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멘>과 <하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이상하게 공포 영화가 끌려서 가리지 않고 보던 중에 리처드 도너 감독의 <오멘>을 다시 봤습니다. 짧게 느낀 점이라면, 예전 (공포) 영화는 꼭 필요한 부분만 드러내고, 불필요한 부분은 생략하는 반면, 요즘 만들어지는 (공포) 영화에서는 불필요한 부분을 너무 많이 설명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의 상상력을 더 이상 믿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하려는 얘기가 이게 아닌데... <오멘>을 보면서 이상하게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생각났습니다. 다른 맥락이지만, 유모가 데미안 앞에서 목을 메어 자살하는 장면은 <하녀>의 마지막 장면이 그대로 오버랩 되더군요.
그리고 임신한 어머니 캐서린이 청소하다가 떨어져서 유산하는 장면 또한 <하녀>와 오버랩 되었고요.
데미안의 생일 파티 장면도 빼놓을 순 없죠. 모든 것을 다 가진 아이, 하지만 내면은 텅 비어있는 아이. <오멘>의 마지막 장면의 데미안과 <하녀>의 딸의 표정 역시 대비되고요.
새로온 유모 베일록 부인의 관점으로 이 영화를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그녀는 이 대저택에 고작 '유모'로 들어와 이 집을 자신의 지배하에 놓습니다. 그리고 영화 역시 절반 이상이 이 거대한 저택에서 벌어집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불온한 생각이 들더군요. 임상수 감독은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 하는 대신 <오멘>을 리메이크 한 게 아닐까.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적그리스도의 소굴에 들어간 착한 유모이야기를 그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임상수 감독은 <하녀>를 통해, 자본만 이야기한 게 아니라 종교까지 같이 아우른 게 아닐런지. 나쁜 자본을 독점한 재벌은 적그리스도라는 이야기?
그냥 생각나는 대로 간단히 적어봤습니다. 그저 확실한 것은 임상수 감독이 한국 사회를 확실히 ‘엿 먹이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