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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매끌매끌 ㅣ 달팽이 과학동화 1
김용란 글, 신가영 그림 / 보리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밤마다 아이에게 1~2권 정도 그림책을 보여주는데, 불성실한 엄마는 책을 읽어주다가 혼자 의문에 사로잡히곤 한다. 나를 비롯하야 요즘 엄마들, 아이에게 '자연'을 보여주기 힘드니 억지로 '자연'을 만들어주고 가르쳐주고 주입시키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자연은 갈대숲 보리밭 여우 사슴 고라니... (이거 웬 공익광고;;) 같은 것들이 아니라 아파트, 길거리, 그나마 요즘 많이 좋아져서 집 앞 개천 같은 것들이다. 그것이 내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다. '자연'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관대 반드시 아이에게 자연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며, 또한 인공이 어느 정도까지 가미된 것을 자연이라 부를 수 있나? 암튼 나의 의문은 항상 여기에서 시작돼서 여기에서 대답없이 끝난다.
뭐냐면, 당장 이 책만 해도, 동물들의 '촉감'을 놓고 여러가지를 '가르치'고 있다. 동물들마다 피부가 다르고 털이 다르니 그것들을 만지면 촉감이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다. 우툴두툴 두꺼비, 뾰족한 고슴도치, 딱딱한 통나무, 보드라운 다람쥐... 통나무 빼고는 나도 만져본 적이 없는데 그런 내가 책을 놓고, 아이에게 가르친다. 고슴도치는 털이 뾰족해, 다람쥐는 보드랍고 두꺼비는 우툴두툴하네, 이런 식으로. 책은 달팽이과학동화 시리즈의 다른 책들처럼 적당히 전래동화 냄새도 나고, 적당히 자연 공부 냄새도 난다. 그런데 이런걸 읽어주다보면 회의가 든다. 내 아이의 '자연'이 현실적으로 이게 아닌데 그걸 자연이랍시고 말로 문자로 책으로 가르치려니... 아이가 "엄마 근데 우리 아파트엔 왜 고슴도치 없어요?" "엄마가 고슴도치 털 만져봤어요?" 하고 물으면 뭐라고 해야 하나. 암튼 자연 가르친다고 아이에게 자연 만들고 꾸며서 보여주는 짓에 목매달고 싶진 않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