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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 - 다이어트와 심리의 비밀에 관한 모든 것
캐런 R. 쾨닝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비만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불치병 같은 비만이 있고, 그저 음식이 좋아서 비만인 경우도 있다. 병이든 음식 사랑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만을 의지의 문제로 본다. 참으로 이상한 게, 담배와 술에는 그렇게도 인자한 사람들이 어째서 비만이나 대머리에는 적대적(혹은 비하)인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현대사회에서 비만은 자기 관리의 실패, 의지 부족, (좀 넓은 의미로서의) 루저(loser)로 여겨진다. 이 말은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틀리다. 분명 비만은 음식에 탐닉하는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걸린다. 하지만, 이 질문은 다르게 할 수 있다. 왜 비만인 사람들은 음식에 탐닉할 수밖에 없는가?
심리 치료사인 캐런 R. 쾨닝은 이 문제를 ‘착하다’는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비만인 여자들은 대부분 착한 여자들이다. 여기서 ‘착하다’는 뜻은 ‘선하다’라는 뜻이 아닌 ‘친절하다’ 혹은 ‘잘 대하다’라는 뜻에 가깝다. 캐런 R. 쾨닝이 그동안 치료한 ‘착한 살찐 여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 맞춰서 자신의 삶을 운용한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자신의 남편과 친구가 바람이 나서 밀월여행을 간 것을 안 순간에도 집에 찾아온 친구를 웃으며 맞이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감정보다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우선한다.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없는 힘들고 바쁜 상황에서 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은 음식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몸은 데친 브로콜리나 연두부를 원하는 대신 달디 단 초콜릿이나 티라미슈 케이크를 원한다. 당분 섭취는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몸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가족들 사이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나를 버리고 다른 이들의 고민과 요구를 하루 종일 짊어 맨 착한 여자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오직 먹을 것 밖에 없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은 먹는 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먹는 것만큼(그것도 인스턴트)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책의 제목인 『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는 친절하기 때문에 음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자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음식에 대한 의존은 그녀들의 순교자 같은 성격 때문인 것이다.
어쩌면 비만에 대한 단순한 접근인 것 같기도 하지만, 비만에 대한 일반론적 접근이 아닌, 착한 성격과 여자라는 특별한 상황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비만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 인식과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거의 매 장(章) 반복되는 이야기들이라, 읽는데 좀 지루함을 느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저자가 밝혔듯이, 살을 빼기 위해선 자신의 성격을 개조해야하는데, 그것은 하루아침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배우듯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단련시켜야 하기 때문에,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 참아야 하는 것처럼, 살을 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성격을 바꾸는 것 또한 평생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캐런 R. 쾨닝은 비만인 착한 여자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는 남을 그만 신경 쓰고, 음식에 의존하는 대신 자기 자신에 의존하며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라는 것 같다. 시지프스의 돌처럼 다른 사람들의 고민과 요구를 들어주고 인내하는 반복되는 삶에서 지쳤던 당신이라면, 굴러 떨어지는 돌을 무시하고 그녀의 손을 잡기를 권한다. 세상에는 음식 말고도 의지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