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 액정궁에서 차녀姹女가 양陽을 탐하고 삼라전에서 심원心猿이 괴怪를 만나다



   차녀(姹女)는, 『요원전』 제1회의 소제목에 나온 ‘영아(嬰兒)’와도 관련이 있는 단어인데, ‘하상차녀(河上姹女)’의 준말로 ‘외단(外丹)’에서 수은을 가리키며, 도교(道敎)에서는 연단술(煉丹術)의 비방(秘方)이자 약물의 은어로 사용된다. 여기에서는 원래의 뜻인 ‘아름다운 색녀(色女)’, 즉, 지용부인(地湧夫人)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심원(心猿)은 『서유기』의 소제목들에서 손오공을 일컫는 말로 자주 등장한다. 이 심원에 대해서 청나라 때 황주성(黃周星)은 『서유증도서(西遊證道書)』의 주해(註解)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마음이란 항상 안정되기 어려운 것이므로, 반드시 오행(五行)으로 안정시켜야 한다. 불이 단 한 순간이라도 타지 않으면 불이 아니듯, 원숭이 역시 이 세상에서 움직이기를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원숭이의 기질을 인간의 마음에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삼장 법사 일행은 백마까지 합쳐서 모두 다섯이다. 이들을 오행으로 나누어 안배한다면, 심원은 마음이 그 중심이기에 손오공은 의당 화(火)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저오능의 별칭은 ‘목모(木母)’, 사오정의 별칭은 ‘금공(金公)’이므로, 저팔계는 마땅히 목(木)에 속할 것이고, 사화상은 금(金)에 해당한다. 삼장 법사에게는 별칭이 없으나. 일행 가운데 중심이 되는 어른이요 스승이므로, 오행가운데 ‘만물의 모태’가 되는 토(土)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용마는 바다에서 태어나고 또 응수두간(鷹水陡澗)이란 물에서 귀의하였으므로 마땅히 수(水)에 해당시켜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삼장 법사 일행은 오행으로 화합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임홍빈 역 『서유기』제1권 제7회 주1에서 인용)



p.108

안인문安仁門



p.109

승천문承天門의 위병들은 대체 뭘 했단 말인가! 곰을 실어온 관원들도 그렇고... 죄다 목이 달아날 일이야!”


승천문承天門 → 순천문順天門


승천문은 618년에서 705년까지 순천문이라 불렸기 때문에, 순천문順天門이라 표기해야 한다.



p.109

“나도 나서겠다. 도적이 결코 주명문朱明門을 지나도록 해서는 아니 될 것이야!



p.111

“도적은 한 놈이라 했으렸다? 아직 태극전太極殿을 넘지는 못했을 터.”



p.116

“어딜 가시는 게요! 이 너머는 비빈妃嬪마마들께서 계시는 액정궁掖庭宮이올시다!



p.129

“여봐라, 혹시 누군가 이 현무문玄武門으로 나가지 않았느냐?”



圖 7 8 世紀前半的長安宮城、皇城에서 발췌



p.112

“가, 강하다...!”


   위징(魏徵)과 손오공의 첫 대면이다. 이 단순한 첫 대면에서 손오공은 너무나 허무하리만치 위징이 자신보다 한 수 위임을 인정하는데, 이는 위징의 캐릭터를 『서유기』에서 가져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유기』에서 위징은 당태종 아래서 승상 벼슬을 받고 일하는 신하이면서, 동시에 옥황상제로부터 명을 받아 경하(經河) 용왕을 참수하는 신인(神人)이기도 하다. 역사에서의 위징은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었는데, 어릴 때 출가하여 도사(道士)가 되었고, 후에 무양군승(武陽郡丞) 원보장(元寶藏)의 전서기(典書記)가 되었다가 원보장을 따라 이밀(李密)에게 귀순했다. 다시 이밀을 따라 당고조(唐高祖) 이연에게 귀순하여 이연의 장자 이건성(李建成)의 측근이 되었다. 이력만을 두고 봤을 때는 썩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이지만, 상황을 재지 않고 내지르는 직간(直諫)으로 당태종의 환심을 사 재상이 되었다.



p.120

“배짱 한 번 대단한 사내 아닌가. 어쩌면 의외로 이 액정궁 안 누군가의 처소로 숨어들었는지도 모를 일이야.”

“공주마마, 지금 그런 농담을 하실 때가 아니옵니다. 그냥 도적이 아니라 요물이라는 말도 있사옵니다. 커다란 원숭이라고...”


   이 급박한 상황에서 도도하고 차분한 기품을 풍기는 이 공주는, 평양공주(平陽公主)가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 평양공주는 당고조 이연의 셋째 딸로서(그는 딸만 19명을 두었다) 아마도 일남 이건성과 차남 이세민 사이에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후에 당나라 능연각 24공신 중 14번째를 차지하는 시소(柴紹)와 결혼을 했는데, 아버지 이연이 617년 거병을 했을 때 낭자군(娘子軍)을 조직, 장안을 함락하고, 그 후 관중의 여러 군벌들을 토벌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평양공주는 623년 6월 초에 죽었고, 군례로 장례를 치렀다는 기록이 있다. 그녀가 죽음은 아마도 돌궐과의 전투(그 당시 군벌들은 모두 돌궐과 동맹관계를 넘어서 군신관계를 맺고 있었다)나 유흑달 토벌 중에 전사 혹은 부상을 당했는데, 상처가 도져서 죽은 것으로 보인다.

   역사상으로는 626년에 평양공주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지만, 특별히 누구라고 지칭하지도 않았고, 역사의 기록 또한 너무 부족한 것으로 보아, 평양공주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p.123

“지용부인地湧夫人마마, 도적을 찾는 중이옵니다. 잠시 들어가겠나이다.”


   드디어 지용부인이 등장했다. 지용부인은 『서유기』80~83회에 걸쳐서 등장하는데, 빈파국(貧波國) 흑송림(黑松林)에서 삼장일행과 조우한 후, 진해 선림사(鎭海禪林寺)에서 티베트 승려들의 색심(色心)을 일으켜 유혹한 후에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요괴다. 원래 정체는 ‘금빛 코에 흰 틀을 지닌 늙은 쥐(金鼻白毛老鼠精)’로 영취산 뇌음사에 몰래 들어가 향화(香花)와 보촉(寶燭)을 갉아먹다가 탁탑 이천왕에게 잡혔으나, 죄를 용서하고 목숨을 살려주자, 그 은덕을 기리고자 탁탑 이천왕을 부친으로, 나타 삼태자를 오라비로 받들었다.

『서유기』에서 지용부인을 묘사한 글은 다음과 같다.


髮盤雲髻似堆鴉,身著綠絨花比甲。

一對金蓮剛半折,十指如同春筍發。

團團粉面若銀盆,朱唇一似櫻桃滑。

端端正正美人姿,月裡嫦娥還喜恰。

今朝拿住取經僧,便要歡娛同枕榻。

   친친 감아서 땋아 올린 구름머리는 까마귀 떼가 내려앉은 듯 새카맣고, 몸에는 초록빛 융단 바탕에 꽃무늬 곱게 박아 지은 갑옷을 입었다.

   두 발목은 절반 꺾인 금빛 연꽃처럼 한들거리는데, 열 손가락은 봄날에 갓 돋아 나온 죽순처럼 곱고 여리다.

   둥그스름하게 분 바른 얼굴 모습은 은 쟁반처럼 더 환하게 빛나고, 새빨간 입술은 앵두처럼 매끄럽게 윤기가 흐른다.

   어느 모로 뜯어보나 단정한 미녀의 자태, 달 속의 항아님도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겠다.

   오늘 아침 경을 가지러 가는 스님을 잡아왔으니, 오늘밤에 동침하여 즐겁게 놀아볼 작정이다.



p.124

“대궐 지하에 비밀통로가 있다니... 어디로 통하는 걸까?”


   『요원전』에 나오는 지하 비밀통로는 (지금까지는) 지용부인만이 알고 드나드는 통로이다. 이와 비슷한 것이『서유기』에도 나오는데, 지용부인의 소굴인 ‘함공산 무저동(陷空山 無底洞)’이 바로 그것이다.

   “패루 아래 비탈진 산기슭에 어림잡아 둘레가 10여리나 되는 거대한 바윗돌이 하나 있는데, 둥글둥글한 바위 한복판에 지름이 물독만한 구멍이 뻥 뚫려 있고, 구명 주변에는 무엇인가 기어서 드나들었는지 번들번들한 자국이 나 있었다. (牌樓下,山腳下有一塊大石,約有十餘里方圓,正中間有缸口大的一個洞兒,爬得光溜溜的。)”

   “히야! 이거 정말 지독하게 깊구나...... 동굴 속 둘레만도 삼백여리는 좋이 되겠는데, 깊이가 또 얼마나 되는지 끝도 안보이네 그려!(咦!深啊,周圍足有三百餘里。) 이름이 ‘무저동(無底洞)’이라더니, 과연 글자 그대로 밑바닥 없는 동굴 아닌가!”



p.138

“과인은 이 삼라전森羅殿의 주인 나타태자哪吒太子이니라!”


   인간이 죽으면 삼혼(三魂)과 칠백(七魄)으로 나뉘는데 혼은 영혼, 백은 육체로, 삼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칠백은 땅에 묻힌다. 이 혼이 명계로 가서 시왕(十王)들에게 각자의 죄업을 심판받는 곳이 바로 삼라전이다. 『요원전』에서 나타태자가 홀로 지내고 있는 곳이 삼라전이라는 말은 곧, 이곳 땅 밑이 저승이라는 뜻이다. 『서유기』에서는 ‘유명지부귀문관(幽冥地府鬼門關) 삼라전(森羅殿)’이라고 무시무시하게 적혀있다.

   나타태자는 『서유기』와 『봉신연의(封神演義)』에 같은 캐릭터로 등장한다. 『서유기』에서 나타태자는 꽤 여러 번 등장을 하는데, 처음엔 손오공과 대립했으나, 후에 손오공이 불문에 귀의한 후로는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5회와 6회에서는 옥황상제의 명으로 손오공을 제압하러 갔다 실패하지만, 32회에서는 손오공의 요청으로 하늘을 호리병 속에 담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51회에서 독각시대왕(獨角兕大王)을 제압하기 위한 구원병으로 출격하며, 81회에서는 지용부인과의 해묵은 관계(?)를 풀어주기도 한다. 『요원전』에서 나타태자와 지용부인의 관계는 『서유기』 81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창작한 것이다. 나타태자는 아버지 탁탑 이천왕과의 관계가 아주 살벌한데, 자세한 내용은 나타태자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는 29회에서 이야기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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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10-04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글을 읽을때마다 감탄하는 것이지만 이런 내용을 다 어디서 얻으셨는지 무척 궁금해 집니다^^

Tomek 2013-10-05 12:26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조금씩 메모한 것들 참고하는 편입니다. 새로운 지식은 없지만, 널리 퍼져있는 것들을 한 데 모으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