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 미국산쇠고기를 둘러싼 무서운 음모와 충격적인 진실! 미스터리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광우병 다큐멘터리!
콤 켈러허 지음, 김상윤.안성수 옮김, 김현원 감수 / 고려원북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진작에 리뷰를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깐 없네... 작년에 쓴 것 그냥 올려요 )

틈 날 때마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책의 원제는 brain trust 인데 한국어판 책 표지에는 대문짝만하게 ‘광우병’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부제까지 합치면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책 표지 왼쪽 윗부분엔 ‘광우병에 관한 최신 연구보고서! 켈러허 박사가 최근 8년간 추적, 새롭게 밝혀지는 광우병의 진실 그리고 또다른 의혹들!’ 느낌표를 두 개 씩이나 받아가며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애매모호한 제목으로는 도저히 안 팔릴 것임을 예감했는지) 설명을 붙여놨다.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라고 하면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웬만한 소설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말 그대로 흥미진진하며 긴박감 넘치고 스릴과 미스터리까지 구색을 갖췄다. 거기에 저널리스틱한 포맷과 문체 하며 과학·의학 분야의 전문성까지 겸비했으니 이런 책은 좀 잘 팔려나가 주는 것이 좋은데 말이다.

책은 ‘광우병’으로 알려진 신종 질병이 어떻게 미국과 영국을 덮쳤는지를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책에 대해서는 줄거리 소개가 좀 필요할 것 같다. 반세기 전 뉴기니에서 일군의 학자들이 식인 풍습을 가진 원주민들 사이에 퍼져나가던 질병, 인간의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죽음으로 이르게 만드는 질병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얼굴 없는 공포’의 막이 올랐다. 용감하고 의로운 학자들의 잘못은, 연구 재료로 쓰기 위해 지구를 반바퀴 돌아 미국의 어느 실험실로 스펀지가 돼버린 인간 뇌조직들을 가져온 것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저자의 취재와 가설이 뒤섞여 있다. 연구자들은 오늘날 광우병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이 병의 희한한 병원균, 박테리아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닌 변종 프리온 단백질에 오염된 물질을 미국의 어느 농촌마을에서 연구했다. 그러나 ‘보안’은 그리 철저하지 못했고, 따라서 이 못된 단백질 병균(병균이라 부를 수 있다면)이 주변 지역으로 새어나갔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추측이다. 이런 단백질에 오염된 ‘뇌 구멍 병’은 소 양 사슴 사람 밍크 등의 포유류에서 널리 나타났다. 이 모든 질병들은 다 똑같은 양상으로 나타났지만 그 연관관계는 농업 이익단체들의 로비와 압력에 밀려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심지어 같은 증상의 질병 이름들조차 사람, 소, 양, 사슴 등 종류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사람의 경우 변형크로이츠펠트야곱병, 소는 광우병, 양은 스크래피 등등).

그리고 1980년대 영국의 광우병 파동이 시작된다. 쉬쉬 하면서 마구잡이로 소를 죽여 버리던 영국 정부는 호된 시련을 겪고 나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광우병이 이미 인간에게까지 퍼져나간 뒤였다.


더 무서운 일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 양, 사슴, 밍크 같은 동물들이 우르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질병에 걸린다는 것은 어쩌면 프리온 단백질이 생태계 곳곳으로 빠져나갔을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더, 더, 무서운 일은 미국에서 알츠하이머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광우병과 증상이 비슷하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 뇌처럼 구멍 숭숭 뚫린 검역망 때문에 팔려나가고 있는지도 모를) 오염된 쇠고기를 먹은 이들이 대량으로 광우병에 걸리고 있다면? 그런데 그 질병들이 알츠하이머라는 이름으로 애매하게 통용되어 진실을 가리고 있다면? (변형크로이츠펠트야곱병, 즉 ‘인간광우병’은 시신의 뇌를 부검하지 않고는 확인할 수가 없다)

더, 더, 더 무서운 일은, 이 책 앞부분에서 서울대 의대 교수님이 친절하고 상세하게 도움말을 붙여주셨는데, 한국인들의 경우 서양인들과 유전적으로 달라 프리온 단백질에 트리플 곱빼기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곰탕 설렁탕 기타등등 각종 ‘탕’자 들어가는 메뉴에 환장하는 나같은 사람은 그저 떨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미국산이 됐건 호주산이 됐건 한국산이 됐건, 어차피 쇠고기는 이제는 전지구적 환경 스트레스를 감안하더라도 ‘지탱하기 힘든(unsustainable)’ 음식이 된 것 같다. 이참에 쇠고기를 포기해버릴까...

 

(근데 이상한 것은, 나는 이미 작년에 이 책에서 '한국인 광우병 취약하다' 라는 추천사를 봤는데, 한림대 모 교수가 그런 주장 했다 해서 요즘 드잡이들을 해댄다는 것이다. 이 책에 글 쓴 저 서울대 교수님은 어떤 분? 한림대 그 분의 주장의 진실은 대체 뭘까? 이 책이 요즘 출간됐다면, 책은 더 많이 팔았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저런 추천사는 달지 못했을 것 같다. 교수들이 어디 세상 무서워서 저런 글 썼겠냐구... '위험한 것을 위험하다 하지 못하고 병 걸리는 것을 병걸린다 하지 못하니'... 호위호병을 못하는 세상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8-05-1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한번 봐야겠군요. 이 책 나온지 일년 후에 뒤늦게(?) 여기저기 주목받네요. ^^ 딸기님은 일찌감치 보셨지만.

딸기 2008-05-1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미스터리 스릴러 흉내를 낸 측면이 있지만, 재미는 있어요. :)

이네파벨 2008-05-1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위호병을 못하는 세상! 촌천살인이군요~

그러고보니...

벌써 며어어어엋년 전 (대략 5년 정도) Scientific American 지의 한국판(사이언스올제) 번역일을 할 때 캐나다에서 사슴들이 광우병(광록병??)에 걸려 대량으로 폐사시키고 어쩌고 하는 기사를 번역한 일이 있어요.
그 후로 단순하게 그냥...녹용만 피했다죠...(뭐 녹용이 제게 다가올 일이 별로 없어서 굳이 피할 일도 없었지만...홍이장군에 녹용이 들었다길래 아이들 안먹인 정도...)

그런데 이거 원....소고기를 끊기란 참......

그리고...

얼마전에는 인터넷 포털 기사에서 석유가 40년 정도면 매장량이 고갈되고 대체에너지 개발은 그 시기를 따라잡지 못할거라는 암울한 이야기를 읽고서...이런 세상에 애들을 낳아논게 잘한 일인지 마구 두려워했답니다. 딸기님 언제 석유 특집도 부탁드립니다~ ~ ~ (딸기님 전공분야 중 하나 아닌감유?)

딸기 2008-05-14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유... ㅋㅋ
제가 뭘 잘 알겠습니까. 이것저것 책 읽다보니 들은 풍월 정도지요.
매장량 고갈은 사실 문제가 아니고요(왜냐면 땅 속에 들어있는 양을 인간들이 몽땅 다 퍼낼 수는 없는거니깐)
학자들은 peak (파낸 양이 남아있는 양과 같아지는 시점)를 중시한다더군요.
피크 지나면, 남아있는 거 퍼내기도 힘들어지고... 한마디로 생산성이 팍 떨어진다는 거죠.

사우디가 이제 피크를 지난 것 같으니, 석유경제가 얼마나 버틸지는 시간문제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핵발전 하겠다고들 나서는데...
안전성은 차치하고(안전성이 문제라면, 안전하게 운영하기만 하면 해결될수도 있으니깐 여기서 각설하고)
쓰레기 치울 방법을 아직 인류가 못 찾았자나요.

더 웃긴 것은, 울나라 프랑스 이런 곳들에서 핵발전소 깨끗하네, 에너지 자급률 높일수 있네 하는데
우라늄은 어디서 공짜로 나옵니까?
얼마전 호주에서 나온 외신 보니깐 우라늄 채굴이 점점 더 온실가스 많이 내놓는 쪽으로 가고 있대요
우라늄 광산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거지요. 우라늄 모자란단 얘기예요

다시 쇠고기로 돌아가서
저 책에 아마도 이네파벨님이 번역하셨던 사례와 같은 것으로 추정되는 광록병 얘기가 나옵니다.
저도 녹용... 피하고 싶지만 별로 피할 일이 없었는데
이제 쇠고기는 되도록 피해야겠어요
저는 정말 고기 마니아인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