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읽는 딸을 둔 탓에, 아이 책에 대해 보는 눈이 좀 생깁니다.
며칠 전 우리 딸 지금껏 몇권 정도 읽었을까를 어림해봤는데,
초등학교 1학년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얼추 1100~1200권 읽지 않았을까 싶어요.
올들어서만 1000권 넘게 읽었는데 대부분 집에 있던 거, 어릴 때부터 보던 거 다시 본 거고.
2학년 올라가기 전까지 400~500권 더 읽을 것 같네요.

(이렇게 많이 읽는데도 왜 그렇게 우리딸은 다른 애보다 애기같은지;;
그리고 학교에서 매달 다독상 받는데도, 얼마전엔 '전자도서를 안 읽었다'는 이유로 반성문 쓰고 왔답니다 -_-)

애가 우리나이로 네살 될 때까지는 책을 거의 사지 않았고 주위 사람들에게서 얻어서 읽혔어요.
그러다가 네살 때 유치원 보내면서(우리 애는 생일이 1월이어서 한살씩 일찍 들여보냈어요)
계몽사 <베스트월드테마동화>하고 한솔교육 <동화나라 페스티발> 구입한 것이
'전집 행렬'의 출발점이 되었답니다.

단행본은 너무 비싸고 하나하나 골라 살 시간(정성도... -_-;;)이 없다보니
전집(주로 중고전집)으로 사게 되는데, 저는 이것저것 사서 하나도 안 읽고 방출한 것 없이 잘 읽혔어요.
제가 잘 '읽힌' 게 아니라 애가 열심히 읽으니까 소화가 다 되었던 것이지요.

저도 전집 고를 때 뭐가 좋을까 고민 많이 했는데, 다른 엄마아빠들 도움 되시라고 한번 정리해봅니다.
우리 애가 본 것들만 놓고 얘기하는 거고, 아이마다 편차가 있다는 점 감안하시고요.

 

웅진 마술피리 꼬마

이건 사지 않고 빌려서 보았는데, 아이들 읽어주기에 참 좋습니다. 내용이 잔잔하고 '무자극성'이예요.
가격이 만만찮은 것 같은데, 그림이니 인쇄니 질이 참 좋았어요.

한솔 신기한 한글나라 읽기그림책

역시 빌려서 띄엄띄엄 보았는데, 운율 따라 말을 배우기 쉽게 되어있는 듯.
하지만 사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솔 신기한 한글나라 도란도란 그림책(30권)

신기한 한글나라를 했었기 때문에(아이가 정말 좋아했지요. 교재 값 무시 못하지만 재미있고 교재도 훌륭하고)
페이퍼백으로 이 책 갖고있었는데, 옛날에 나왔던 하드커버본도 있는 것 같더군요. 
자기 전에 한 권씩 읽어주면 좋아했어요. 너댓살 아이한테 딱 좋은 분량.
아이가 혼자서 한글 읽기 시작하면서 읽은 <첫 책>들 중 하나였습니다.

피카소 동화나라 (수십권)

얻어서 읽힌 것이라 정확히 몇권인지는 모르겠고 1차, 2차 그런 건 모르겠는데...
대상연령(수준)이 책마다 좀 차이가 큽니다. 어떤 것은 서너살용, 어떤 것은 초등 2학년 정도까지 읽어도 되는 수준.
한국 작가들이 쓴 책은 여기 들어있는 것은 수준이 좀 떨어지고요
외국 작가들 책은 전반적으로 좋습니다. 그런데 글자체라든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좀 옛날 식이예요.

한솔 동화나라페스티벌(40권+영어책 5권)

 

책은 아주 훌륭합니다. 솔직히 세계 명작/창작동화들 대개 거기서 거기인 듯.
전집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큰 차이 없고, 암거나 사서 읽혀도 될 것 같아요.
이거 CD도 비싼 돈 주고 샀는데... 너무 클래식을 깔다 보니 아이가 지겨워해서, CD는 전혀 활용 못 했고요.
영어책하고 영어 CD만 아이 공부용으로 남겨놓고, 나머지 전집은 엊그제 친구네 갖다줬어요.
재미나고 명랑한 얘기들이 많아서 우리 애는 이거 잘 봤고요.
저도 <와, 비다><비> 같은 몇가지 너무 좋아했던 것들이 있었어요.
전집 넘겨주면서도 그 두 개는 속으로 참 아까웠지요...
한솔 꺼는 가격이 그리 싸지 않지만 질은 확실합니다.

베스트월드 테마동화

 

 

 

 


이거 정말 제가 뭘 모르고... 16만원이나 주고 샀던 거예요. 저는 계몽사 버전으로 샀어요.
엄마들한테 진짜 인기 없는 거라더군요. 하지만 우리 딸은 진짜 잘 읽었어요.
겉표지랑 그림이 총천연색이라서 잔잔한 거 좋아하는 요즘 엄마들한테는 인기 없는지 모르지만
내용은 참 재미있고, 특히 이건 공짜로 CD가 따라오는데 그거 활용을 잘 했어요.
아이가 한글 모를 때 그림 보면서 두어번 읽어줬고,
그 다음에는 아이가 한글 조금씩 읽게 되면서 CD 틀어놓고 혼자 들으며 잘 읽고 놀았지요.

한솔 옛이야기그림책(30권)

 

 

 

 



이건 한솔 국어나라 선생님 추천으로 13만원에 테이프 포함 중고 사서 정말 너무너무 잘 읽었어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아이가 <농사를 만든 신 자청비><단군신화> 등등 엄청 흥미로워 했고요.
이거 보다보니까, 확실히 애들이 전래동화/민담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특히 민요 식으로 녹음한 테이프가 좋습니다. 이 책은 꼭 그거랑 같이 들으면서 읽어야 해요.
이거 초강추입니다. 초등 들어갈 때까지 읽어도 훌륭해요. 5~8세 추천.

한국듀이 트루북 테마동화 베스트20

 

 

 

 

 

가격대비 만족도 매우매우 높습니다. 제 친구들 애기 낳으면 저는 이거 선물해줘요.
어떤 용감한(제가 보기엔 무모한) 엄마들은 "돌 되기 전에 뭐뭐 시작하세요"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고요
(돌도 안 된 애기가 무슨 책을 봅니까, 엄마들의 과욕이지요. 목욕놀이 비닐책으로 충분해요)
전반적으로 국내 유아용 책은 인터넷에서 소개된 '추천 연령'이 너무 낮게 잡혀 있어요.
이거 5~6세용이라는데 왜 우리애는 안 읽나, 이러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이 책도 애기용처럼 되어있지만, 3~7세 볼 수 있어요.
특히 <무지개곰> 같은 책은 초등들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른인 저도 재미있었는 걸요.

삐아제 지구별 신화여행(30권)



상암동 홈에버 갔다가 충동구매한 책입니다. 당근 값도 쌌지요.
그런데 정말 잘 봤어요. 이거 읽고나서 우리 애가 코코아의 거품을 보며
"엄마, 이것은 거품이 아니라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예요"
작은 박스들을 보면 "엄마, 이건 판도라의 상자예요"라고 했다는 일화가... ㅋㅋ
그리스신화를 10편씩 3부로 묶었는데, 1부씩 살 수 있어요. 저는 30권 다 샀어요.
그림은 작가마다 좀 달라요. 외국 작가가 그린 것 한두권하고 나머지는 한국 작가가 그렸는데 다 괜찮아요.
어린이들에겐 좀 이르지만 맨 뒤쪽에 신화와 관련된 서양 중세그림들 소개가 두 페이지씩 들어가 있어요.

노벨과개미 이야기 과학나라(32권) 



역시 가격대비 만족도 짱인 전집... 너무 고상한척 하면서 다 사라진 반딧불이 타령하는 자연관찰책보다
차라리 저는 이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얼핏 보면 좀 촌스럽고 만화스러운 그림인데
오히려 실생활에 가까운 내용으로 돼 있고, 재미도 있어요. 값은 저렴하지만 인기가 있는 이유가 있는거죠.
크기가 쪼르르 똑같아서(싼 책의 특징;;) 정리하기도 편해요 ^^

세종 미네르바B(50권)



싸다고 암거나 사면 안 된다는 교훈을 제게 남겨준 전집...
책들 하나하나는 훌륭합니다. 어릴 적 궁금했던 <새로나온 달님>도 여기 들어있고...
문제는 인쇄 -_- 가로판형도 몽땅 세로판형으로 출판할 수 있는 이 놀라운 기술!
(넘쳐나는 부분은 어케 잘랐는지 궁금해염;;)
해적판의 특징이런가... 그림 색도인쇄 엇갈려서 두겹으로 보이기 다반사... 실은 몇권 빼고는 모두 그렇습니다.

보리 달팽이 과학동화(40권)

 

 

 

 

새 책도 비싸고 헌 책도 비싼 전집이지요. 뭐, 책은 훌륭합니다. 공들여 만든 좋은 책...
또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팔 때도 잘 팔린다는 점.
그런데 '좋은 책'의 기준이 뭘까요?
제가 보기에 이 책은 '전통을 강조하는 책'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책'이지,
과학적 마인드를 키워주는 것하고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전혀 호기심 안 일어나는 책...
이 책이 바로 '반딧불이 얘기만 하는 자연관찰책'이예요. 우리 애 주변에 반딧불이 하나 없는데...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건 전혀 아니고, 아름다운 우리 자연을 보호하자는 책이지요.
알라딘에서도 낱권으로 팔아요.

말이 나왔으니까 얘긴데...

저는 '과학동화'라는 거에 기대가 컸어요. 제가 과학에 관심이 많거든요. 우리 애한테 WHY 시리즈도 사줬고...
그런데 대개는 '관찰을 대신 해주는' 책들이더군요. 무당벌레 사진에서 많이 본다고 곤충을 잘 알게 되나요?
그나마 과학동화는 낫지만...
솔직히 저는 '경제동화' '철학동화' '수학동화' 이런 거는 하나도 안 사줬어요.
우선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즐기게 해야지, 너무 가르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그래서 한국 창작동화는 지금도 대략 피하고 있습니다. 너무 교훈적이예요.
왜 초딩이 주인공인 책은 몽땅 주제가 친구랑 잘 지내라, 부모에게 효도하라, 소외된 친구를 보살펴라인지...
심지어 도둑질 하지 마라(또야와 세발자전거), 심부름 잘 해라까지...
그래서 위인전도 사놓기만 하고, 3학년 때쯤 읽으라고 아직 안 읽히고 있어요.
위인 같은거 본받아서 머하게요. 그냥 재미난 인물이야기면 좀 좋아.
그나마 요즘 책들은 낫지요. 옛날 우리는 허구헌날 군인들 과학자들 정치가들 얘기만 위인전이랍시고 읽었으니.

초등학교 들어가서 읽은 것들은 따로 정리할께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8-11-1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제 초등학교 입학 직전인 조카를 위해서 아주 유용한 정보예요. 감사해용^^

딸기 2008-11-11 11:08   좋아요 0 | URL
응, 유용하게 쓰길 바래 ~ ^^

딸기 2008-11-11 11:08   좋아요 0 | URL
엥, 근데 아토피 때문에 고생한 그 조카가 입학하는거야?

마노아 2008-11-12 20:41   좋아요 0 | URL
넵! 이제 몇 달 안 남았어요. ^^

서연사랑 2008-11-1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는 삐아제 지구별 신화여행이 몹시 땡기는군요.

저도 감사!

서연이는 주로 단행본 위주라...

전집을 사 줄까요??(벌써 4년째 고민만 하는 중 -_-)

딸기 2008-11-11 11:08   좋아요 0 | URL
지구별 신화여행 괜찮아. 그리고 언제 한번 만나자구! 서연이랑, 우리 꼼양이랑 다 같이.

어람아빠 2008-11-11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는이 블로그 링크따라 왔다가 보물을 발견했네요.
제 딸아이 이제 3살 반 되어가는데 어떤 책을 읽어줄지 여기 좋은 정보들이 그득하군요.
RSS 구독하게 설정해두었으니 종종 들르겠습니다.

딸기 2008-11-11 11:09   좋아요 0 | URL
어떤 분의 링크를 따라 오셨을까나...
아무튼 반갑고요, 자주자주 뵈어요. :)

서연사랑 2008-11-1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야죠...꼼꼼양이랑 서연이랑 잘 놀텐데..(생각만 해도 흐뭇^^)

그리고, 이제보니 삐아제 지구별 신화여행을 알라딘에서도 파는군요
그런데 30권짜리가 아니고 20권짜리인데, 연령대도 서연이 나이에 비해서는 좀 낮게 잡혀있는 듯 하고.
딸기님 보신 거랑 뭐가 다를까요?



딸기 2008-11-12 17:10   좋아요 0 | URL
문자 받았어?
지구별 신화여행 사지 마~
조만간 울집 놀러와. 꼼꼼이 후딱 한번 더 읽히고 넘길테니까.
같이 놀고, 책도 받아가면 되자나. 서연이도 보고 싶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