당이 왜 부르주아를 편들어? 공산당이 왜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를 탄압해? 왜 정치공작 뻔하디 뻔한 음모로 우리 편을 파시스트 편으로 몰아붙여? 사실은 스탈린주의가 트로츠키주의를 공격하면서 결국 파시스트 좋은 일만 했잖아? 결국 소련이라는 나라, 그렇게 해서 망한 것 아닌가. 책은 지금은 몰락한 ‘현존사회주의’에 대한 우울한 예언서이기도 했다.


세 번째는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한 것. 영국인 오웰의 눈에 비친 스페인 사람들은 느긋하고, 마냐나(모든 일은 ‘내일’로 미루자) 정신에 투철하고, 비효율적이고, 너그럽고, 순수한 사람들이다. 스페인 사람들(그리고 스페인의 ‘기차’들)에 대한 오웰의 묘사는 시니컬하면서도 애정이 묻어난다.

 

“스페인 사람들이 관대하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 그들은 20세기에 속하지 않는 고귀한 종족이다. 이 점 때문에 스페인에서는 파시즘이라 해도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견딜 만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스페인 사람들 중에 현대 전체주의 국가가 요구하는 지독스러운 효율성과 일관성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285쪽)

 

스페인에 가본 적이 없으니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발렌시아, 빌바오, 말만 들어봤지 통 모른다. 내게 그런 지명들은 FC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발렌시아, 애틀레틱 빌바오 같은 클럽들과 동급인 이름들이다. 스페인 축구는 재미있고 아름답지만 어떻게 보면 실속 없고 느슨하다. 남미 축구 비슷한데 또 남미 축구처럼 아주 화려하거나 낙천 그 자체인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오웰이 묘사한 1930년대 ‘전시’의 스페인 풍경도 꼭 내가 지금 보는 스페인 축구 같다.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지식인의 기록은, 그가 스페인을 떠나면서 끝난다. 오웰은 70년 전 당시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고, 나는 70년 뒤 역사가 되어버린 과거를 읽는다. 우리의 현재가 오웰이 그린 미래가 아니고, 그의 미래는 여전히 우리에게도 미래로 남아 있다. 그렇게 카탈로니아에서 오웰과 나, 역사와 현재와 미래가 만난다. 내전은 70년 전 일이라는데 나는 이제야 그 여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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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리 2006-08-1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 오웰 덕에 카탈루냐가 제겐 성지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경건하게 성지 방문을 하고 싶어요 ^^;

딸기 2006-08-18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제 경우는 아직은 조지 오웰보다 FC 바르셀로나의 영향력이 더 크긴 합니다만. :)
 
이브의 일곱 딸들
브라이언 사이키스 지음, 전성수 옮김 / 따님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딱 내 취향인 책이다. 요사이 과학으로 다시 쓴 역사, 혹은 거창한 말로 하자면 ‘과학과 역사의 만남’을 시도한 것들을 아주 재미있어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시초 격에 해당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명성은 들었지만 이제야 읽었다. 꽤 상당히 매우매우 재미있었다.

옥스퍼드대학에 있던 사이키스의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모계 유전된다는 점에 착안, 유전자 계보(클러스터)를 파악하고 돌연변이를 검사했다. 그렇게 해서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추적하는 방법으로 유럽인의 조상이 7명의 여성들(이브)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전세계로 치면 33명의 여성들이 현재 거주하는 모든 지구인들의 조상이 된다.
미토콘드리아 이브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 책에서 워낙 많이 언급되는 것인데다, 지난번 황우석 파동 때 스너피(아프간하운드)가 진짜 체세포 복제동물인지 아닌지를 체크한다며 했던 것도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검사한 거였다. 과학에 관심 없는 이들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래저래 DNA 얘기에 우리가 귀를 닫고 살 수는 없는 형편이 된 것은 분명하다.


선사시대를 복원하는 일에서도 빗살무늬토기 따위를 놓고 인간이 어디서 왔을까 하는 식의 연구방법은 이제 효력이 다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DNA 분석 이용해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 큰 흐름인 듯하다. 한 10년, 20년 사이에 새로운 과학적 방법론, 체계적이고 엄밀하다는 의미의 ‘과학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과학분야에서 새롭게 생겨난 방법들을 가지고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들이 활발한 모양인데 윌리엄 맥닐이나 루카 카발리-스포르차(이 책에선 계속 ‘스포르자’라고 번역했다)나 재레드 다이아몬드나, 모두들 이런 작업들을 대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아프리카기원설과 다지역기원설(네안데르탈인이냐 호모 사피엔스냐) 하는 문제에서는 최근 과학저널 인용한 외신들 봐도 그렇고 아프리카기원설이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에 실린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찾는 작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사이키스네 연구팀이 그 연구를 할 적만 해도 두 주장이 팽팽했기 때문에, 이 논쟁에 대해 담은 부분은 지금하고는 벌써 조금 시차가 느껴진다.


아프리카기원설-다지역기원설 정도로 대립의 폭이 큰 것은 아니지만, 사이키스 팀과 카발리-스포르차 팀의 대립도 꽤 대단했던 듯하다. 이것은 인류의 기원 정도에 해당되는 거창한 논쟁은 아닌데, 사이키스 팀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 현생 유럽인 80%가 과거 수렵채집인들을 뿌리로 하고 있다고 하고, 카발리-스포르차 팀은 (구체적인 수치는 없지만) 유럽인들 대부분이 중동 비옥한 초승달에서 건너온 농경인들의 후손들이라고 주장했다. 카발리-스포르차의 책 중에서는 국내에 번역된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를 재미나게 읽었는데 인류의 이동 중 유럽 부분에서 굉장히 중요한 축으로 ‘초승달→유럽’으로의 이동을 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이키스는 이 논란이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자체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피가 말랐던지 그 부분을 상세하게 썼는데 나중에 카발리-스포르차도 인정을 했던 것으로 나온다. 카발리-스포르차의 책을 워낙 재밌게 보았던지라 이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고, 또 카발리-스포르차에 대한 캐릭터 묘사(“루이지 루카 카발리-스포르자 교수는 그 명성에 못지 않게 뛰어난 품위를 지녔다.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꼿꼿한 자세와 깔끔하게 빗어올린 백발의 그는 낮에는 학회와 바삐 돌아가는 회의실에서, 밤에는 저명 인사들만 접대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언제나 행동이 자연스럽다. 그의 연구분야에서 그가 미친 영향과 기여는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159쪽)도 재미있었다.


뒷부분에는 유럽의 엄마들인 일곱 이브에게 이름을 붙여서(우설라, 제니아, 헬레나, 벨다, 타라, 캐트린, 재스민) 각각을 연대 순으로 유럽 곳곳에 배치를 했다. 수렵인에서 농경인까지를 아우르는 그들의 생활을 가상으로 복원했다. 꼼꼼히 읽지 않고 이 부분은 슬렁슬렁 넘어갔는데 그런대로 참신한 시도였던 듯하다.


책 전반을 감도는 ‘영국식 유머’도 재미있었다.
“해물 오믈렛에 블루 라군은 내 비위에 전혀 맞지 않았다. 큐라소(블루라군 칵테일을 만들 때 쓰는 술 이름)의 푸른 색깔을 내기 위해 무엇을 사용하는지는 모르지만 위 속에 들어가서도 그 색깔이 바뀌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을 금방 알게되었다.” (106쪽) 술 먹고 토했다는 얘기를 이렇게나;;

리처드 도킨스 식의 다소 씨니컬하면서도 재치있는 문체 덕에 내내 웃으며 책장을 넘겼지만 저자의 사고방식은 균형잡혀 있고 학자치고는 저널리스틱하면서도 멋진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백인들의 수탈에 시달려 DNA검사 따위엔 학을 뗀 호주 원주민들에 대한 아쉬움이 담긴 그의 문장.

“언제 어떻게 최초의 원주민이 호주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유전학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 역사가 나와 같은 유럽인의 것이 아니라 호주 원주민들의 것임은 분명하다. 그것은 그들의 역사이지 나의 역사가 아니다. 물론 나로서는 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우리에게도 들려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298쪽)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어떤 사회과학자들의 책보다도 설득력이 있는 것이, 인종이라는 허깨비 개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이런 과학자들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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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6-08-02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가 정확히 어떤 종류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
아무튼 고맙습니다. 랄랄라 ~~~

이네파벨 2006-08-0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을것 같아요. 저도 딸기님 리뷰 팬입니다~ 서평을 어찌 그리 잘 쓰시는지...절로 책에 손이 가요~ 일단 보관함에...추천과 thanks to 꾸욱~

딸기 2006-08-0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네, 땡스투 많이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