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문화다
홍대선.손영래 지음 / 책마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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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유난히 감정이입이 잘 되는 스포츠다. 한국-일본, 잉글랜드-아르헨티나, 독일-잉글랜드, 브라질-우루과이-아르헨티나의 경기는 일반 A매치 이상의 긴장감이 돈다.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경기를 하고, 국민들은 혼신의 힘으로 응원을 한다. 그렇게 해서 이기면 승리의 도취감을 즐기지만, 지면, 그만큼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 이상의 치욕감과 굴욕감을 느낀다. 왜 이런 단순한 공놀이에 수많은 사람들은 일희일비하는 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전쟁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전쟁이다. 다른 말로 표현할만한 적당한 것이 없다. 축구는 말 그대로 전쟁이다. 세상엔 정말 많은 스포츠가 있지만, 축구만큼 관중과 선수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운동이 없다. 그라운드는 전쟁터이고, 11명의 '전사'들은 승리하기 위해 90분 동안 쉴 새 없이 공을 몰고 뛰어다닌다. 전쟁엔 온갖 전술과 술수와 협잡이 들끓기 마련이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반칙은 용인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온갖 치사하고 은밀한 반칙이 자행되기도 하고, 할리우드 액션까지 선보인다. 특히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 가나와 우루과이의 8강전에서 수아레즈의 '신의 손' 반칙에 대해선 스포츠맨십에 대한 장렬한 토론(이라기보다는 비난내지 비방)이 이루어졌다. 분명 과정은 나빴다. 하지만 수아레즈는 자랑스러워 했다. 전쟁에서는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전쟁에는 많은 미신과 주술이 따르듯이 축구에도 많은 것들이 따른다. 프랑스 도미니크 감독의 별자리 맹신도 그렇고, 축구의 신 펠레의 예언은 저주로 굳어진지 오래다. 이번 월드컵에서 엄청난 스타가 된 문어 푸욜의 신탁(!) 역시 화제가 됐다.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축구에서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적중률이 높아질수록 그 권위는 공고해진다.  

축구라는 전쟁을 수행하는 각 국가의 팀은 각자 고유의 스타일이 있다. 이것은 전술이나 전략과는 다르다. 축구란 1골을 넣든 10골을 넣든 결국 이기면 되는 경기이기 때문에, 골을 넣기 위한 공격과 상대팀의 골을 막기 위한 수비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축구의 스타일은 바로 이 공격와 수비의 과정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스타일은 각국의 국민성에서 기인한다.  

잡설(雜說)이 너무 길었다. 홍대선, 손영래 작가가 공저한 『축구는 문화다』는 바로 축구를 통해 바라본 유럽과 남미의 문화사이다. 남아공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졸속 제작한 책이 아닐까 의심을 할 수도 있지만, 이 글들은 <딴지일보>에서 필독의 ‘축구문화사’라는 글로 연재됐던 글을 묶은 책이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공들여 써 온 것이다.  

잉글랜드는 왜 거칠고 투박한 킥 앤 러시의 축구를 하는지, 이탈리아는 왜 카테나치오 수비를 그렇게 신봉하는지, 아르헨티나는 정치적 쇼로서 축구를 어떻게 길들여왔는지, 독일은 어떻게 '게르만 민족에서 '독일 국민'이 될 수 있었는지, 프랑스 대표팀의 전성기와 몰락은 똘레랑스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등을 다룬다. 책 제목대로 축구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 전반을 다룬다. 로마제국에서 도시 국가로 분화한 이탈리아의 역사와 세리에 A의 연고지를 구분한 것과,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앙숙 관계는 프랑코 독재서부터 저 멀리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 여왕의 세기의 결혼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 저자들은 축구라는 공놀이를 매개로 유럽과 남미의 역사, 정치, 문화, 종족, 기질, 경제, 지리를 아우른다. 추구를 보면, 그 나라를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지식들을 나열한다.  

졸속 제작은 아니지만, 월드컵 기간에 출판하려 해서인지 띄어쓰기, 오탈자가 간혹 눈에 띄어 거슬리지만, 내용만큼은 정말 어디하나 뺄 수 없는 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역사와 국가를 바라보는 방법을 축구를 통해서 하나 더 배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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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2010-07-1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 스타일은 그나라의 국민성이라!
리뷰 읽고나니, '아내가 결혼했다'가 생각나네요. 축구에 대해선 깜깜이라 이 부분에선 쭉 건너뛰고 읽었거든요. 그래선지, 작가가 참 '별종'이다 했어요.
이 책 읽고나면 또하나의 세상을 만나겠죠? (감사)

글구, '간판'바꾸셨네요!

Tomek 2010-07-12 16: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에파타 님. 그간 너무 격조했습니다. 잘 지내시죠?

책은 기본적으로는 축구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문화사적인 이야기도 꽤 비중이 큽니다. 말 그대로 축구로 바라본 유럽과 남미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책 참 재미있어요. :D

느린산책 2010-07-1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잖아도 요즘 제가 축구 문화사에 꽂혀 살림에서 나온 책을 읽고 뭔가 아쉬워 하던 차였는데, 이 책이 해갈이 될 수도 있을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Tomek님~^^

Tomek 2010-07-13 17:21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마음에 드실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