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그림책을 약간 벗어난 아동소설을 사주고 싶어서 교보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이 시리즈로 '아라비안 나이트'를 사서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 이걸로 골랐습니다. 제게 '비밀의 정원'은 잊지 못할 책입니다. 국민학교 3학년 때 우리 집에는 계몽사 50권짜리 동화집이 있었고 친구네 집에도 역시 계몽사 50권짜리 동화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전집의 버전이 달랐어요. 친구 것이 더 새거였지요. 친구 집 책에는 '비밀의 화원'이 들어있었습니다. 정말 어찌나 재밌었는지, 친구가 귀찮다고 놀러오지 말라는데 일요일까지 찾아가서 조금씩 조금씩 읽어서 결국 다 읽었어요. 도둑질하듯 읽었던 재미난 동화책. 소공녀도 재미있었지만(저는 소공자는 그저 그랬고요) 그 무렵엔 비밀의 화원만큼 재미난 책이 없었던 것 같아요. 교보에서 책 구경하다가 이 책 잡고 3분의1쯤 읽었는데 어른이 되어 읽어도 또 재미있는 거예요! 사투리까지 구수하게 잘 옮겨놔서 키득거리며 읽었지요. 늦도록 일하고 자정 넘어 집에 들어갔는데, 모두 잠든 집에서 아이 방에 혼자 불 켜고 앉아 책장을 넘겼습니다. 냠냠 아우재밌어...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 영국식 동화'이지요. 식민취향이 폴폴 풍기는. 소공녀하고 비슷한... 근데 넘 재밌어서 20년 쯤 지나서 또 읽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