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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철학
마시모 도나 지음, 김희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마시모 도나의 『디오니소스의 철학』은 야심이 가득한 책이다. 현대인들(그 중에서도 한국 남성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술을 소재로 철학사를 두루 살핀다. 술과 철학 둘 중 어느 하나에라도 관심이 있다면 선뜻 들게 될 책이지만, 책장을 펼치면 그 현란한 사상의 인용과 나열에 술에 취한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책이다(이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술이란 독특한 음료이다. 제아무리 이성적인 삶을 단련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술에 취하면 풀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이성의 무장해제, 감정의 고양은 술자리를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술자리를 망치기도 마련이다(홍상수 감독의 영화들, 특히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보면 한 술자리에서 이 두 가지 상황이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철인들의 생각도 별로 다를 바 없어서, 술 취함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철인들도 있는 반면, 술 취함을 죄악으로 바라본 철인들도 있다. 마시모 도나는 고대 철학부터 현대 철학까지 술과 관련한 인용을 모조리 찾아내어, 철인의 사상과 삶과 술의 상관관계를 밝힌다.  

마시모 도나는 인용하는 철학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술을 한 잔 걸친 듯, 디오니소스의 후예답게 에둘러 설명하지 않고 바로 핵심으로 다가간다. 때문에 이 책은 어느 정도의 철학사를 이해하고 있어야만 '즐길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이 책으로 철학사를 살펴볼 요량이라면, 지긋이 반대한다. 식전의 술은 입맛을 돋우기도 하지만, 이 책은 취할 정도의 과음이다. 술을 정말로 사랑해서 다른 이면의 모습도 바라보길 원하는 사람이나, 혹은 술과 철학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권할 책이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이지만, '술과 철학'의 궁합은 '커피와 담배'와 같은 조합이다.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모르겠지만, 이미 빠진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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