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배우 - A Great Acto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좋다 [조ː타]
「형용사」
「1」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
「2」성품이나 인격 따위가 원만하거나 선하다.
「3」어떤 일이나 대상이 마음에 들 만큼 흡족하다.
  

신연식 감독의 "기적 같은" 데뷔작 <좋은 배우>는 이전작 <페어러브>와 같이 제목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좋다"라고 규정짓는 것일까? "좋다"라는 만족감은 우리에게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일까? 그 기준은 나에게 있는 것인가, 아니면 타인을 통해서만 가능한가? 신연식 감독은 이런 복잡다단한 문제를 "배우"라는 특별한 인생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앙리 2세>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려는 연출가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그 극단에서 연기를 하려고 찾아온 법대생 출신의 엘리트 성우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서로 다르면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무식하게 한마디로 줄인다면) 연극이라는 목표와, 자신의 삶-연기-이라는 목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들 좋은 배우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그 기준은 모두들 제각각이다. 어떤 배우는 오로지 기술(매소드)이 뛰어나면 좋다고 하고, 어떤 배우는 캐릭터에 관련한 모든 사항을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을 좋다고 하며, 어떤 배우는 극의 흐름(리듬)을 중요시한다. 그 안에서 자신의 길을 연기에서 찾으려는 성우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여보기도 하고 내쳐보기도 하지만, 결국엔 이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것만 깨닫는다.  

영화는 끊임없이 자신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우유부단한 연출가와 배우들은 무대에서 자신이 서 있고 연기할 공간-동선을 찾지 못해 어쩔줄을 모른다. 그들은 감독이 자신들의 자리를 정확하게 지정해주고, 캐릭터를 명확하게 지정해주길 바라지만, 감독은 그러지 않는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을 감독은 성우의 모습과 교차로 보여주어 연극 무대가 결국 우리의 인생과 같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큰 사고 이후, 감독은 배우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각각의 인물들에게 명확한 캐릭터를 부여하고 정확한 동선을 지시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성우는 극단을 나가고 회사에 취직한다. 이제 무대의 혼란스러움과 무질서는 사라지고, 반듯한 공연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극단과 주인공이 제자리를 찾은 순간, 놀랄만큼 지루하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무언가 이상한 열기를 품고 있던 연극 무대는 평범해졌고, 이후의 주인공과 극단의 배우들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그저 그래 보인다. 신연식 감독은 안주한다는 것, 안정적인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페어러브>도 결국엔 50여년간 자신의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의 벽을 깨뜨리는 이야기였던 것처럼.  

영화에는 잠언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굉장한 대사들이 나오지만, 내게 남는 것은 이렇다. 자신의 캐릭터를 규정하지 말고, 자신의 무대를 미리 결정하지 않고, 리듬에 맞춰 끊임없이 살아가자. 신연식 감독은 "좋다"라는 형용사를 설명하지 않고 보여줬고 깨닫게 했다. 그는 정말 "좋은"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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