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그린 -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이영민 외 옮김, 왕윤종 감수 / 21세기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유행이라고 해서 또 꾸역꾸역 읽었다. 이 책에 나온 기후변화/에너지에 대한 것들은 대개 어딘가에 나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이 이슈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정책이나 국제정세(특히 프리드먼의 강점인 중동 정세에 대한 지식)와 연결지어서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있어 보이게’ 썼기 때문에, 이왕이면 유명한 사람이 쓴 책을 보고 어디 가서 아는 척 좀 하고 싶은 독자에게라면 괜찮을 듯.

중동 문제에서 세계화로, 그리고 다시 기후변화 시대의 에너지 전략으로 갈아타는 걸 보면 프리드먼이 저술가로서 능력이 있기는 하다. 프리드먼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것도 사실이고.
책에는 아이디어가 넘쳐나는데 정밀하지는 못하고, 또 그 ‘미국 잘난 척’ 때문에 짜증나는 부분도 있다. 자기 글은 어차피 세계가 다 읽는다는 걸 알면서 이렇게까지 나라사랑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떻게 보면, 이렇게 “내가 이게 다 미국을 사랑해서 하는 소리다”라고 강조하지 않으면 에너지낭비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 배척받을까 지레 걱정되어 그러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이것도 미국인들의 석유중독이 그 정도로 심하다는 반증인 셈인가.

“지난 몇 년간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보면 극도로 강력한 두 가지의 또 다른 힘이 지구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바로 지구온난화와 세계 인구의 급증이다.
이 책은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로 인해 극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다섯 가지 핵심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점점 부족해지는 에너지 공급 및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의 증가, 석유 강국들과 이른바 ‘석유독재자들’에게로 부가 막대하게 이동하는 현상, 파괴적인 기후변화, 세계를 전기를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로 날카롭게 양분하는 에너지 빈곤, 동식물들이 기록적인 속도로 멸종해가면서 급격히 가속화되는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바로 그 핵심 문제들이다.” (50쪽)

저자는 다가올/다가온 시대를 ‘에너지기후시대’라 이름붙이고(이름 짓는 것 참 좋아한다) 서력 기원전·후처럼 앞으로는 ‘ECE(Energy-Climate Era) 몇 년이라는 개념이 통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대테러전 한다며 아랍국들 몰아붙이고 뒤에서는 석유대금 퍼안기지 마라, 걔네들 오일달러로 근본주의 테러범들 육성한다는 것이 앞부분의 이야기의 한 축이다. 뒤에는 에너지기후시대를 앞서가는(저자의 말을 빌면 out-green 즉 친환경 측면에서 앞서가는) 것이 어떻게 돈이 되고 힘이 되는지, 그러므로 미국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특히 미국의 정치지도부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들이 주로 나온다.

IT와 ‘그린’을 엮어 친환경 에너지 그리드 개념을 구체화시킨 것, 중국 지도부의 놀라운 그린 리더십 잠재력에 대한 얘기 등등은 흥미로웠다. 빈곤과 빈부격차 문제, 디지털 & 에너지 디바이드 등등 온갖 층위의 온갖 이슈들을 종횡무진으로 엮을 수 있다는 것은 프리드먼식 저널리즘의 큰 장점이다. 한 권으로 오만가지를 훑을 수 있게 해주니까.
책의 큰 주제와 상관없이 너무 길게 가져다붙인 감은 있지만 중동-이슬람권의 ‘사우디아라비아화’ 즉 이슬람 근본주의화에 대한 얘기들은 내 개인적인 관심사여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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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9-03-22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권으로 오만가지를 훑을 수 있게 해주니까"라는 게 개인적으로는 독서를 주저하게 만들어요. 다들 읽는 책을 읽는 건 비효율적인 분업 같기도 하고...

딸기 2009-03-23 13:57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는, 이 책은
1. 분야별로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량이 많지 않은 사람들
2. 프리드먼이 워낙 유명하니까 어떤 소리를 하나 좀 들춰보려고 하는 사람들
이 두 종류의 독자들을 위한 게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