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세가 잠시 주춤하다가 25일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미국 뉴욕시장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기준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날 상승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증산에 회의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OPEC이 유가 급등을 부채질할 뿐, 시장 조절역은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OPEC의 증산 여력이 한계에 부딪쳤다며, "유가 조절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OPEC은 고유가가 서방 투기꾼들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소비국과 OPEC간 해묵은 말싸움만 반복되고 있다.

증산 더 안한다

유조선 물동량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오일무브먼츠사(社)는 25일 OPEC의 원유 선적량이 다음달이 되어도 그리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다우존스뉴스와이어가 즉시 이를 보도하면서 뉴욕상품거래소(NYMEX) WTI 선물 가격이 뛰기 시작해, 헤지(투기성) 거래가 많은 영국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 브렌트유 선물도 값이 올랐다.
압달라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이 "추가 증산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까지 나오면서 시장은 OPEC에 대한 실망감으로 요동을 쳤다.

앞서 몇몇 외신들은 "OPEC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원하고 있다"며 지난달 1일 50만배럴 증산결정에 이어 다음달 OPEC 사우디 회동 때 추가 증산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바드리 사무총장은 이를 일축하면서 "증산을 하거나 가격밴드(유가 목표치)를 설정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유가 급등 `네 탓' 싸움

현재의 고유가는 미국 금리인하로 인한 투기자금 시장 유입, OPEC의 증산 거부, 터키-쿠르드 갈등과 미국의 이란 제재를 비롯한 중동 정세 불안정 등 여러가지 원인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누가 `주범'이냐 하는 점.
OPEC은 현 시장구조에서는 회원국들이 하루 3000만 배럴 정도만 생산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보다 올해 오히려 OPEC 원유 수요가 소폭 줄어들었다는 통계치까지 내놓고 있다.



현재 OPEC 12개 회원국의 원유생산량은 공식적으로는 총 2670만 배럴. 지난달 증산결정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쿼터가 상향조정되면 1일 2720만배럴로 늘어난다. 스스로 판단한 `3000만배럴 수요'보다 조금 못 미치긴 하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증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OPEC의 입장이다.
OPEC은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의 고유가에서 수급불안과 관련된 요인이 있다면 정유 능력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유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석유를 쓰는 나라들이 설비투자를 안해 정제유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작 OPEC 국가들은 정유 부문(다운스트림)에 대한 투자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소비국과 OPEC국가들은 서로 상대방이 설비투자를 안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증산 `능력없어 못한다'?

OPEC은 2003년 이후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동안 줄곧 서방국들의 정유시설 투자 부족, 국제적인 석유투기꾼들의 행태, 이라크 정정 불안 등을 탓해왔다. 1991년 걸프전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충격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해줬던 것과 이라크전 뒤 OPEC의 모습은 천양지차다. 석유전문가들은 사우디를 비롯한 OPEC 산유국들이 이젠 한계에 부딪쳐, 세계 경제에 미칠 고유가의 파괴력을 알면서도 조절자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은 매장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단과 앙골라를 올들어 회원국으로 맞이하고 유가기준이 되는 바스켓에 이라크 바스라경질유(이라크), 이란중질유, 앙골라 지라솔 등을 추가했다.
확인된 매장량 기준으로 OPEC 12개 회원국은 전세계 원유의 77%를 갖고 있다. 특히 사우디,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등 중동 몇몇 나라들이 사실상 세계 원유의 절반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 중국, 영국, 멕시코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은 이미 생산량 대비 부존량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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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26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OPEC말고도 러시아 같은 워낙 큰 손이 있으니까요. 카스피해 매장량도 어마어마 하다고 하던데..

딸기 2007-10-26 21:56   좋아요 0 | URL
그런데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러시아는 이미 퍼낸 분량이 남은 분량보다 많아서 하향곡선 긋고 있고요.
카스피해는, '중동 빼고 그나마 석유가 좀 있는 지역' 수준입니다.
석유의 경우, 중동이 워낙 압도적이예요. 저 위에 그래프에도 나와있지만...
사우디 이란 이라크 비중이 워낙 높습니다.
중동 이외에 '자원 대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 실제로는 자원 그리 많이 없어요.
카스피해의 경우 천연가스를 좀 기대해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천연가스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가기까지의 '중간단계' 정도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많고요.
미얀마이건 어느 나라이건, 신문기사에서 쉽게들 "자원대국으로 지정학적 요충지" 하는데
자원이라 부르려면 기본적으로 에너지 자원(석유 천연가스)이거나
아니면 호주 우라늄, 남아공 다이아몬드처럼 걸칠 구석이 있거나 해야 하거든요.
에너지자원의 경우, 아프리카 신흥 산유국들 다 합쳐봐야 사실 중동에 대면 새발의 피입니다.
다만 워낙 석유가 모자라다보니, 아주 작은 양으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는 거죠.

비로그인 2007-10-27 18:45   좋아요 0 | URL
엇; 그렇군요;; 러시아나 카스피해 석유 관련 이런 저런 다큐를 좀 봤는데 전체상을 그리기에는 역시 부족하군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딸기님^^ 쿠웨이트는 면적대비 최고네요^^;

딸기 2007-10-27 23:23   좋아요 0 | URL
면적대비로 치면 정말 그렇겠군요.
천연가스로 치면, 아마 카타르가 면적 대비 최고일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