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는 뜻하지 않게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해서 본 책이다. 검은 배경에 알 수 없는 모호한 표정으로 뒤를 살짝 돌아보고 있는 중세풍 소녀의 모습에서 내 또래의 여자애들이 많이 흥미를 느꼈는지 그새 들어온 책인데도 불구하고 헌 책(?)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더 끌렸는지 모른다. 미소인지 무표정인지 모를 그 그림의 표지 때문에 나는 금새 책을 빌려 읽게 되었고,다가오는 내 생일 때 내 친구가소장용으로 간직하라며 책을 선물했다. 그 때문에 나는 몇 번이고 읽었다. 그래도 질리지 않는 섬세한 문체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아니,작가의 그 풍부한 상상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바로 옆에서 관찰하는 듯한....그래서 더욱 더 가까이 두고 읽을 수 있었던. 책에서 작가는 주인공인 한 소녀의 성장기를 다루며 실존 화가 베르매르의 그림들과 연관시켜 이야기를 풀어놨다. 신비롭고,봄처럼 화사했다. 베일에 싸여 있다는 화가 베르매르를 주인공 그리트를 통해 감정들을 표현해내며 그의 작품세계까지 독자들에게 마법 가루처럼 흩뿌려놓았다.

 

「  " 이제 나를 봐라. " 나는 고개를 돌려 왼쪽 어깨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나의 눈과 얽혔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오직 그의 잿빛 눈동자가 굴 껍질의 속처럼 참 아름답다는 생각 외에는. 그는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원하는 걸 주지 못하고 있다는 두려움으로 내 얼굴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 그리트. "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가 한 말은 그게 다였다.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제 나는 알 수 있었다. " 그래,움직이지 마라. " 그는 나를 그리려 하고 있었다. 」

「  ……그는 나이프를 탁탁 털어서 천으로 닦았다. " 자,그럼 시작하자. 턱을 약간 아래로. " 그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입술을 적셔라,그리트. " 나는 혀로 입술을 적셨다. " 입을 조금 벌리고. " 뜻 밖의 주문에 너무 놀라,내 입은 저절로 살짝 벌어졌다.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나는 눈을 깜박거려야 했다. 정숙한 여인은 그림 속에서 결코 입을 벌리는 법이 없었다. 피터와 내가 골목길에 있었을 때 마치 그도 거기 있었던 것 같았다. 당신은 나를 파멸시키고 있어요. 나는 다시 입술을 적셨다. " 좋아. " 그가 말했다. 」

                      

                                                                                  -트레이시 슈발리에, 진주 귀고리 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