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부 우타르칸드 주의 히말라야 산지에서 발원한 갠지스 강은 힌두 문명의 발상지다. 인도인들은 이 강을 ‘강가 마(Ganga Ma·모든 이들의 어머니)’라 부른다. 힌두교 신자들은 이 강을 성스러운 강, 더러움을 정화해주는 강으로 숭배한다. 힌두교 성지인 갠지스 강변의 바라나시에는 힌두 축일은 물론이고 연중 내내 순례자들이 몰려든다. 매일 새벽 바라나시의 강변에서 몸을 씻는 순례자 수가 평균 6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 강은 더러움을 씻어내주는 강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강’으로 변하고 말았다. 오염과 질병의 온상이 되어버린 갠지스 강을 살리기 위해 인도 정부가 팔을 걷어부쳤다. 세계은행도 이례적으로 갠지스 정화작업에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라는 막대한 돈을 지원하기로 했다. 4억명의 주민들이 기대어 사는 삶의 원천인 갠지스를 살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러움을 씻어주는 강'이 아닌 '더러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 갠지스 강. /AFP자료사진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2일 인도 델리를 방문, 인도 정부와 차관제공 협정을 체결하고 “갠지스 살리기에 향후 5년간 1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졸릭 총재는 “목표는 갠지스 수계(水界) 전체를 살리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오염 처리시설을 세우고 배수지를 정비하는 등의 사업을 벌이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세계은행 지원금 외에도 수십억 달러를 들여 2020년까지 갠지스 강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준’으로 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지 언론인 봄베이뉴스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세계은행 지원금으로 갠지스분지 관리를 위한 연구소와 재단을 만들고, 외국의 재정지원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인도 갠지스분지관리국(NGRBA)은 이 강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서는 4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갠지스강은 콜카타(옛 캘커타), 바라나시, 칸푸르 등 주요 도시를 거치며 2510㎞를 흐른다. 알락난다, 다울리강가 등 6개 강과 수십개의 지류가 합쳐져 벵골만으로 나간다. 바라나시 등 주요 힌두교 성지에는 목욕 순례를 오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인도인들은 사람이 죽어 화장하면 그 뼛가루도 이 강에 뿌린다. 강변 도시들과 농촌 주민들이 버리는 생활하수와 농업용수도 대부분 이 강으로 흘러간다.
그 결과 갠지스는 화학약품, 살충제, 쓰레기, 분뇨가 뒤섞인 오염 덩어리가 됐다. 지난 2007년 조사에서 바라나시 인근 강물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은 20~50㎎/ℓ에 이르렀다. 한국의 경우 BOD가 8㎎/ℓ 이상이면 가장 오염된 5급수다. 갠지스 강물에서 검출된 대장균 수는 100㎖ 당 최대 200만마리로, 일반적인 목욕물 기준(150마리 이하)의 1만배가 넘었다. 인도인들은 이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한다.
과연 갠지스 살리기가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아직은 알 수없다. 인도 측은 이미 1985년 한차례 ‘강가(갠지스)행동계획(GAP)’을 실시했지만 몇년 못가 실패로 돌아갔다. 외국 지원을 받아 갠지스 수질검사와 환경보전 캠페인을 해온 ‘상카트모찬기금’ 등 민간단체들은 “정부의 철저한 예산 관리와 집행은 물론, 인도 국민 전체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