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은 '에이브' 이야기.

88권의 책들 대부분이 주옥같았지만, 특히 내 마음을 잡아끈 것은 에릭 호가드의 바이킹 소설들과, 로즈마리 서트클리프(당시의 표기;;)의 소설이었다.

분명 서트클리프의 책이 뒤에 단행본으로도 출간된 걸로 알고 있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알라딘에서는 나오지를 않는다. 이름 표기가 틀렸나, 해서 구글까지 동원해 찾아보니, 로즈마리 '셧클리프'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게 있다. 고유명사의 경우, 처음에, 특히 어린시절에 어떤 표기가 '각인'되어 버리면 그 명사는 기억/추억과 그대로 뒤섞여서, 마치 그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뇌 신경에 특수한, 정다운 호르몬이라도 발라져 있는 것처럼 그렇게 정해져버리는 것. 내게 '셧클리프'는 어디까지나 '서트클리프'다. (실제로도 서트클리프 혹은 섯클리프가 맞는 것 같다. Rosemary Sutcliff )

얘기가 딴데로 샜는데, 찾아보니 이 책이 나왔다.

 

 

 

 

비룡소에서 다시 출간됐던 모양이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면.

이제와서 굳이 거창하게 나의 기억에 해석을 붙이자면, '횃불을 들고'는 내게 '서양' 안에도 여러가지 역사가 고여 있음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또 하나, 아마도 중학생이었을, 어린 내게 '고요한 사랑'에 대한, 하이틴로맨스 풍이 아니라 다소간 엇갈리기도 하면서 또한 중첩되기도 하는 그런 사랑에 대한 감각;;을 알려준 책이기도 했다.

주인공의 이름은 아퀼라(나는 뒤에 프레디 아귈라의 이름을 듣고 아퀼라를 떠올렸다)이고 별명은 '돌고래'였다. 아퀼라는 어느 부족장의 두 딸들 중 하나와 결혼할 기회를 얻는다. 이름이 길고 화려했던 언니는 얼굴이 희고 예뻤지만 아퀼라는 마르고 조용한 둘째를 택한다. 아내는 조용하다. 아내는 다소 냉담하다. 시간이 한참을 흐른 뒤에, 아퀼라는 아내에게 이유를 묻는다. 아내는 "내게 그때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는 걸 당신은 생각해보지 않았겠지요."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난 이 장면에서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이유는... 뭐였을까?

뒤에 '돌고래'는 '송사리'를 낳고, 두 사람은 변화했을 것이다. 아퀼라와 아내의 사랑은 자연스러운, 그러나 그 한켠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회한과, '배려 없는 선택'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것으로 인한 애틋한 분위기가 남아있었을 것이다.

책은 연애소설이 아니라 역사소설이다. 난 지금 뻘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머릿속 책꽂이일 뿐이니 뻘소리를 좀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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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9-1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음.... 저도 에이브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서, 저 [태양의 전사] 사서 읽었는데요.스페인 제국의 잉카 침공을 그린 책이 아니었는데요.. ^^;;
늑대를 잡아야 진정한 성인 남자로 인정해 주는 부족이 나오는 이야기였답니다.

panda78 2005-09-14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는 BC900 년 즈음의 청동기 시대. 주인공 소년 드렘은 어느 날, 어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통해 자신은 한쪽 팔을 쓸 수 없어 훌륭한 전사가 되지 못하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전사로 인정받지 못하면 성인 남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부족의 풍습을 알고 있는 드렘이 절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훌륭한 외팔이 사냥꾼 탤로어는 창은 한쪽 팔로도 훌륭히 다룰 수 있다며 드렘을 격려해 준다.

탤로어의 도움으로 훌륭한 사냥개까지 가지게 된 드렘은 주위의 시선과는 관계없이 훌륭한 외팔 창잡이가 되고자 열심히 연습한다. 세월이 흘러 소년의 집에 들어가게 된 드렘. 시간은 흘러 시험의 시간이 다가온다. 늑대를 죽이는 시험에 합격할 때 비로소 전사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 알라딘 책 소개에서 퍼 왔사와요. ^^

딸기 2005-09-14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앗 맞아요
저의 실수...태양의전사가 아니고 먼황금나라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