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 The God Fa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미 개봉한지 40여년에 가까운 작품을 굳이 이곳에서까지 비평적인 접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게다가 전 비평가도 아니니까요). 저는 이 자리에서 <대부>에 대한 소소한 추억과 지난 18일 알라딘에서 초대한 시사회에서 스크린에서 본 <대부>에 대한 체험만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게 <대부>는 어떤 각인된 한 추억에 가깝습니다. 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적도 없었고, 비디오로도 빌려본 적도 없었으며, DVD를 구매하지도 않았습니다. 전 이 영화를 오직 브라운관에서만 봤었습니다. MBC에서 한 세 번 정도 봤던 것 같습니다. 아마 초등학생 때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같이 지내고 있는 막내 삼촌이 “정말 끝내주는 영화”라며 저를 강제로 보여주다시피 했었습니다. 

물론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죠. 초등생이 이해하기엔 너무나 방대한 인물들이 나왔으니까요. 게다가 생김새는 왜 그렇게 비슷하게 보이는지. 다들 양복을 입고 각진 얼굴에 눈을 부릅뜨며 이야기를 하는데, 미국엔 다 저런 사람들만 있는가보다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침대가 피투성이인 영화업자의 비명, 장남 소니(제임스 칸)이 벌집이 되는 장면, 대부 돈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란도)가 과수원에서 쓰러지는 장면, 마이클(알 파치노)의 차가 폭발해 부인 아폴로니아(시모네타 스테파넬리)가 죽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세례식 장면과 학살 장면이 교차 편집된 장면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 죽는 장면들이군요. ㅡ.ㅡ;;; 

아무리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대부>는 초등학생이 보기에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초등학생의 세상은 <스타워즈>의 세상이었지 그런 재미없고 무서운 세상은 아니었으니까요. 게다가 새벽 1시에야 끝나는 영화를 억지로 견뎌서 봐야한 반발심 때문에 전 <대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 <대부 3> 개봉이 전 세계적인 이슈를 불러일으켰지만, 전 그저 그랬습니다. 중학교 때만 하더라도 세상은 아직 괜찮은 곳이(라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거의 20여년 만에, 리마스터링한 <대부>를 다시 봤습니다. 아니, 처음 봤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전 정말 저 영화가 내가 봤던 그 영화가 맞나 싶었습니다. (세월의 힘을 견뎌낸 고전을) 다시 찍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복원력과 해상도는 영화를 보는 내내 저를 압도했습니다. 말론 브란도의 씰룩 거리는 표정과 작은 몸짓은 저를 숨막히게 했고, 평범한 시민에서 패밀리의 대부로 변해가는 알 파치노의 모습에선 각성한 피터 파거의 모습을 본 것처럼 깜짝 놀랐습니다. 

모든 것을 ‘비즈니스’로 바라보는 냉철함과 심지어 가족마저 속이는 간교함 엄청난 영향력의 가부장주의와 폭력과 권력의 순환 혹은 내리물림. <대부>는 보는 내내 숨이 막힙니다. 등장인물만 해도 엄청난 이 거대한 대서사시를 코폴라는 마치 모든 장면이 다이너마이트인양 숨 쉴 틈 없이 직조합니다. 게다가 이후 거의 모든 느와르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을 고든 윌리스의 카메라와 니노 로타의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은 정말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립니다.  

<대부>를 스크린에서 보는 것은 정말 다른 경험일 것입니다. 추억의 영화가 아니라,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일 것입니다. 이것은 이번 리마스터링을 제안한 스필버그의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말대로 절대 거절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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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5-20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대부1>은 확실히 본 기억이 나는데 2,3편은 봤는지가
분명하지가 않아요. 일정만 아니었으면 무조건 신청했을 텐데 못 봐서 아쉽더라구요.ㅠ

Seong 2010-05-21 07:41   좋아요 0 | URL
다음주에 개봉하니까 꼭 보셔요. 저도 이 정도까지는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새로운 영화였습니다.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