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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비타 악티바 : 개념사 17
이국운 지음 / 책세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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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세상에서 출간한 비타 악티바: 개념사 시리즈는 글자 그대로, '개념'에 관한 책이다. 시공사에서 나온 디스커버리 총서나 책세상문고의 고전의 세계 시리즈와 같은 맥락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듯 하다. 그러니까 총 200쪽을 넘지 않는 얇은 두께, 작은 판형의 책.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혀지지는 않는 만만찮은 책. 특히 저자인 이국운 씨가 이야기하는 '헌정주의'에 대한 개념은 고대 폴리스와 동아시아의 역사로부터 시작해 지금 현재의 헌정주의까지 다루는 것이라 그 범위가 상당히 깊고 넓다. 

   이 비타 악티바: 개념사 시리즈가 다 그런지는 확인을 안해봐서 모르겠으나, 이 『헌법』은 다른 개념사 시리즈와는 다른 구성을 취하고 있다. 다른 책들이 '개념' 그 자체만을 다루고 있는 반면에, 이 『헌법』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 연관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2008년 촛불정국 이후에 쓰여진 책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 책에 쓰여진 대로 표상정치이다. 투표를 통해 '나'를 투영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것. 말 그대로 표상으로의 정치다. 문제는 이 표상정치의 표상성이 정치인들의 폭정으로 갈 수도 있고, 국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무정부상태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2008년에 우리 모두가 보았던 일들이다. 그렇다고 표상정치를 포기하기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저자는 촛불에서 보았던 또 다른 가능성,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노래를 불렀던 '대한민국 헌법 1조'에서 그 가능성을 찾고 있다.  

   저자는 바로 대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권력의 가장 최상층을 헌법이 차지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역사에 기록된 고전적 헌정주의에 대한 개념부터 16세기 종교혁명에서 비롯된 '자유와 민주의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정치'로서의 헌정주의, 왕권신수설로 대표된 권력이 어떻게 주권이란 개념을 도출하게 되었는지, 그럼으로써 인간의 지배에서 성문화된 법의 지배로 이행이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2년여에 걸쳐 배운 국사, 세계사, 정치경제, 사회문화의 교과목이 200여쪽이 채 안되는 페이지에 압축되어 들어있기 때문에 읽기는 녹록치 않다. 하지만, 어떻게 대다수의 국가에서 정치인과 국민들 사이의 견제 도구로 법이 상위에 위치하게 됐는지에 대한 개념을 얻을 수 있다. 쉽지 않지만, 한번 부딪혀볼만한 주제다. 

   그렇다면,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한 표상정치의 새로운 모델은 무엇인가? 그것은 직접 이 책을 읽고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만, 더 다른 대안도 없는 것도 같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최장집 교수의 일갈이 생각나지만... "바보야! 문제는 민주주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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