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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놀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있어서 얼마나 금지된 언어였던가. 이 단어의 불온성은 대한민국에서 '빨갱이'에 버금갈 정도로 차마 입 밖으로 되뇌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국민만큼 노는 것을 억압당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조국의 근대성을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밤을 새며 일을 해야 했었고 그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학창시절에는 대학이라는 족쇄로, 대학에서는 (그나마 학창시절보다는 낫지만) 취업이라는 족쇄로, 직장에서는 밥벌이라는 족쇄로 우리는 노는 것을 금지당해 왔다. 논다는 행위는 여전히 사치스러운 행위로 여겨지며, 놀아본 적이 없는 우리들은 그저 음주가무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노는 것은 다른 계층의 단어이며, 간혹 여유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아는 노는 것엔 돈이 들어간다. 포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은 6, 70년대에 이룩한 경제 성장에서 비롯된 제조업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제조업이란 앉아있는 만큼 성과가 나오는 업종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부를 안 하더라도 책상에 앉아있어야 하고, 일을 하지 않더라도 밤늦게까지 회사 책상에 앉아있어야 했다. 물론 지금도 이런 시각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세상은 제조업이다.
스튜어트 브라운과 크리스토퍼 본이 공저한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여전히 선진국의 망령에 사로잡혀있고, 욕구가 아닌 욕망을 좇는 우리들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이 책은 조곤조곤 밝혀준다. 목차를 훑어보면 지루한 논문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책을 펼치면 그들이 펼치는 주장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놀이(play)의 반대말은 일(work)이 아니라 우울함(depression)"이라 밝히는 그들의 말처럼, 놀이는 그저 시간을 죽이는 비생산적인 행동이 아니라,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임을 알려준다. 동물들이 놀이를 통해 생존 본능을 익히듯, 인간도 놀이를 통해 삶을 배워간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에 따르면, 놀이는 쓸데없는 짓이 아니라, 직접경험의 장인 동시에 즐거운 행위이다.
그렇다고 모든 즐거운 행위가 다 놀이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온라인과 비디오)게임, 일방적인 괴롭힘, 도박 등의 행위 같이 사회와 고립되거나 약한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놀이가 될 수 없다. 쾌락이 아닌 즐거움을 수반한 행위. 이것이 진정한 놀이이다.
박민규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보면 주인공의 야구단과 아마추어 야구단이 야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이 있다. 주인공의 야구단은 야구를 즐기지만, 꼭 이겨야한다는 아마추어 야구단은 진지하다 못해 비장한 표정으로 게임에 임한다. 놀이를 즐기지 못하고 승부로 여기는 자들의 모습은 얼마나 웃기고 또 안쓰러운가.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은 우리가 잊고 있던 놀이의 즐거움을 알려준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즐겁게 놀 일만 남았다. 놀이의 영역은 한계가 없으니까. 나 자신이 즐거운 것, 그게 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