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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고의 10경 - 영화평론가 김소영이 발견한
김소영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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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김소영(이제는 감독이라고 불러야 마땅한)의 『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은 그가 세미나에서 발표한 글과 『씨네 21』의 「전영객잔」꼭지에서 발표한 글을 모은 평론집이다. 그의 글은 같이 「전영객잔」을 이끌었던 정성일, 허문영 평론가의 글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었다. 정성일의 글이 엄격하고 냉엄한 영화 사랑에서 나오는 글이었다면(그래서 그가 지지 혹은 비판하는 영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엄청난 인용과 사유를 풀어내야 했다), 허문영의 글은 누가 읽더라도 (그가 평하는) 영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글이었다. 반면 김소영의 글은 이 둘의 필력에는 다소 못 미쳤다. 정성일처럼 엄청난 사유를 풀어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허문영처럼 누구나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어중간한 글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그것은 그저 스타일의 차이일 뿐, 그가 다른 두 명의 평론가보다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쓴 『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을 읽어본다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김소영의 글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이유는, 원어의 사용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제일 처음에 실린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마땅한 단어가 없어서 원어 그대로를 쓰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런 현학적인 글들은 일반 독자들이 쉽게 떨어져나갈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요즈음의 독자들의 독서 태도에도 기인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의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팜므 파탈>을 이야기하면서, "현대의 관객들은 괴롭힘을 당하기를 원하지, 유혹당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말은 현대 독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는 독서 자체를 능동적이라 생각하지, 능동적인 독서를 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저자가 쓴 글은 항상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야지, 그 안에서 사유하고, 단어의 선택에 대해 고심하고 사전을 찾아보는 일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소영의 글은 그런 능동적인 독서를 요한다. 하지만, 이런 독서를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물론 그의 글이 전부 다 이렇지는 않다. 「전영객잔」에 실린 글들은 비교적 최근의 영화들이고, 단어의 선택 또한 저널의 특성을 따라 쉽게 따라갈 수 있게 했다. 그가 이번 책에서 다룬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영화들이지만, 그녀의 경계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있다. 첫 장에 재중감독 장률의 영화를 다룬 것도 그렇고, 전후 60여년의 영화에서 보이는 어떤 공통점과 경향을 다룬 것도 그렇다. 그는 한국영화의 영역을 넓힌 동시에, 영화와 그것을 만드는 감독, 그리고 그것을 수놓는 배우를 통해 한국을 이야기한다. 그가 그동안 그렇게 이야기한 '트랜스(trans)'의 의미가 이 책에서 빛을 발한다고나 할까?  

그가 평한 영화들 중, 절반 정도는 봤지만, 절반 정도는 보지 못했고, 쉽게 볼 수도 없는 영화들이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한 영토 안에서 우리는 이 책을 지도삼아 길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길은 원래 구불구불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것이다. 길을 떠나는 자만이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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