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처음 접해본 영영사전은 콜린스 코빌드 영영사전이었다. 물론 내 돈으로 산 것은 아니고, 친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준 사전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영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처음 접한 코빌드 사전은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난해한 구성이었다. 왜냐하면 영단어의 뜻이 문장 형식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어 "obey (복종하다)"라는 단어를 찾으면, 그 해석이 이런 식이었다.
If you obey a person, a command, or an instruction, you do what you are told to do.
언뜻보면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해석 자체를 문장 형태로 표현, 단어의 뜻과 활용까지 적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잘만 쓰면 정말 요긴한 사전이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실력이 기반이 되는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것이지, 거의 영어를 새로 시작하는 나 같은 초보자에게는 영 어려운 사전이었다. 그러다 접한 게 옥스퍼드 영영사전이었다.
옥스퍼드는 콜린스와는 달리 문장이 아닌 구(phrase) 중심으로 단어를 해석하고 있었다. 위에 예로 든 obey를 옥스퍼드는 "to do what you are told or expected to do"라고 짧고 간결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런 단순한 이유에 끌려 거금을 주고 옥스퍼드 사전을 선택했다. 어차피 한국에서 통용되는 영영사전들은 다 그 나름 훌륭한 사전들 아닌가! 자신에게 맞는 사전을 택하면 그만이다. 내겐 여러 사전 중 옥스퍼드가 맞았을 뿐이고.
2002년 6번 째 개정판(6th edition)을 처음 접한 이후로, 2007년 7번 째 개정판, 2011년 8번 째 개정판을 구입했다. 첫 번째를 제외하고는 공교롭게도, 새 직장을 구할 때마다 개정판을 사들이게 됐는데,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것은, 영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영어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인 의무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요새는 옥스퍼드나 콜린스 같은 영영사전을 각 포털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해주기 때문에 굳이 사전을 살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사전을 사야한다면, 그것은 CD-ROM 전자사전 때문이라고 이야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종이 사전을 사면 CD-ROM을 주는 게 아니라, CD-ROM 전자사전을 사면 종이 사전을 끼워주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전자사전은 정말 놀랄만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아마 6번 째 개정판부터 종이 사전과 CD-ROM 전자사전을 같이 판매한 것으로 아는데, 그 때엔 그저 구색맞춤이었고, 7번 째 개정판에서는 약간의 과도기 -지금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해주는 아주 기본적인 기능- 를 거치더니, 이번 최신 개정판에서는 그 기능이 만개한 상황이다. 이것은 어떻게 글로 표현하기 뭣하고,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 한 번 경험해 보는 게 나을 것 같다.(OALD CD-ROM 데모화면 클릭)
물론 CD-ROM이 아닌, DVD-ROM을 제공하는 롱맨 사전도 그 방대한 정보량으로 군침을 흘릴만 하지만, 내겐 이정도로도 충분, 아니 분에 넘치기까지하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CD-ROM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나같이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기능이지만, 학습의 이유에서건, 독서의 이유에서건, 영어 사전이 필요한 다른 사용자들이 굳이 컴퓨터를 켜서 사전을 돌리고 단어를 찾아볼까? CD-ROM 전자사전은 능동적인 사용자에게는 훌륭한 기능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용자들까지 끌어들이기에는, 우리 주위에 다양한 형태의 훌륭한 사전들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 많은 사용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뭐 그런 것은 옥스퍼드 출판사 연구원들이 생각할 문제고, 난 그저 사용하기만 하면 그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