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na Aguilera - Back To Basics [2CD]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Christina Aguilera)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자신의 곁에서 누군가가 자라나는 걸 지켜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나날이 하나 하나가 변해가는 누군가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참 묘한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그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보기도 하고,그 사람이 저렇게 성장해가는 동안 나의 모습은 또한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볼 수도 있는 여러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에서 결코 평범한 경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서 가장 흔한 케이스는 바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일텐데요. 저는 약간 다르게 방향을 틀어 이 음반의 주인공을 이 케이스에 연결시켜보려 합니다. 바로 세 번째 앨범으로 돌아온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그리고 최근에 내한 공연으로 다시 자신의 이름을 한국에 각인시킨 바로 그 아티스트를 말이죠. 이 앨범을 구입하여 듣게 된 것이 벌써 작년 가을 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그 때 한참 수능 막바지 준비로 정신이 없었던 상황에 놓여있었고 지루한 문제집을 풀어나가며 크리스티나의 앨범을 계속 돌려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가 아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랬는지,왠지 수능이 끝나고 대학생이 되자 수능 때 지겹게 들었던 그녀의 앨범 음색 자체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크리스티나에겐 미안한 말이지만,저에겐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이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기다 싶으니 다시 그녀의 음반에 손이 가더군요. 여기에는 최근의 내한 공연 소식까지 한 몫을 했습니다. 재정 상태 때문에(?) 그녀의 공연에 가보지 못한 것이 분했는지 곧바로 그녀의 음반을 다시 듣기 시작한 것입니다. 열 아홉의 제가 들었을 당시와 스물의 제가 듣고 있는 현재의 느낌은 현저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그 이상의 전율이라고 할까요. 그녀의 수많은 팬들이 그렇듯,저 또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빠짐없이 기억합니다. 데뷔 앨범에서 달콤한 캔디 팝을 인형같은 소녀가 즐겁게 부르는 모습을 보여줬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여 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우먼 파워를 과시하는 아티스트로 자라났다니요. 그리고 그 시간의 증거로 크리스티나가 내세운 것이 바로 이 세 번째 앨범입니다.

두 번째 앨범 'Stripped'에서 보여줬던 파트인 인트로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이 세 번째 앨범에서도 다시 수록해놓았습니다. 앨범의 첫 부분을 장식하는 이 인트로는 크리스티나의 앨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냅니다. 단순한 인트로가 아니라,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노래 못지 않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는 점과 크리스티나가 앨범의 노래들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은 이 역할을 중요하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첫 트랙 'Back to basic'에서 크리스티나는 과거의 재즈 시대로 돌아가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 'Makes me wanna pray'에서 탁 터진 고음과 함께 신나는 비트 위에서 노래합니다. 이 노래에서 크리스티나는 노래 후렴부에서 매우 돋보이는 기교를 선보이며 전자 피아노 멜로디와 어우러지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세 번째 트랙 'Back in the day'에선 쉴새없이 흐르는 멜로디를 따라 노래하며 자신의 페이스로 비트를 조절하는 노련함을 보여줍니다. 이제 첫 싱글로 낙점되어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던 'Ain't no other man'은 옛 고전 명곡에서 쓰일 법한 관악기를 이용하여 재즈풀한 전반부 간주와 함께 빠른 비트로 남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이 노래를 라이브로 열창하며 섹시한 춤을 소화해냈던 크리스티나의 모습은 이제 성숙한 뮤지션의 면모를 구사해냅니다. 흥겨운 분위기를 마무리 짓고 시작하는 다섯 번째 트랙 'Understnad'에서는 중간 중간에 샘플링 노래를 삽입시키고 물흐르듯 흘러가는 보컬의 역량을 돋보이게 한 것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미디엄 템포의 노래에서 더욱 발휘되는 크리스티나의 보컬이 여기에서도 십분 발휘됩니다. 소울풀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져 여섯 번째 트랙 'Slow down baby'에서도 관악기 연주와 피아노의 선율이 뒤섞여 고음조에 올라가는 크리스티나의 음색을 한층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주고 있구요. 탁 트인 그녀의 음성에서 업그레이드 된 진성 보컬의 맛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일곱 번째 트랙은 'Oh mother'라는 노래인데 이 곡은 두 번째 앨범의 'I'm ok'라는 노래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습니다. 'I'm ok'에 비해 이번 노래에서는 어렸을 때 자신이 지켜보았던 어머니의 삶을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내며 어머니의 상처를 같이 극복하고 싶어하는 딸의 모습을 진실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애처롭게 다가옵니다. 여덟 번째 트랙 'F.U.S.S'는 자신의 두 번째 앨범의 프로듀서였던 스코트 스코치를 비난하는 노래인데 짧고도 핵심적으로 가사를 전달합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노래에서도 소울과 재즈의 향은 물씬 풍깁니다. 이런 비난의 노래조차 작품성 있게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이 앨범의 완성도를 증명해주는 셈이죠. 아홉 번째 트랙 'On our way'에선 중간 중간에 박자를 약간씩 변형시키면서 반복적으로 깔리는 피아노 선율에 크리스티나의 강렬한 보컬이 잘 맞물려 있습니다. 또한 열 번째 트랙 'Without you'은 이번 앨범에서 조금 색다르게 몸을 가볍게 흔들 수 있는 딱딱 맞아 떨어지는 비트를 사용하여 가벼운 느낌으로 불러냈습니다. 열 한 번째 트랙 'Still dirty'는 두 번째 앨범의 첫 타이틀 싱글이었던 'Dirtty'를 연상시키는 가사로 화제를 모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Dirtty'가 클럽에서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노래같다면 이번 노래는 조그만 재즈 까페에서 부름직하다고 할까요. 이끌림 없이 깨끗하게 끊어지는 반주 또한 인상적입니다. 열 두 번째 트랙 'Here to stay'는 코러스에까지 참여한 크리스티나의 보컬 성숙미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흥겨운 노래이며 마지막 트랙인 'Thank you'는 데뷔 앨범의 첫 싱글이었던 'Gennie in a bottle'을 믹싱하여 팬들의 응원메시지로 곡을 만들었다는 게 또 한번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번 앨범은 두 개의 씨디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씨디가 크리스티나의 역량으로 그녀가 매번 꿈꾸었을 재즈의 시대와 현재를 묘하게 공존시켜놓았다면,두 번째 씨디에서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재즈의 시대를 재현하려 하는 크리스티나가 존재합니다. 'Enter the circus'라는 노래에서 드라마틱한 그 전개에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열어놓은 그 시대의 음악으로 발걸음을 내딛고나면 관현악이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두 번째 트랙 'Welcome'에서 크리스티나의 파워풀한 음색을 다시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마치 대단한 무대를 눈 앞에서 펼쳐놓은 듯,'들을 수만 있다는' 음악의 한계를 전혀 느껴지지 않게 하는 느낌이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세 번째 트랙은 세 번째 싱글인 'Candyman'이라는 노래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노래의 골수팬들이 많이 생겨난 걸로 압니다. 비록 빌보드 차트에서는 그리 큰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이 노래는 이번 세 번째 음반에서 제일 밝고 경쾌한 노래이며 1920~40년대를 사로잡았던 스윙풍의 재즈를 매우 잘 살려내고 있지요. 네 번째 트랙 'Nasty naughty boy'는 끈적끈적하면서도 유혹적인 보컬을 크리스티나가 잘 소화해냅니다. 직접 라이브 무대에서 들려주는 듯한 효과와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관악기의 연주가 이 노래를 돋보이게 합니다. 이 노래에서의 크리스티나는 먼 옛날 흑인 여성 보컬과 다를바 없는 기교를 능수능란하게 펼쳐냅니다. 다섯 번째 트랙 'I got trouble'은 마치 LP로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앨범 리뷰를 보니 빈티지 마이크를 천으로 감싼 채 녹음했다고 하던데,크리스티나가 참여했었던 OST였던 물랑루즈의 퇴폐적인 분위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여섯 번째 트랙 'Hurt'는 전형적인 발라드 곡입니다. 두 번째 싱글로 발매되었었고,두 번째 앨범에 있었던 'The voice within'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전작보다 좀 더 절제되어 있는 보컬을 사용했으며 멜로디 또한 조금은 단순해졌습니다. 일곱 번째 트랙 'Mercy on me'에서 웅장한 매력을 다시 보여주고 여덟 번째 트랙 'Save me from myself'에서는 속삭이는 듯한 창법을 이용하여 노래의 조용조용한 분위기를 나긋나긋하게 살려냅니다. 크리스티나의 보이스는 대부분의 여성 보컬들에 비해 두텁기 때문에 이런 노래는 소화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이 노래에서 그녀는 머라이어 캐리의 가성 창법도 부럽지 않을 만큼 자신의 또 다른 창법을 들려줍니다. 그녀의 노래 실력이 매우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지요. 마지막 아홉 번째 트랙 'The right man'에서 자신의 남편인 조단 브랫맨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가사를 노래하며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은 막을 내립니다.

크리스티나의 이번 세 번째 앨범은 빌보드 차트에서 첫 번째,두 번째 앨범만큼의 좋은 성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음악의 전성기를 구현하려했던 그녀의 노력은 분명 음악계의 역사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대중성을 꾀하기보단 자신의 주체성을 더욱 올곧게 가지려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추구해나가는 모습에서 그녀의 다음 앨범에서는 과연 어떤 음악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납니다. 언제나 변화하는 모습을 추구하기에,그래서 다음 모습을 예측할 수 없는 아티스트에 대한 기대감은 한 사람의 팬에게는 매우 벅찬 일입니다. 이제 몇 달 있으면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기도 하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또 다시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는 자신의 팬들을 잊지 않고 더욱 진보해나가는 뮤지션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