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셰티 - Machet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마셰티>를 정말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일반인과는 다르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일 것이다. (명)배우들의 망가지는 모습을 스크린에서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 혹은 일부러 못찍은 영화를 대놓고 즐기(려)는 사람들. 안타깝게도 그만큼의 내공이 미치지 못하는 내게, 이 영화는 이도 저도 아닌 미적지근한 영화였다.  

애초에 이 영화는 예고편으로만 존재한 영화였다. 할리우드에서 유일하게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만드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동시상영 프로젝트인 <그라인드 하우스>에 포함 될 가짜 예고편 중 한 편이 바로 <마세티>였다. 약 2분 여에 펼쳐지는 기막힌 액션과 황당한 설정들, 그리고 감독 자신이 맡은 코믹한 내레이션은 이 가짜 예고편의 본편을 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리고 황당하게도 (혹은 필연적으로) 이 망상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이 영화를 진심으로 찍고 싶어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이 영화를 진정으로 그 옛날 그라인드 하우스 작품으로 만들기를 원한 것 같다. <마셰티>의 모든 장면은 가짜 예고편의 명장면들을 재현하는데 급급할 뿐, 예고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혹은 못한다). 마치 그 옛날의 "예고편이 전부"인 그저 그런 영화들처럼. 그것이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이라면, 뭐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드는 것은 가짜 예고편에서 봤던 그 수많은 가능성이 아니었을까.  

"원래 B급 영화가 다 그렇다"라는 반론은 로드리게즈에게 무의미하다. 영화는 분명 잘 만든 영화와 못 만든 영화로 나뉘어진다. 그걸 우리는 편의상 등급으로 나눈다. 하지만, 시대를 견디어 온 B무비들이 있다. 진정 A가 되고 싶지만, 여러가지 제약(자본, 배우, 혹은 감독 그 자신의 재능)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그 한계를 뛰어 넘고자 했든 그 처절한 B무비들. <마셰티>가 B무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처절함이 있다기 보다는, 그냥 "일부러" 못만든 영화다. 영화에 영혼이 없고 유희만 남을 때 어떻게 되는지 <마셰티>는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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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io 2011-04-2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 만에 글 쓰신 것을 봅니다^^

Tomek 2011-04-26 15:38   좋아요 0 | URL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