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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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책을 오래 걸려 읽는 편인지라, 처음 책을 펼칠 때에 표지 안쪽에 읽기 시작한 날짜를 적어놓는다. 그런데 지금 보니 유독 이 책 앞쪽에는 내가 날짜 적어놓는 것을 잊었는지 표시가 안 되어있다. 날짜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다 읽기까지 몇 달은 걸린 것 같다. 실은 앞에 지지부진 진도를 못 나가다가 요 며칠 새 후닥닥 읽었다. 갑자기 재미가 들렸는지, 소박하고 힘 있는 스토리에 확 빠져들었다.

제목 그대로, 책은 불가촉천민 Untouchables 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는, 이 책의 소개에 따르면 장래 인도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행정가이다. 구글에 naren 까지만 치면 그의 이름이 저절로 뜨는 것을 보니, 유명한 사람이긴 한 모양이다. 세계 돌아다니며 강연도 하고, 지난 6월엔 한국에도 왔었다. 이 책도 세계 곳곳에서 히트를 쳐서 많이 팔리긴 한 것 같다.  얼핏 책을 둘레둘레 살펴보면 천민 중의 천민, 달리트(불가촉천민) 중에서도 시체 치우는 달리트 출신의 빈민가 소년의 성공담처럼 포장해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정작 책은 나렌드라 자다브가 아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다.

가난하고 비천한 취급을 받았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저항하고 자식들을 가르친 아버지 다무와 어머니 소누 이야기를 두 사람 관점에서 이리 보았다 저리 보았다 하며 소박하게 써내려갔다. 문체도 내용도 소탈하면서 재미가 있어, 달리트의 차별 철폐 투쟁담이라기보다는 가난한 인도인 부부의 험난했던 삶 쪽에 오히려 더 눈길이 갔다. 그래서인지 카스트 얘기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가난했던 시절 이야기, 어느 나라에서나 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얘기로 들렸다.

어머니 아버지 힘들었지만 씩씩했던 삶의 이야기가 좀 지나고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고와 ‘성공한 달리트’가 되어 바라본 세상 이야기 같은 것이 좀 나온다. 끝부분에는 출세한 아버지 밑에서 일류 교육을 받으며 자라나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 다니고 있는 딸, 즉 이 책의 주인공 다무와 소누의 손녀가 쓴 에세이도 몇 장 붙어있다.
모두 재미있었다. 그런데 인도에선 이미 K R 나라야난 같은 달리트 출신 대통령이 있었고 민주주의 잘한다고 서양 나라들이 막 칭찬하고 그러는데 왜 카스트 제도가 아직도 저렇게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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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즐거움 2007-10-31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카스트 제도는 법적으로 없어지지 않았나요?
다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은채 뿌리깊게 박혀있는 것 같은데....
참, 궁금한게 카스트제도에 조차 속하지 않은 불가촉천민이 있다는 건 왜 학교에서 안가르쳐 주었을까요? 제가 고등학교때 이과여서 그랬나... 중학교때도 카스트제도만 언급하고 그 이외에는 말해주지 않았던것 같은데,,,,,

딸기 2007-11-01 06:47   좋아요 0 | URL
음... 그랬나요? 불가촉천민 얘기는 학교에서 못 배운 것 같기도 하고...

2007-10-31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7-11-01 06:48   좋아요 0 | URL
올만이어요!
재밌네요, 외국인들에게까지... 정말 뿌리깊이 남아있는 모양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