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장병옥.이윤섭 옮김 / 창해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레바논 내전부터 1988년 1차 인티파다까지 다루고, 뒤에 미국계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별도 항목으로 다뤄놨다. 프리드먼의 솔직한 '취재기'이기 때문에, 시대에 뒤떨어진 감은 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레바논 내전 당시 베이루트에 주재하다가 이후 예루살렘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간 프리드먼이 93년에 펴낸 책이니 딱 10년이 됐다.

그 10년 동안 변한 것들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변한 것이라면 당시 프리드먼의 '낙관적 전망'보다 훨씬 더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점. 93년은 오슬로 평화협정이 맺어진 시기였고, 프리드먼의 견해는 따라서 너무나 낙관적이었다. 2차 인티파다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목숨 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극히 대조되는 것이 오히려 인상적이다.

변치않은 것은 사건의 '주역들'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계속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고, 그들의 지도자들도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아리엘 샤론은 베이루트의 '룰'을 모른채 레바논 내전에 뛰어든 무뢰한(그러나 상당히 담백한 -_-)으로 그려지고, 야세르 아라파트는 능구렁이로 묘사된다. 죽은 시리아의 아사드는 더없이 잔혹한 인물로 나타난다.

사실 내가 재미있게 본 것은 이 책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이었다. 지도자는 국가(집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지도자의 캐릭터가 한 국가의 발전경로를 어느 정도까지 결정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 어설픈 유물사관에 입각하여 결정론적으로 세상을 보던 것과는, 지금 나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국제관계에 대해 주워듣고읽다 보면 지도자의 인성이라는 것이 국가의 행로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자꾸만 확인하게 된다. (시리아와 레바논의 케이스를 여기에 바로 대입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지도자론에 너무 충실한 이들은, 종종 오류를 범하곤 한다. 시오노 나나미처럼 '위대한 독재자'론으로 흐른다거나, 한 국가/민족집단의 역사적 발젼경로를 무시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러나 그런 종류의 위험을 알고는 있지만, 의외로 지도자의 캐릭터는 굉장히 중요한 것 아닐까? 이 문제에 집착하는 까닭은, 박정희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지 여.전.히.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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