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사랑하고 있을까
생 텍쥐페리 지음, 유혜자 편역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생텍쥐페리는 명상가이고 시인이다. 야간비행, 사막, 바람과 모래와 별들. 그리고 실종. 영화처럼, 소설처럼, 그림처럼 낭만적인 말들로 이뤄진 그의 생애. <어린 왕자>의 문구들은 언제 읽어도 가슴에 저며온다. '네 개의 벽과 기둥이 지붕을 덩그러니 받치고 있다고 해서 모두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붕을 올리고, 벽돌을 쌓아올렸다고 모두 집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 공간에 대한 추억과 애착만이 그것을 진짜 집으로 만들어주며 그곳에 담긴 인간의 영혼을 보호해준다' 저 글을 보는 순간, 내가 은근히 꿈꾸어왔던 것은 바로 저런 집을 갖는 것이 아니었던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추억과 애착이 있는 곳, 인간의 영혼을 보호해주는 곳.

생텍쥐페리는 '진실'과 '언어'의 문제, 죽음과 헤어짐의 장면들을 끊임없이 되새겨보고 기억하면서 무언가를 향해간다. 말은 다만 표현하는 것 뿐이라고, 그 자체가 진실은 아니라고,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있기 위해서는 눈과 귀와 마음을 모두 열어두어야 한다고. '관습과 인습을 넘어 삶의 비극을 느낄 수 있을 때, 그때야말로 우리가 진정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비극적인 존재감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가 전하는 '작은 행복'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걸까.

'네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한 계절은 꽃을 피우고, 한 계절은 열매를 맺고, 다시 어떤 계절은 사랑을 가져다주었지. 인생은 그렇게 쉬웠어.'

별로 오래 살지 않은 생텍쥐페리의 글이지만, 적당히 나이든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한 때를 생각하는 듯한 그런 느낌. 우습게도 나는 '벌들도 사랑 때문에 죽거든'이라는 준비에브의 말을, '별들도'라고 생각했다. 별들이 사랑 때문에 죽는다-- 엄청난 에너지로 세상에 태어나 빛을 발하다가 사라져가는 별들, 별들의 죽음이 사랑 때문이라면. 나는 상상속의 그런 이미지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냥 저 문장을 별들의 이야기로 기억하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