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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ril Lavigne - Under My Skin
에이브릴 라빈 (Avril Lavigne)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현재,음반 시장을 강타한 한 앨범의 자켓을 흘낏 돌아보면,흑백이 교차되어 있는 매우 어둡고 단순한 공간에 싸늘한 눈빛을 지닌 소녀,아니 소녀의 티를 채 벗지 못한 누군가가 서 있습니다.눈빛은 공허하나,그 공허함 속에 결코 포기나 좌절은 없습니다.오히려 주체할 수 없는 자신감을 담아 애타게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 합니다.보기 좋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긴 생머리를 늘어 뜨린 채로 매섭게 어딘가를 바라보는 그녀는 이름은 바로 에이브릴 라빈,이제 팝 음악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기억하고 있을 어려보이지만 당찬 락커입니다.그녀가 자신의 앨범을 발표한 지금,이제 막 그녀의 두 번째 혁명이 시작됐습니다.
지속되고 있는 어떤 상황에서 천천히,그러나 다른 상황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는 매우 힘들고 지치기 마련인 하나의 과정입니다.특히 하나의 어린 아이에서,어른으로 탈바꿈되어 간다는 것은 세상에 홀로 서야한다는 무거운 부담을 몸과 마음에 지닌,모두 겪어야하는 변혁 중에 하나이죠.이 시기를 전 세계의 음반 시장을 쥐고 흔들었던 캐나다의 작은 소녀도 비껴나갈 수는 없었습니다.당돌하고 영악한 그녀는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그리고,그녀는 또 한번의 당돌한 결정을 내립니다.지금 이 순간을 내 음악 스타일로 승화시켜보자고.좀 더 묵직한 사운드에 성숙해진 보컬을 실어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 것입니다.전 세계적으로 14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에이브릴의 데뷔 앨범이 'Let go'라는 앨범 타이틀답게 발랄하고,적극적이고,장난꾸러기같은 이미지를 팬들의 기억에 심어놓았다면 좀 더 어둡고,개인적이고,깊이 있는 앨범이라고 자기 자신이 평가한 이 두번째 앨범은 편안하지만,그 편안함 가운데에서 좀 더 심오한 뜻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1집 앨범이 좀 더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된 경향이 강하고,좀 더 에이브릴의 자질로부터(보컬 실력은 제외하고)편파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은 반면에,이번 앨범은 에이브릴의 자질을 '좀 더' 보여 주기 위해 여러 명의 유명 프로듀서를 고용하기까지 하며 속된 말로 그녀가 뼈빠지게 노력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1집이 나온 이후로 많은 팬들과 음반 판매량,대중성 등을 확보했지만 한편으로는 음악성이 의심된다는 호된 채찍을 맞았던 에이브릴이 얼마나 고민을 하여 이 앨범을 만들었는가,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 것입니다.그러나 2집 앨범이 1집 앨범과 180도로 달라져 팬들을 혼란에 빠뜨릴 일은 없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대중성을 지향하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에이브릴 식의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되,팬들이 음악성을 따질 찰나에 다소 공허해보였던 그녀의 음악성을 느끼게 해주는 만족감을 이 앨범에 자신있게 첨가한 것입니다.1집의 'Sk8er boi'같은 밝고 경쾌한 음악은 찾아볼 수 없지만,(2집에서 [He wasn't]라는 곡이 제일 발랄하다고 평가하지만,그 바탕에는 좀 더 무게감이 느껴집니다.)결코 한 번 듣고 말 음악들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첫 번째 싱글로 낙점되어 활동하고 있는 'Don't tell me'가 바로 그 대표 주자 격입니다.성숙한 그녀의 음색은 무거운 느낌의 사운드와 잘 맞물려 그녀의 현재 모습을 잘 대변해주는 듯 합니다.
예전에,미셸 브렌치의 두 번째 앨범을 구입했을 때 그녀의 앨범 리뷰에 에이브릴 라빈의 이름이 거론된 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미셸과 에이브릴의 음악성을 비교한 짧지만 좀 비꼬운 듯한 글이 적혀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두 락커의 팬인 저에게는,약간의 심각성을 더해준 글이었습니다.물론,지금까지 에이브릴이 음악성으로는 미셸보다 취약점으로 평가되었다는 의견들은 많이 들었습니다만 두 아티스트의 개성은 각기 존재하는 것이고,듣는 팬들의 입장도 각기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어쨌든 에이브릴도 미셸도 모두 한참 성장하고 있는 것이니까요,하지만 저는 에이브릴 라빈에게 좀 더 큰 기대를 걸까 합니다.미셸의 3집이 나오지 않아 아직은 모르지만,현재 저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음악은 에이브릴이 시도한 '자신감의 날개짓'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