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제국 - 어둠의 대국 러시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에가시라 히로시 지음, 이정환 옮김 / 달과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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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러시아에 관심을 좀 가져볼까 했는데 워낙 아는 바가 없고, 가장 걸리는 것은 푸틴이라는 인물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참 냉혹하게 생긴 인상이다. KGB 출신이라고 하고, 체첸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 때에는 자기네 국민들도 가차없이 희생시키고. 외신사진에 나오는 푸틴의 모습은 너무나 차갑고 뱀같고 유령같다. 최근 들어 ‘친숙한 모습’을 선보이려는지 어린아이와 사진을 찍고 무술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심지어 몇 달 전에는 네티즌들과 ‘웹 대화’까지 했다는데, 그래도 이 사람의 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의 인상을 한마디로 하면 ‘냉혹함’이다. 난 그 인상이 너무 싫고 무서워서 어떤 때는 푸틴 얼굴 사진으로 보는 것도 싫다. 정말 정내미 떨어지는 얼굴.
내 궁금증은 단순한 것이다. 그런데 왜 러시아인들은 푸틴을 좋아할까. 어째서 70% 넘는 지지율로 그에게 재선을 안겨준 것일까. 외신들로만 보면, 러시아 사람들은 푸틴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만 같다. 자기에게 대드는 기업인은 가차없이 체포해버리는 걸 보면 푸틴이란 작자, 민주주의 할 사람은 결코 아닌 것 같은데 국민들은 그를 좋아한다고 한다. 올리가키에 대한 반감 따위를 정치에 적절히 이용하고 국민들의 ‘강한 러시아’ 희구심리를 자기 인기로 전화시키는 놀라운 정치력의 소유자?

니혼게이자이신문 모스크바 특파원 출신인 저자는 이 책에서 옐친 정권 말기부터 2003년까지 러시아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난 이런 식으로 ‘눈으로 보는 것 같이’ 묘사하는 건 영 미덥지 않아 싫어하는데 이 책은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러시아 최근 상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놓은 것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정작 푸틴에 대한 설명은 없다. 푸틴의 제국이라는데 푸틴은 어디에? 제목으로만 보면 이건 순 ‘낚시질’이다. 현재의 러시아를 ‘푸틴의 러시아(이 책의 영어제목)’로 부를 수 있을지 어떨지도 잘 모르겠다. 만일 러시아가 푸틴의 제국이라면, 그렇게 되는 과정은 현재진행형이고, 평가는 한참 뒤에나 가능할 것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으로만 보자면 러시아는 푸틴의 제국이 아닌 '츄바이스의 제국'이다. 저자는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무명이었던' 푸틴이라는 자의 놀라운 정치적 성공의 비밀을 풀어놓는 대신, 1990년대 말 이래 러시아에서 벌어진 민영화와 관련된 이전투구, 그리고 푸틴 정권 내 이권다툼 같은 것들을 설명하는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 핵심에 서있는 인물은 츄바이스와 베레조프스키다. 아쉽게도 이 책의 글쓴이는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잘 하는데 '사람'을 설명하는 데에는 영 젬병이다. 결과적으로 푸틴도, 츄바이스도, 베레조프스키도, 내면의 동력을 들여다보며 생생히 캐릭터를 재구성해내는데 실패해 '신문기사 속 인물'의 수준을 거의 벗어나지 못한 꼴이 됐다.
내 궁금증은 풀어주지 못했지만, 어쨌든 적당히 저널리스틱하면서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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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평전
찰스 펜 지음, 김기태 옮김 / 자인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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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책이 어디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일까. 책꽂이에 꽤 오래, 적어도 몇 년간 꽂혀 있었다. 나는 그다지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매우 너저분하고 뒤죽박죽인 내 책꽂이에서 적어도 이 책이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지는 계속 파악하고 있었으니 그렇다면 최소한 내 관심권에는 있었다는 얘기인가. 아무튼 어디서 났는지, 돈 주고 산 것인지, 그랬다면 왜 샀는지, 누가 가져다준 것인지 통 기억나지 않는 이 책을 어제 꺼내들었다.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고 갑자기 동남아에 ‘꽂혀서’ 하늘색 가벼운 이 책, 그러나 가볍지 않은 한 인물의 일생을 담은 책을 펼쳤다.

“호치민의 인격이나 업적을 볼 때, 이상한 것은 마르크스주의나 레닌주의, 스탈린주의, 티토주의는 있는데 호(치민)주의가 없다는 사실이다. 생애 마지막 한 시기에 그가 숭배의 대상이 되었을 때 호산나를 외친 것은 거의 대부분 젊은이였다. 젊은이는 충성심도 변덕스러웠나보다. 아마도 호치민은 ‘주의’와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대표하는 것은 정치적 숭배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철학적 개념이다. 더 나은 표현이 없어서 우리는 그의 공헌을 ‘호치민적인 것’이라 부르기로 한다.” (99쪽)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영국이 처칠을 따랐고 미국이 루스벨트를 따랐던 것처럼 베트남은 호치민을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호치민은 베트남 국민에게 있어서 처칠이나 루스벨트보다 위대한 영웅이었을 것이다. 그는 귀족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240쪽)


책은 가볍다면 가볍다. 호치민이라는 사람에 대해 나는 잘 모르고, 베트남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저자는 AP통신 기자였다고 하고, 2차 대전 때 미군 OSS(잘은 모르지만 ‘태백산맥’에서 김범우가 일했던, 그리고 최근 드라마 ‘서울 1945’에서 김호진이 분장하고 나온)에서 일했다고 한다. 저자는 호치민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있었고, 베트남 문제에 직접 관여를 했었다고 하는데 책이 밀도가 있냐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평전이라고 하는데 치밀하지 못하고, 그대신 문체도 내용도 소탈하고 재미있다. ‘평전’이란 걸 읽게 되면 책의 주인공이 주는 느낌과 전기 스타일이 겹쳐지는데 이 책에서 주인공은 저자를 그다지 압도하는 것 같지 않다. 어쩌면 ‘호아저씨’도 저자도 스타일-문체에서 똑같이 소탈하기 때문일까.
호아저씨는 어릴적 고향을 떠났고, 프랑스에서 공산주의를 접했고, 민족해방 투쟁을 벌였고, 베트남의 국가원수가 됐고, 전쟁 와중에 세상을 떠났다. 고난과 영광의 길이라 하기엔 그의 생생한 행보와 생각의 여정이 잘 나와 있지 않다. 저자는 호아저씨가 남긴 글이 마오쩌둥처럼 많지 않고 젊은시절 호아저씨에 대한 기록도 별로 없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아마 사실이겠지. 결국 호아저씨는 내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적어도 옷깃은 스친 것 같다. 베트남 사람들이 너나없이 그를 아저씨라 부르며 좋아했던 것처럼, 파리 사람들이 그에게 홀딱 반했던 것처럼 갑자기 나도 ‘호아저씨’가 따뜻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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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
클라이브 크리스티 엮음, 노영순 옮김 / 심산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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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역사에 대한 책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몇 해 전에 어느 서양 외교관이 쓴 ‘한권에 담은 동남아시아 역사’라는 것 한 권 보고 나서 적당한 교재를 찾지 못한 것도 있고 내 관심사가 아닌 것도 있고 해서 그냥 치워놓고 있다가 이번에 세미나 커리큘럼으로 이 책이 들어간 덕에 읽게 됐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아주아주 훌륭한 책이다!

뭐가 훌륭하냐면, 동남아시아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다. 모헨조다로 앙코르와트 이런 식으로 출발해버리면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지만 김이 좀 빠진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20세기에 초점을 맞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여러 지역들의 풍경을 전한다. 그냥 풍경화 풍속화로만 그리는 것은 물론 아니다. 20세기가 어떤 시대였나. 우리도 ‘아시아’ 해봐서 아는데, 이 지역 사람들에게 20세기는 쉬운 시절 아니었다. (역사에 ‘쉬운 시절’이 과연 있을까마는) 이 100년 동안 아시아 사람들 참 많이 당하고, 남한테 얻어맞고 빼앗기고 자기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식민지, 투쟁, 독립, 이념대립, 전쟁, 발전, 이런 것들이 100년 동안 이 동네 난리북새통으로 만들고 숱한 사람 괴롭히고 또 영웅도 낳고 했었다.


편저자는 그 모양들을 담은 여러 문헌들을 통해 100년간의 동남아시아를 보여준다. 오늘날의 국가 구분으로 하면 말레이시아(말라야),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 버마, 라오스와 캄보디아, 그리고 싱가포르가 약간 들어간다. 서론은 식민시대 이전 동남아를 내륙부와 해양부로 나눠 아주 간략히 개괄하고, 그 뒤로는 연대순-테마별 단락들이 들어간다.

“이 책의 서술 배후에 놓여 있는 첫 번째 질문은 ‘전체로서의 이 지역 근현대 역사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통일성을 어느 정도 논증할 수 있느냐’이다. 일견 동남아시아는 지배적인 민족도, 언어도, 문화도, 종교도, 전식민 시기 국가도, 식민세력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에는 특기할 정도로 공통의 역사적인 경험이 있음을 알 수 있다.”(33쪽)

그 공통의 경험은 서구 열강의 식민통치를 겪었다는 것(태국이 예외적으로 독립을 유지하기는 했다), 1940년대 초·중반 일본의 군사점령을 당했다는 것, 2차 대전 후 탈식민화를 경험했다는 것, 곧바로 냉전이라는 구도 속에서 곡절을 겪어야 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2장과 3장은 1990년부터 1941년까지 일본이 망하고 동남아에 지금 같은 나라들이 생기기 이전까지를 다루는데, 2장에서는 이 지역에서 근대적 민족의식이 어떻게 싹텄는지를 보고 3장에서는 그런 의식이 어떤 정치적인 흐름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핀다. 4장은 일본 점령 시기, 5장은 일본의 패배와 항복 뒤 동남아의 ‘혁명’ 시기, 6장은 독립 후 국가세우는 과정, 7장은 독립·정착 과정에서 민족간 협상 갈등 냉전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구체화한다. 8장은 1954~1965년 주로 베트남 전쟁 등 인도차이나 상황과 냉전의 영향, 9장은 좀 어수선하지만 자리잡아가는 동남아시아를, 10장은 마무리 격으로 발전해가는 동남아시아를 다룬다.


저자는 우선 저런 테마별로 간단히 설명하고 관련된 문헌들의 요약본을 소개한다. 테마들은 하나같이 재밌다. 프랑스 통치에 대한 베트남의 대응/동남아시아 민족주의와 반식민주에 미친 ML 영향/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공산주의자 반란들/제2차 세계대전 중 타이와 일본/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새로운 역할/버마의 군사혁명/세계도시 싱가포르 등등. 하나하나 테마들이 모두 책 한권씩은 읽었으면 좋겠는, 의문 들고 관심 가는 것들이다. 시간대별로 필요한 지역들을 이리저리 교차시켜서 뽑아놓은 문헌들도 종류가 다양하다. 버마 사야산 반란을 다룬 글은 서양 사람이 관찰한 당시 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베트남에서 ML 영향은 호치민의 ‘민족과 식민 문제에 관한 테제’를 직접 인용해놨다. 미국 국무부 백서, 키신저의 글 같은 것들이 고루 들어가 있어서 여러 가지 각도에서 사건들을 볼 수 있게 했다.

“20세기 동남아시아 역사에서 이념적 차원이 가끔은 부당하게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이데올로기는 이 지역의 역사가 전개되는 각기 다른 단계에서 주요한 정치적인 세력들과 개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과 우선적인 가치를 형성하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안내자 역할을 했다.”(35쪽) 이 책에 묶여있는 글들은 편저자가 중시하고 있는 이 지역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나 그들이나 같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따라 굴러왔다는 점이다. 동북아와 동남아 서로 좀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하다. 적어도 20세기에 두 지역 대부분 나라들은 식민지-투쟁-독립-전쟁-발전 같은 겹치는 경로들을 밟았다. 어떤 부분에서 동남아 어떤 지역들은 조선보다 역동적이었고 한국보다 힘이 있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무기력하고 한심했다. 책 읽는 내내 조각난 퍼즐들을 맞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깨진 거울로 내 모습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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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3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리뷰를 읽다 보면 봐야 할 책이 너무 많이 쌓이는 압박이 있습니다. ^^

딸기 2006-10-31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바로 서재질의 마력;;이지요 ^^
 
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넬슨 만델라 지음, 김대중 옮김 / 두레 / 2006년 3월
구판절판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투사로 인종차별 철폐 투쟁을 벌이던 만델라 할아버지는 아프리카 흑인 이웃나라들을 돌면서 지원을 호소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감옥에 가기 전 탄자니아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

니에레레 대통령(탄자니아 대통령)은 내가 음베야로 갈 때 그의 전용기를 빌려주었다. 거기서 다시 로바체로 가는데 조종사가 내게 카니에에 착륙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왜 계획이 변경되었는지 걱정스러웠다. 카니에에 내리니 지방 치안판사와 보안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지방 치안판사는 내게 다가오더니 내 이름을 물었다. 나는 데이비드 모차마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나의 진짜 이름을 대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데이비드 모차마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저에게 진짜 이름을 말하십시오. 나는 여기서 만델라 씨를 만나서 그를 도와주고 수송을 제공해주라는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당신이 넬슨 만델라 씨가 아니라면, 유감스럽지만 나는 당신을 체포해야겠습니다. 당신은 비자 없이 이 나라에 입국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넬슨 만델라 씨가 맞습니까?"
나는 난감했다.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어차피 체포될 것 같았다. "만약 당신이 내가 데이비드 모차마이가 아니고 넬슨 만델라라고 우긴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우기지는 않겠소" 라고 말했다. 그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우리는 어제 당신이 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동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451쪽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판사는 의기소침하고 언짢아보였으며 나를 똑바로 쳐다보려 하지 않았다. 다른 변호사들도 난감해하고 있는 듯했다. 그 순간 의외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의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단지 동료 법조인이 이제는 몰락하여 피고석에 서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신념 때문에 처벌을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이전에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어떤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선 나의 역할 그리고 내 앞에 놓인 가능성이었다. 나는 압제자의 법정에 선 나의 역할 그리고 내 앞에 놓인 가능성이었다. 나는 압제자의 법정에 선 정의의 상징이었고, 자유와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회에서 이 위대한 이상들을 대변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때 그 자리에서 나는 적의 요새 안에서도 투쟁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464쪽

나는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을 되찾고, 젊은 시절 나의 인생으로부터 오래된 실을 뽑고, 아침에는 사무실에 나갔다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고, 약국에 들러서 치약을 사고, 저녁에 옛 친구를 방문하는 것을 갈망해왔다. 이러한 일상적인 일들이 내가 감옥에 있을 때 가장 그리워했던 일이며, 내가 자유롭게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재빨리 이러한 일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밤 이후로 몇 주 동안 매일 밤, 나의 집은 수백 명의 지지자들로 에워싸였다.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추고 소리 질렀으며, 그들의 기쁨은 쉽게 퍼졌다. 그들은 나의 민족이었고, 나는 그들을 거부할 권리도 욕망도 없었다. 그러나 내 자신을 나의 민족에게 양보하자 또다시 내 자신이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8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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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넬슨 만델라 지음, 김대중 옮김 / 두레 / 2006년 3월
구판절판


아파르트헤이트는 내 조국과 국민들에게 깊고 오랜 상처를 남겼다. 우리 모두는 그 심한 상처를 치유하는 데 여러 세대 또는 적어도 여러 해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의 억압과 잔인함은 또 다른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는데, 그것은 바로 억압과 잔인함이 우리 시대에 올리버 탐보, 월터 시술루, 추툴리 추장, 유서프 다두, 브람 피셔, 로버트 소부퀘와 같은 대단한 용기와 지혜와 관용을 지닌, 내가 다시는 알지 못할 그런 사람들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런 고귀한 인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토록 심한 억압이 필요할는지도 모른다. 나의 조국은 땅 속에 묻혀 있는 광물과 보석이 풍부하나, 나는 항상 우리 나라 최고의 재산은 순수한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훌륭하고 진실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897쪽

아래층 협의실에서 우리는 종종 종이에 글을 써서 의사소통을 했다. 종이는 사용 후 태워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우리를 감시하던 특수부 장교 가운데 스와네포엘이라는 중위가 있었는데, 퉁명스럽고 얼굴색이 붉은 이 사람은 우리가 항상 자신을 속인다고 믿고 있었다. 어느 날 스와네포엘이 문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 때, 고반 음베키가 극도로 조심스럽게 쪽지를 쓰기 시작했다. 역시 조심스럽게 그는 내게 쪽지를 건넸다. 나는 그것을 읽고 점잖게 고개를 끄덕인 후 케이시에게 쪽지를 건넸다. 케이시는 보란 듯이 쪽지를 태우기 위해 성냥을 꺼냈다. 그때 스와네포엘이 방을 급습했다. 케이시에게서 쪽지를 뺏은 그는 방에서 성냥을 켜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자기의 전리품을 읽기 위해 방을 나갔다. 몇 초 뒤 그는 "나는 이 일로 너희 모두를 가만두지 않겠어"라고 말하며 황급히 돌아왔다. 고반이 대문자로 쓴 말은 "스와네포엘 녀석 잘생기지 않았소?"였다. -5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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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겜보이 2006-10-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