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킹 우드스탁 - Taking Woodstoc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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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8월 15일부터 3일간 뉴욕 주 북부 베델 근처 화이트 레이크의 한 농장에서 커다란 음악축제가 열렸습니다. 주최측은 10만명 정도로 예상했지만, 공식적인 집계는 30만명, 경찰측 집계는 대략 50만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음악과 평화 그리고 사랑과 마약에 탐닉했습니다. 이 축제는 히피들의 도피처 혹은 이상향의 실현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얻었지만, 정작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인종, 정치, 종교를 떠나 하나의 사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Woodstock Music and Art Fair)은 이렇게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이안(李安) 감독의 <테이킹 우드스탁(Taking Woodstock)>은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사람들의 좌충우돌을 그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페스티벌에 참여한 화려한 뮤지션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컨트리 조 & 더 피시(Country Joe & the Fish), 더 후(The Who),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조 카커(Joe Cocker), 산타나(Santana), 텐 이어스 애프터(Ten Years After), 버터필드 블루스 밴드(Butterfield Blues Band), 블러드(Blood), 스웻 앤 티어스(Blood, Sweat & Tears), 존 바에즈(Joan Baez), 알로 거스리(Arlo Guthrie),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앤 영(Crosby, Stills, Nash & Young), CCR, 더 밴드(The Band),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제퍼슨 에어플레인(The Jefferson Airplane), 라비 샹카(Ravi Shanka)- 의 실황 혹은 재연이라도 바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안 감독은 이 거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시대적 재현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거대한 이야기를 통해 한 가족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엘리엇 타이버(드미트리 마틴)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파산 직전에 직면한 모텔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멈추고 고향에 돌아와 삽니다. 그는 고향의 활성화를 위해 작년에 이어 뮤직 페스티벌을 유치하려 합니다. 바로 그 때 옆 동네 윌킬에서 거대한 음악 페스티벌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이 마을에 그 페스티벌을 우여곡절 끝에 유치합니다. 그저 조금 큰 음악축제일줄 알았던 행사에 50만명이 몰려들자 한적한 마을은 거대한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아수라장인 축제에서 엘리엇은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짐을 배우게 됩니다.  

 

이안 감독은 우드스탁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재현을 포기한 대신, 그 행사를 기획한 엘리엇 타이버라는 인물과 그의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는 유대인이고 그의 부모는 지옥 같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나칠 만큼 탐욕스럽고, 그의 아버지는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는 것 같이 생기가 없습니다. 그는 뉴욕에서 화가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모님에 대한 안타까움 혹은 안쓰러움으로 고향에 돌아옵니다. 그는 게이지만, 자신의 성향을 숨기며 지내고 삽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있지만, "부모님 때문에"라는 생각 때문에 그는 그의 삶을 자꾸 미루어 버립니다. 이 아비규환의 축제 속에서 그는 자신을 돌아보고, (마약의 힘을 빌려) 부모님의 진짜 속마음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남을 위한 삶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기획합니다. 이런 거대한 음악 축제도 기획을 했는데, 그는 자신의 삶 정도는 충분히 기획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그의 전작인 <결혼 피로연>, <아이스 스톰>, <브로크백 마운틴>의 궤에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안 감독이 그린 1960년대, 아니 히피들의 세계에는 낙천성이 있습니다. 공연 기획자 중 한 명인 마이클 랭(조나단 그로프)은 매사에 낙천적입니다. 계약을 파기해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도 그는 항상 밝습니다. "협의점을 찾을 거야. 모두들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니까." 이들의 낙천성은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낙원으로 만들었지만, 이곳은 낙원이 아닌 현실의 도피처일 뿐입니다. 축제가 끝나고 끝없이 밀리는 차량에서 히피들은 탈진한 듯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낙원을 떠나는 아담과 하와를 떠올립니다. 다시는 돌아오질 못할 낙원. 푸른 목초지에서 황무지 혹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한 농장, 그렇게 1960년대는 저물어갑니다.  

영화의 말미, 마이클은 롤링 스톤즈를 내세운 다른 축제를 기획한다고 합니다. 영화는 여기에서 멈추었지만, 우리는 그 이후를 압니다. 알타몬트에서 개최된 롤링 스톤즈의 무료 콘서트에서 그들의 경호원이 한 흑인 청년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장면은 그들의 투어 필름 <김미 셀터(Gimme Shelter)>에도 고스란히 실렸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살육과 광기로 얼룩진 1970년대를 맞이합니다. <테이킹 우드스탁>은 이안 감독이 쓸쓸하게 바라본 히피들의 실낙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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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8-0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꼭 보려고 했는데 말이죠.
리뷰 잘 보았습니다^^

Tomek 2010-08-06 08:55   좋아요 0 | URL
보면서 엄청 웃었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치니 2010-08-0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찜해둔 영화, 꼭 봐야겠습니다.

Tomek 2010-08-06 08:56   좋아요 0 | URL
상영관이 얼마 없으니 이번 주에 꼭 보셔요. 갈수록 작은 영화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ㅠㅠ

머큐리 2010-08-0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보고 싶은데...상영관이 왜이케 없는건지...ㅠㅠ

Tomek 2010-08-06 08:57   좋아요 0 | URL
서울은 CGV 몇 군데하고, 하아퍼텍나다, 아트하우스 모모, 시네큐브광화문 이렇게 개봉한 것 같아요. 다른 지역은 아마도 더 적거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